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사들,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에 ‘조지아산 대리석’ 압박… 비용 초과 논란 재점화

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미국 미술위원회(Commission of Fine Arts·CFA) 위원들이 5년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 캠퍼스 개보수 설계안 심사 과정에서 ‘조지아산 백색 대리석’ 사용을 강하게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현재 해당 프로젝트의 6억 달러 규모 예산 초과와 ‘과시적’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제롬 파월 의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CFA가 공개한 회의록은 연준이 2020년 1월 회의에서 ‘투명성을 상징한다’는 취지로 유리 커튼월(glass curtain wall) 도입을 제안했으나 트럼프 임명 위원들이 ‘은행 본관은 견고함과 영속성을 드러내야 한다’며 일제히 반대했다고 전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해 말 백악관 집무기간 중 공공 건축물의 고전양식 채택을 촉구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고, 2025년 1월 재임 첫날 해당 명령을 다시 발효시켰다.

“유리는 영구적이지 않고 취약하다”― 저스틴 슈보(Justin Shubow) CFA 위원, 2020년 1월 회의 발언.

슈보 위원을 비롯한 트럼프 측 3인의 위원은 연준이 차기 제출안에 미국 남동부에서 채석되는 ‘화이트 조지아 마블(white Georgia marble)’을 사용토록 요구했다. 반대파가 이 안을 부결시켰으나, 6개월 뒤 연준 건축팀은 해당 대리석을 포함한 수정안을 내놨고 2021년 최종 확정에 이르렀다.

비용 초과와 파월 해임 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복귀 후인 올해 1월부터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월 의장을 거의 매일같이 비난하고 있다. 이번 주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의 백악관 회동에서는 ‘파월 해임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보도 직후 “해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한발 물러섰다.

미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은 통화정책과 관련한 이견만으로는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사유(cause)’가 있을 때만 해임할 수 있다는 조항은 대체로 직무 태만·부정·비리 등에 국한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미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연방기관 수장을 해임한 사건에서 ‘정당한 사유 없는 면직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OMB의 공세

이 같은 제약 속에서 백악관은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 예산을 파월 해임 명분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사비는 애초 18억 달러에서 약 24억 달러로 불어났다. 러셀 보트(Russell Vought) 백악관 관리예산국(OMB) 국장은 지난주 파월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프로젝트 관리 부실’이라며 상세 자료를 요구했다.

파월 의장은 18일 서신 답변에서 “우리는 의회가 부여한 의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공적 자원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있다”며 “2017년 이사회 승인 이후 프로젝트가 엄격히 감독돼 왔다”고 반박했다.

배경 설명: 미술위원회(CFA)·유리 커튼월이란?

미국 미술위원회는 1910년 의회가 설치한 연방 자문기구로, 워싱턴 D.C. 내 연방 건축물·기념물 디자인을 사전 심의한다. 유리 커튼월은 건물 외벽을 구조체와 분리해 대형 유리 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채광 및 경량화 장점이 있으나 ‘내구성’ 문제로 보수적 설계자들이 꺼리기도 한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전망

건축·예산 전문가들은 ‘고급 대리석 사용’ 요구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미국 전통주의 건축 선호와 궤를 같이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현재 백악관이 추가 비용을 파월 해임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 압력 카드로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법원이 공공기관 독립성을 수차례 확인해 온 만큼, 실제 해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용 정보

연준 본부 주소: Constitution Ave. NW, Washington, D.C. 예산 집행 및 설계도는 연준 홈페이지(입법 공시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OMB와 연준 간 추가 서신 교환, 그리고 하원 청문회 일정을 주시하며 파월 의장 거취에 따른 통화정책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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