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연준 이사, “트럼프가 요청하면 의장직 수락”…현재까지 접촉은 없어

워싱턴(로이터)—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인 크리스 월러기준금리 인하의 선제적 필요성을 주장해 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할 경우 이를 기꺼이 수락하겠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일해 주겠느냐’고 물었고, 나는 ‘예’라고 답했다”며 “이번에도 ‘봉사해 달라’는 연락이 온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연락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자, 최근 거의 매일같이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이에 따라 연준 독립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월러 이사는 오는 7월 29~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즉각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고, 경제 및 민간 고용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러 이사는 “기저 지표들을 보면 민간 부문의 고용 시장이 매우 견조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용 둔화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연준이 한발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에서 동결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그러나 월러 이사와 역시 트럼프가 지명한 미셸 보우먼 연준 부의장(은행 감독 담당)만이 즉각적 인하를 공개 지지하고 있다. 동료 8명은 9월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러 이사는 자신의 입장이 “정치적 고려와 무관하다”고 못 박으며, “논리적·데이터 기반 접근”으로 경제학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워싱턴 본부(에클스 빌딩) 개·보수 비용 초과 문제를 부각하며 파월 의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트럼프의 공세와 ‘레짐 체인지’ 논란

경기 침체 국면에 맞먹는 수준으로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는 “파월 의장이 사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공개 발언했지만, 파월 의장은 “2026년 5월 임기 만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리서치 기관 르네상스 매크로의 닐 더타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월러 임명이야말로 트럼프가 연준에 미칠 영향력을 극대화할 가장 명백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월러는 에클스 빌딩 예산 초과, 정부 차입 비용, 혹은 소위 ‘레짐 체인지’(통화정책 체제 교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경제 위험 균형의 변화를 이야기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는 통화정책의 목표·도구·의사결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주장으로, 중앙은행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후보군 물색과 절차

현직 이사인 월러가 의장으로 지명되면 즉시 정책 결정에 표결권발언권을 갖는다. 다른 거론 후보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 그리고 2011년 이후 연준을 꾸준히 비판해 온 전 이사 케빈 워시 등이 있다. 워시는 최근 한 TV 인터뷰에서 “연준에는 ‘레짐 체인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베센트·해싯·워시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임기가 2월에 종료될 때까지는 7인 이사회에 합류할 수 없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주 “파월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공식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 연구국장 출신인 월러는 “9월에 인하하든 2주 뒤에 인하하든 경제적 결과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인하 결정을 미루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키울 뿐”이라고 진단했다.


연준 독립성과 G20 공동성명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파월 의장을 해임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근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연준 의장 해임 카드는 금리 인하 논리를 넘어 중앙은행 독립성 논쟁을 촉발시켰다.

중앙은행이 정부 재정 조달을 돕기보다는 물가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원칙은 글로벌 거시경제 관리의 핵심으로 통한다. 이를 어길 경우 인플레이션 급등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틀간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18일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데이터 중심 정책중앙은행 독립성이 물가 안정 달성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명시했다.


의회 반응과 파월의 입지

연준 의장·이사 인준 권한을 가진 미 상원 재무위원회 공화당 의원들도 연준 독립성을 강조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라운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시장 참가자들이 연준이 진정으로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확신해야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파월 의장과 원만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 해설: 정책 공간과 시장 파급

현 시점에서 월러 이사의 ‘선제적 완화’ 구상은 통화정책의 대응 속도중앙은행 신뢰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9월 인하를 기정사실로 여기지만, 정책의 타이밍정치적 파장이 얽히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특히 연준이 정치권의 직접적인 압박에도 ‘데이터 의존성(data dependent)’을 고수할 수 있을지가 향후 달러 가치미 국채 금리의 중·장기 흐름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