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스파고 직원 ‘출국 금지’ 소식에 고조되는 외국 기업의 불안
미국 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의 한 직원이 중국을 떠나지 못하도록 출국 금지(exit ban) 조치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국계 기업 직원들이 중국 당국과 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로이터 통신 인용 보도에 따르면, 다수의 경제단체·외교관·해외 주재 경영진은 이번 사례가 장기간 이어져 온 ‘외국인 출국 통제’ 추세의 연장선이며, 최근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외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기조와는 상충된다는 평가를 내놨다.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 Chamber of Commerce in China)의 옌스 에스켈룬드(Jens Eskelund) 회장은 “이런 사례는 중국 여행 계획을 세우는 외국 기업들에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라며 “중국이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시점에 혼재된 신호를 보낸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전모
이번에 출국 금지 조치를 받은 인물은 상하이 출신으로 웰스파고의 국제 팩토링(매출채권 할인) 사업을 총괄하는 마오천웨(Chenyue Mao)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최근 중국에 입국한 뒤 출국을 제한받았으며, 미국 시민권자라고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로이터가 열람한 마오의 전자우편 자동 회신에는 “업무 차 해외 출장 중”이라는 문구만 남아 있었다. 웰스파고는 이번 사건 직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중국 출장 전면 중단’ 지침을 내린 상태다.
중국 외교부 린젠(Lin Jian)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웰스파고 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중국은 외국 기업에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중 미국 대사관은 프라이버시 등을 이유로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임의적(exit ban) 조치가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영향을 받는 미국 시민의 즉각적인 귀국 허용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출국 금지’란 무엇인가?
출국 금지(exit ban)는 중국 국경관리국·공안·검찰이 형사·민사·상업 분쟁 또는 국가안보 사안을 이유로 개인의 출경(出境)을 제한하는 행정 명령이다. 한국어 직역 시 ‘출국 통제’에 가깝다. 이 제도는 보석(Bail) 제도가 미비한 중국 사법체계에서 ‘도주 우려’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지만, 정치적·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쓰인다는 비판도 꾸준하다.
관련 통계와 업계 반응
미국 인권단체 더이화재단(The Dui Hua Foundation)은 중국에서 부당 구금·강압 조치(출국 금지 포함)를 받는 미국인이 20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4년 11월 중국 여행경보를 갱신하며 “임의적 법 집행·출국 통제 가능성을 이유로 ‘주의 강화’를 권고한 바 있다.
EU상공회의소 회원 128개사를 대상으로 한 2023년 설문에서도, 9%가 ‘개인 신변 안전·법적 책임(회사 압수수색·임의 체포·출국 금지)’을 이유로 중국 주재 외국인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 4%는 직원이 출국 금지를 당해 본사 출장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Safeguard Defenders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중국 내 출국 금지 사례는 ‘수만 명’ 규모로 급증했으며, 대다수는 중국 국적자다. 2022년 발표된 학술 연구(1995~2019년 대상)에서는 외국인 출국 금지 사례가 128건 확인됐고, 미국인이 29건·캐나다인이 44건이었다. 약 3분의 1은 비즈니스 관련이었다.
베이징 소재 변호사이자 미국상공회의소 중국지부 전임 회장 제임스 짐머맨(James Zimmerman)은 “중국 당국은 도주 위험이 있는 증인·용의자를 막기 위해 출국 금지를 관행적으로 사용한다”면서, “대부분은 합법적 근거가 있으나 정치적 이유로 남용되는 사례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짐머맨에 따르면, 제한 해제를 위한 절차가 불투명하고 보석제도가 부실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유사 사례와 현재의 위험도
최근 몇 년간 출국 금지 조치에 휘말린 외국계 임원으로는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 미국 리스크 컨설팅 업체 크롤(Kroll), 스위스 자산운용사 UBS 관계자 등이 있다.
그러나 뉴욕시 변호사협회 아시아위원회 공동회장 벤저민 추(Benjamin Qiu)는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중국 출장 위험도가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추는 “국유기업이나 국가 자체의 표적이 되지 않는 한 리스크는 낮다”면서, 단 ‘화교·동포’ 여행객의 위험 노출이 더 큰 현실을 지적했다.
금융·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속내
홍콩에 근무하는 서구계 대형은행 자본시장 담당 임원은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로이터에 “우리는 중국에서 사업 비중이 워낙 크고 출장 빈도도 높아 중국 방문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이번 사례가 단발성으로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 시각: 중국 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과제
현재 중국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내수 둔화로 인한 성장률 하락 압박을 외자 유치로 만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법 집행의 예측 불가능성이 부각되면, 외국 기업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해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융 서비스·컨설팅·데이터 분석 등 ‘정보 기반’ 산업 종사자는 국가안보·데이터 보안법 등과 충돌하기 쉽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1) 중국 출장 전 법적 검증 프로세스 강화, (2) 중국 내 분쟁 발생 시 현지 변호사·대사관과의 즉각적 협의, (3) 직원 신변 안전 보험 확대 등을 권고한다.
한편, 글로벌 자본은 중국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을 여전히 매력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 비용’을 ‘시장 접근 비용’과 비교·계산하는 정교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용어 해설
팩토링(Factoring) — 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외상매출)을 금융기관이 할인 매입해 조기 현금화를 돕는 금융 기법으로, 무역 거래에서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목적이 크다.
Exit Ban(출국 금지) — 중국 출입경관리법 및 형사소송법 등에 근거해 개인의 출국을 제한하는 조치. 체류 기간 중 수사·재판·조사 필요성이 있거나, 국가안보·국가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내려진다. 공식 통계는 없으나 인권단체 추산으로 동시 적용 인원은 수만 명에 달한다.
Bail(보석) —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금·보증인을 조건으로 석방하는 제도. 중국은 보석 허용 범위가 협소하며, 출국 금지와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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