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 우려에 국제 유가 하락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2025년 8월물은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일 대비 0.30% 내린 배럴당 66.91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 선물도 0.78% 하락해 갤런당 2.16달러선으로 밀렸다.

2025년 7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유럽 증시 개장 전 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KRG)가 터키 지중해 제이한(Ceyhan) 항 송유관 재가동 계획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 폭을 반납하고 하락 전환했다. 2023년 3월부터 중단됐던 해당 노선이 재가동되면 하루 23만 배럴(bpd) 수준의 추가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약달러 흐름과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는 장 초반 유가를 지지했다. EU는 러시아산 석유제품을 제3국에서 재정제한 없이 재수출하는 행태를 차단하기 위해 20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망 SWIFT(국제은행통신협회망)에서 제외하고, 105척에 달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대’ 선박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미국 거시지표 호조에도 수급 불균형 우려 확산

같은 날 발표된 6월 미국 주택 착공은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000호로 시장 예상치(130만호)를 상회했고, 건축허가도 0.2% 늘어난 139만7,000호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시간대 소비심리 지수는 5개월래 최고인 61.8을 나타내 경기 회복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8월 54만8,000bpd 증산에 합의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사한 규모의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 시나리오가 부각됐다.

OPEC+는 2026년 9월까지 2년간 유지해온 감산 정책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단계적 증산을 진행 중이다. 6월 산유량은 28만1,000bpd 증가해 1년 6개월 만의 최고치(2,810만bpd)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재고가 이미 하루 100만bpd 속도로 쌓이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전 세계 수요 대비 1.5%가 남는 구조적 공급 과잉이 현실화될 수 있다”

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경고를 인용하며 우려를 확대하고 있다.


재고·정책·지리정치 변수

공급 사이클과 달리 단기 재고 지표는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7월 11일 기준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385만9,000배럴 감소해 3주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이는 최근 5년 평균보다 8% 낮은 수준이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339만9,000배럴 증가했으나, 중간유분(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21.1%나 부족해 경유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는 Baker Hughes가 집계한 미국 내 가동 원유 시추기는 422기로, 2021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200기 이상 줄어들며, 셰일 기업의 ‘투자 절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OPEC+가 공급 과잉 리스크를 감지하고 10월 이후 증산 일정을 동결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9월 54만8,000bpd 증산 이후 추가 확대를 유예해 수급 균형을 맞추는 방안이 내부 논의 중이다.


지식 확장을 위한 용어 해설

  • WTI: 미국 텍사스 중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로, 글로벌 원유 벤치마크 세 가지(브렌트유·WTI·두바이유) 가운데 하나다.
  • RBOB(R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미국 휘발유 선물의 표준 규격으로, 옥탄가와 증기압을 맞춘 ‘무산소 배합전 혼합물’이다.
  • SWIFT: 전 세계 200여 개국 은행이 이용하는 금융 메시징 네트워크로, 국가 간 자금 이체의 핵심 인프라다.
  • EIA: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으로, 원유·가스·전력 등 에너지 관련 공식 통계를 주간·월간 단위로 발간한다.
  • 그림자 선대(Shadow Fleet): 제재 회피를 위해 선박 위치 신호를 조작하거나 환적을 통해 원유를 은닉 운송하는 선박 집단을 일컫는다.

시장 전망과 리스크 요인

향후 유가 방향성은 ① OPEC+의 10월 이후 증산 여부, ② 이라크·쿠르드의 송유관 재가동 속도, ③ 러-우 전쟁 관련 제재 강화 수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와 달러 인덱스 흐름, 중국·인도의 경기 회복 강도도 수요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재고 감소, 시추기 축소 등 공급 억제 신호를 주시하는 동시에, ‘초과 공급’ 가능성을 높이는 증산 결정을 상쇄할 가격 안정 메커니즘—예컨대 자발적 감산 확대나 전략비축유(SPR) 재비축—가 등장할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