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수출 재개 전망에 원유 가격 상승분 반납…EU 대러 추가 제재·미 경제 지표는 지지 효과

원유 시장이 잠시 반등했다가 하루 만에 제자리걸음을 했다. 18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미국 텍사스주에서 생산되는 대표적 경질유로, 국제 유가 벤치마크 가운데 하나 8월물은 전장 대비 0.02달러(0.03%) 오른 1배럴당 0.02달러 상승폭에 그쳤고, 8월물 RBOB 가솔린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을 충족하도록 산소를 첨가해 정제한 가솔린은 0.0114달러(-0.53%) 내렸다.

2025년 7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까지 유가는 달러 약세와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신규 제재 소식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라크 정부가 쿠르드 자치지역의 원유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지방에서 터키 제이한(Ceyhan) 항으로 이어지는 이라크-터키 송유관은 2023년 3월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KRG)가 합의에 도달하면서 하루 23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곧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생산국인 이라크의 증산·수출 재개 기대가 공급 과잉 우려를 자극하며 가격을 압박한 것이다.

WTI 선물 가격 차트

반면, EU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제14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승인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됐다. 이번 제재에는 러시아산 석유를 제3국에서 정제한 제품까지 제한하는 조치와 함께, 러시아 그림자 선대Shadow Fleet: 제재 회피를 위해 실제 소유주를 숨긴 채 운항하는 선박 집단 105척 추가 제재가 포함됐다. 또한,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Rosneft)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시설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로써 제재 대상 선박은 총 400척을 넘어섰다.

“EU의 이번 조치는 러시아산 원유가 우회 경로를 통해 시장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사실상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시장 전문가는 평가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주택 경기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며 에너지 수요 기대를 자극한 점도 유가를 지지했다. 6월 주택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000호(연율)로 시장 예상 130만 호를 웃돌았고, 건축허가 건수도 0.2% 늘어난 139만7000호로 깜짝 반등했다. 여기에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가 61.8을 기록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RBOB 가솔린 가격

그러나 시장 전반에는 공급 과잉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히 퍼져 있다. 7월 5일 OPEC+는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당초 전망치를 넘어선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추가 증산을 통해 초과 생산국에 경고를 보내겠다”며 카자흐스탄, 이라크 등 감산 할당을 넘긴 회원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OPEC+는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회복하는 일정을 추진 중이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주 보도한 ‘10월 증산 일시 중단’ 논의는 공급 확대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하반기 석유 수요가 둔화되면 2025년 4분기에는 하루 150만 배럴(전 세계 소비의 1.5%)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해상 재고는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선박 추적업체 보텍사(Vortexa) 집계에 따르면, 7월 11일 주간 기준 일주일 이상 정박 상태인 유조선의 적재 원유는 전주 대비 4.6% 감소한 7803만 배럴로 파악됐다. 이는 공급 과잉 우려를 일부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7월 11일 기준)에서도 미국 상업 원유재고가 385만9000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한 반면, 가솔린 재고는 339만9000배럴, 디스틸레이트(경유·등유) 재고는 417만3000배럴 증가했다. 원유 생산량은 주간 기준 0.1% 줄어든 1337만5000배럴로 집계돼, 지난해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에 다소 못 미쳤다.

유가 변동 그래프

미국 베이커휴스(Baker Hughes)가 7월 11일 마감 주간에 발표한 활성 시추공(리그) 수는 1기 감소한 424기로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다시 썼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동안 200기 이상 급감한 셈이다.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국제 금융기관 간 결제를 위한 메시징 시스템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달러·유로 결제 접근이 차단된다가 추가로 20개 러시아 은행을 차단한 것도 주목할 변화다.


기자 해설
유가는 단기적으로 공급·수요 균형과 지정학 변수에 따라 방향성이 엇갈리고 있다. 이라크발 증산 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브렌트유 80달러선에서 상단이 눌릴 수 있지만, 러시아산 공급 제한 및 미국 경제지표 호조는 하방을 방어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중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옵션·스프레드 전략 등 리스크 헷지 수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