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물가안정을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오스턴 구울즈비(Austan Goolsbee) 총재가 연속적인 관세 부과 발표가 통화정책 정상화 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구울즈비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뚝뚝’(drip drip) 떨어지듯 이어지는 새로운 관세 소식은 관세가 단발성 가격 충격에 그친다는 통념을 무너뜨린다”며 “관세 정책의 종착점을 명확히 알기 전까지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 물가 목표로 복귀 중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어떤 변수라도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춘다”며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은 통화당국의 결정 일정을 예상보다 더 길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드립 드립’ 관세의 의미와 정책 함의
구울즈비 총재가 언급한 ‘drip drip’은 영어권에서 변수가 물방울처럼 끊임없이 떨어져 누적 압력을 높인다는 이미지를 담은 표현이다. 단발성 충격에 그치지 않고 시장·기업·소비자의 비용 구조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용어다. 실제로 관세는 수입 제품 가격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를 자극하며, 기업은 원가 부담 증가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거나 마진 축소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관세가 일회성 충격으로 끝난다는 오래된 가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 오스턴 구울즈비 시카고 연은 총재
연준의 핵심 과제는 물가를 2%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관세 인상은 공급비용을 높여 기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구울즈비 총재는 물가 궤적이 다시 꺾이지 않는다면, 이미 시장이 기대하는 ‘연내 금리 인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시사했다.
◇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이유
현재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동결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경기 둔화와 신용경색을 심화시킨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조만간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구울즈비 총재의 발언은 “충분한 데이터 확인 전에는 섣부른 완화가 없다”는 연준의 일관된 메시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관세는 ‘코스트 푸시(cost-push)’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대표적 공급 측 요인이다. 연준이 주로 대응해온 수요 측 인플레이션과 달리, 관세 인상은 통화정책으로 제어하기 까다롭다. 구울즈비 총재가 “어디까지 관세가 확대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시장·기업에 던지는 시사점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들은 미 국채 수익률 곡선과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만약 금리 인하가 지연된다면, 장기금리 하락 기대에 베팅했던 세력은 포지션을 조정해야 할 수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제조·유통 업종 역시 비용 전가 전략과 공급망 재편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기업은 관세 회피를 위해 제3국 생산이나 역외 조립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전문기자의 해설 — ‘관세-인플레-금리’ 3중고, 해결 실마리는?
전문적 관점에서 보면, 관세가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경로는 ① 직접 가격 상승 ② 공급망 경직에 따른 간접 비용 ③ 기업 기대 심리 변화를 통한 투자 지연 등으로 나뉜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내리려면 물가 파이프라인 전체가 안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관세가 계속 불확실성을 키우면, 연준 내부에서도 인하·동결·추가 인상 등 노선 차이가 심해질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관세 정책은 정치적 변수와 맞물려 있다. 대선·의회 선거를 앞두고 보호무역 카드를 활용하면, 중앙은행의 ‘독립적 물가 안정’ 목표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통화정책 자체보다 통상 정책 기조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용어 풀이
①관세(Tariff): 특정 상품·서비스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해외 제품 가격을 높여 국내 산업을 보호하거나 무역 흑자·적자 조정을 도모하는 정책 수단이다.
②2% 물가 목표: 연준이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는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치다.
③드립 드립(drip drip): 작은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해 총체적 영향을 키우는 현상을 빗댄 표현으로, 경제 기사에서 ‘누적 충격’을 강조할 때 주로 쓰인다.
결국, 관세 변동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연준이 금리 인하 버튼을 누르기는 쉽지 않다. 구울즈비 총재의 발언은 시장이 간과하기 쉬운 무역 정책-물가 변수의 상호작용을 재조명하며, 향후 화두가 될 통화·통상 정책 공조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