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CLQ25)은 전 거래일 대비 0.30% 내린 ▲-0.20달러로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RBQ25) 가격도 ‑0.0170달러(-0.78%) 떨어졌다.
2025년 7월 1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 달러 약세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 강화 소식에 힘입어 유가가 올랐으나,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파이프라인 수출 재개 승인이 전해지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라크 정부는 2023년 3월 이후 중단됐던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한 북부 쿠르드 지역 원유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bpd)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는 OPEC 2위 산유국으로, 추가 공급은 세계 시장 전반의 공급 과잉 우려를 자극했다.
EU, 러시아 원유 제재 한층 강화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한 15차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 은행 20곳의 SWIFT 차단, 제3국 정제 러시아산 석유 제품 제한,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정유소 블랙리스트 지정, 그리고 105척의 ‘그늘 함대(shadow fleet)’ 선박 제재를 포함한다.
총 400여 척 이상의 선박이 제재 대상이 되면서 러시아발 물류 차질이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 지표가 에너지 수요 기대 지지
같은 날 발표된 6월 미국 주택 착공은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000가구로 시장 예상(130만 가구)을 웃돌았다. 건축 허가도 0.2% 늘어난 139만7,000건으로 예상치(-0.5%)를 상회했다. 여기에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1.8로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해 미국 내 에너지 수요 견조에 대한 기대를 부추겼다.
OPEC+ 증산 계획과 재검토 움직임
공급 측면에서는 OPEC+가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000배럴 추가 증산하기로 합의한 점이 유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후에도 유사 규모 증산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2026년 9월까지 220만 bpd 감산을 완전히 되돌리는 계획의 일환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지난주 OPEC+가 10월 이후 증산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해, 하반기 수요 둔화 가능성에 대한 생산국들의 경계심이 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늘어나고 있다며, 2025년 4분기에는 전 세계 수요 대비 1.5%에 해당하는 초과 공급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고·시추 리그 데이터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7월 11일 주간 미국 원유 재고는 385만9,000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나타냈다. 휘발유 재고는 339만9,000배럴,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17만3,000배럴 증가했다. 그럼에도 원유 재고는 5년 평균보다 8.0% 낮고, 디스틸레이트는 21.1% 낮아 공급 여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같은 주 원유 생산량은 1,337만5,000bpd로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첫째 주 1,363만1,000bpd)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베이커휴즈는 7월 18일로 끝나는 주간 미국 석유 시추 리그 수가 2기 감소해 422기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로, 2022년 12월 627기에서 가파르게 줄어든 수치다.
탱커 재고 및 해상 물동량
해상 물류 데이터 업체 보텍사(Vortexa)는 7월 11일 주간 정박 상태(7일 이상)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4.6% 감소한 7,803만 배럴이라고 밝혔다. 해상 재고 축소는 현물 시장의 공급 긴축 요인으로 작용해 유가를 지지한다.
용어 설명
•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경질·저유황 원유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제 유가의 기준이다.
• RBOB :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 기준에 맞춰 산소 첨가제를 섞기 전 상태의 휘발유 선물 계약을 말한다.
• bpd : barrels per day의 약자로, 하루 원유 생산·소비 단위를 의미한다.
• SWIFT : 국제은행간통신협회가 운영하는 은행 간 결제망으로, 제재 대상 은행은 국제 결제가 사실상 봉쇄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적으로 공급 확대(이라크·OPEC+)와 지정학적 차질(EU 제재) 요인이 병존하면서 유가가 좁은 범위 내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 지표가 견고한 만큼 수요 측 지지력이 유지되지만, IEA가 지적한 대로 재고 누적이 이어질 경우 4분기에는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WTI 70달러대 중후반이 단기 지지선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미국 전략비축유(SPR) 재구매 속도와 중동·러시아발 지정학 변수가 추가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향후 OPEC+ 회의 일정과 미국 원유 재고·리그 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