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EU ‘AI 코드 오브 프랙티스’ 서명 전망…메타는 거부

브뤼셀마이크로소프트(MS)가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AI) 규제 체계 준수를 목적으로 마련된 자율지침 ‘코드 오브 프랙티스(Code of Practice)’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회사 최고경영진이 밝혔다. 반면 메타플랫폼(Meta Platforms)은 같은 지침을 단호히 거부해 업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코드 오브 프랙티스는 13명의 독립 전문가가 공동 작성한 자율 규범으로, EU AI 법(AI Act)의 시행(2024년 6월) 이후 기업들이 해당 법령을 원활히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명 기업은 모델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콘텐츠의 요약 정보를 공개하고, EU 저작권법을 준수할 정책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EU AI 법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 메타, 오픈AI(OpenAI), 앤스로픽(Anthropic), 미스트랄(Mistral) 등 ‘범용(General-Purpose) AI 모델’을 개발·운영하는 글로벌·스타트업 기업 수천 곳에 폭넓게 적용된다. 특히 초거대 언어모델(LLM) 개발사를 규제 대상에 명시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했다.


문서를 검토해 봐야 하지만, 우리는 서명할 가능성이 크다” –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MS 사장

스미스 사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업계와 직접 소통하려는 EU AI 오피스(규제 총괄 기구)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규제 준수를 지원하는 한편,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메타플랫폼의 글로벌 정책 총괄 조엘 캐플런(Joel Kaplan)은 같은 날 링크드인(LinkedIn) 블로그 게시글에서 “메타는 해당 코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번 지침은 모델 개발자들에게 여러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하며, AI Act가 요구하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의무를 부과한다”고 비판했다.

캐플런은 “45개 유럽 기업 또한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나친 규제 확대가 유럽 내 최첨단 AI 모델 개발·배포를 위축시키고, 해당 모델 위에서 비즈니스를 구축하려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공유했다.

오픈AI미스트랄은 이미 코드 오브 프랙티스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투명성·책임성·저작권 준수’라는 규범적 가이드라인이 시장 신뢰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드 오브 프랙티스와 AI Act: 무엇이 다른가?

EU AI Act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위반 시 최대 3500만 유로 또는 전 세계 매출의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반면 코드 오브 프랙티스자율 규범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서명 기업은 규정 준수 계획·데이터 투명성·리스크 관리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EU는 서명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행령 세부지침을 보완하고, 추후 규정 위반 사례 발생 시 양측 간 중재 절차를 단순화할 방침이다.

전문가 해설: ‘투명성’이 관건

범용 AI 모델은 뉴스, 서적, 웹 문서 등 막대한 텍스트·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문장 생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학습 데이터에 저작권 보호 콘텐츠가 포함되는 경우가 잦아 작가·언론사·음악 산업과의 저작권 분쟁이 빈번하다. EU는 데이터 소스와 사용 목적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창작자 권리AI 혁신을 조화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이번 사안은 ‘규제 준수 비용’‘글로벌 경쟁력’ 간 줄다리기를 상징한다. 빅테크 기업은 방대한 내부 자원을 활용해 규제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지만, 중소 규모 스타트업은 투명성·감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에 따라 혁신 저해 위험소비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자 관전평

EU가 자율규범과 법적 규제를 병행하는 ‘이중 트랙 전략’을 선택한 배경에는 글로벌 AI 기술 주도권유럽 가치(인권·프라이버시·저작권)를 동시에 지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명 여부를 ‘긍정 검토’로 돌린 것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EU 시장을 포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규제 당국과 협력해 ‘안전한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장기적 비즈니스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메타가 ‘과도한 의무·비용’을 이유로 서명을 거부한 것은, 메타 내부 전략이 오픈소스 모델 배포빠른 생태계 확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메타는 자사 모델 ‘라마(Llama)’의 소스코드를 공개해 개발자 커뮤니티를 선점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투명성 강화와 저작권 이슈로 오픈소스 진영이 제동을 걸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결국 EU의 규제 실험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을 경우, 경쟁국 또한 유사 규범을 도입할 개연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AI 생태계규제 상향 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앞으로 몇 달간 이어질 서명 여부·시행령 협상 과정에서 EU와 빅테크 간 힘겨루기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