ICE 선물시장 카카오 가격이 급등했다. 19일(현지시간) ICE 뉴욕 9월물 카카오(종목 코드 CCU25)는 전일 대비 +491달러(+6.72%) 오른 톤당 7,806달러에 마감했고, ICE 런던 9월물 카카오(종목 코드 CAU25) 역시 +245파운드(+5.10%) 상승한 톤당 5,056파운드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급등은 북미 2분기 카카오 그라인딩(grindings)* 감소 폭이 유럽‧아시아보다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소식이 촉매가 됐다. 북미 2분기 그라인딩 물량은 101,865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두 자릿수 감소세가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북미 수요는 상당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트레이더 사이에서 확산됐고, 이를 계기로 공매도 포지션을 급히 청산하는 숏커버링(short covering)** 바람이 일었다.
ICE 유럽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투기적 자금(commodity funds)의 런던 카카오 순매도 포지션은 6,361계약으로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공매도 누적은 작은 호재에도 급격한 가격 반등을 야기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아직 약세 압력도 만만치 않다. 뉴욕 선물 가격은 전일(18일) 8개월래 최저치, 런던 가격은 17개월래 최저치를 각각 찍었다. 핵심 배경은 세계적 수요 부진이다. 유럽카카오협회(ECA)는 2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전년 대비 –7.2%인 331,762톤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으며, 아시아카카오협회(CAA) 역시 –16.3% 급감한 176,644톤을 보고했다. 이는 8년 만에 가장 낮은 2분기 실적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기상 조건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가나 주요 산지에는 충분한 강우가 관측됐고, 이는 병충해 위험을 낮추면서 작황 개선 기대를 높인다. 반면 나이지리아·카메룬에서는 고온 건조가 이어져 지역별 편차가 존재한다.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초콜릿 업체 바리칼리보(Barry Callebaut AG)는 지난주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매출량 가이던스를 하향했다. 3~5월 판매량이 –9.5% 줄어 10년 만에 최대 분기 낙폭을 기록했으며, 연간 판매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물 시장 내 공급 압박 요인도 적지 않다.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모니터링 카카오 재고는 6월 18일 236만 3,861포대로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 18일 기준 233만 7,085포대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나 카카오위원회는 7월 1일 2025/26년도 생산량이 전년보다 +8.3% 늘어난 65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2위 생산국인 가나의 증산 전망은 기본적으로 약세 요소로 작용한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7월 13일까지 누적 선적량은 173만 톤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누적 증가율이 +35%였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는 둔화된 모습이다.
품질 문제도 논쟁거리다. 코트디부아르의 미드 크롭(mid-crop)은 9월까지 수확이 이어지는데, 가공업체가 트럭 단위로 물량을 반송할 정도로 품질이 저하됐다는 보고가 잇따른다. 트럭 1대당 5~6%가 불량으로 판명돼 메인 크롭 평균치(1%)를 크게 웃돈다. 라보뱅크는 “늦은 우기로 생육 기간이 짧아져 품질 저하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미드 크롭 예상치는 40만 톤으로 전년보다 –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카카오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시즌 세계 카카오 공급 부족을 –49만 4,00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6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생산은 –13.1% 줄어 438만 톤으로 집계됐고, 재고/소비 비율은 46년 만에 최저인 27.0%로 떨어졌다. 다만 2024/25시즌에는 +14만 2,000톤의 흑자 전환과 +7.8% 생산 증가(4,840만 톤)가 예고돼 있어 중장기 공급 불안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 용어 정리
* 그라인딩(grindings)은 카카오빈을 분쇄해 코코아버터·코코아파우더 등을 추출하는 공정으로,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 숏커버링(short covering)은 선물이나 주식 등을 공매도한 세력이 가격 상승 시 손실을 막기 위해 포지션을 되사들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매수 압력이 일시적으로 급증해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특징이 있다.
또한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세계 주요 농산물·에너지·금속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국제 파생상품 거래소이며, 런던·뉴욕·싱가포르 등지에 플랫폼을 두고 있다.
◆ 시장 전망과 전문가 시각
단기적으로는 북미 수요 호조와 펀드 포지션 조정이라는 양날의 변수가 맞물리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유럽·아시아 소비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가격 랠리가 장기 추세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팽배하다. 특히 가나 증산과 ICCO의 흑자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상반기의 극심한 타이트닝 사이클은 일단락될 수 있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는다.
반대로 품질 저하와 기상 이슈가 더 심화될 경우, 공급 스프레드가 재차 확대돼 뉴욕·런던 가격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옵션 변동성 지표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헤지 전략이 필수라는 조언이 나온다.
※ 본 기사에 언급된 종목이나 상품에 대해 기자는 직·간접적인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는다. 모든 데이터와 정보는 투자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제공 목적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