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플랫폼스(NASDAQ:META)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의 ‘범용 인공지능 실무 규범(General-Purpose AI Code of Practice)’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정책 총괄 책임자인 조엘 캐플런(Joel Kaplan)은 “해당 규범은 유럽을 AI 분야에서 잘못된 길로 이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캐플런은 자신의 링크드인(LinkedIn) 게시물을 통해 “세부 조항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규범은 개발사에 법적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EU AI 법(AI Act)의 범위를 크게 초과하는 의무를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EC가 7월 10일 발표한 이번 실무 규범은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며, AI 모델 제공사가 △안전성 △투명성 △저작권 보호 의무를 준수하도록 돕는 취지를 갖는다. 규범은 8월 2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메타의 결정 배경
캐플런은 다수 유럽 대기업이 던진 경고와 보조를 맞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7월 초 보쉬(NSE:BOSH), 지멘스(ETR:SIEGn), SAP, 에어버스, BNP파리바 등 44개 대기업이 EC에 서한을 보내 “도입 시계를 멈춰달라(Stop the Clock)”고 요청한 바 있다. 캐플런은 “규제 과잉(over-reach)은 최첨단 AI 모델의 개발·배치를 질식시켜, AI를 기반으로 성장하려는 유럽 기업의 싹을 잘라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규범 내용
규범은 총 3개 장(章)으로 구성되며, 1투명성, 2저작권, 3안전·보안 분야를 다룬다. 1,000명 이상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다중 이해관계자 프로세스를 거쳐 마련됐고, 회원국과 EC가 승인하면 향후 AI Act 준수를 간소화해 행정 부담을 줄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EU 추가 가이드라인 발표
EC는 7월 18일(현지 시각) ‘시스템적 위험(Systemic Risk)을 수반한 범용 AI 모델’ 제공사를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도 공개했다. 해당 규정은 메타뿐 아니라 오픈AI, 앤트로픽, 구글(NASDAQ:GOOGL) 등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에 적용된다. 이미 시장에 출시된 모델은 2027년 8월 2일까지 완전 준수를 달성해야 한다.
“우리는 혁신과 안전이라는 두 축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과잉 규제는 혁신의 숨통을 조인다.” – 조엘 캐플런, 메타 글로벌 어페어스 총괄
전문 용어 해설
AI Act는 EU가 2024년 제정한 포괄적 AI 규제법으로, 리스크 기반 접근 방식을 채택해 AI 시스템을 금지·고위험·제한·최소 위험 네 단계로 분류한다. 범용 AI 모델(GPAI, General-Purpose AI)은 특정 작업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언어·멀티모달 모델을 포함한다.
시장·법률적 함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이 미·중·EU 간 AI 규제 주도권 경쟁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특히 메타의 공개 불참 선언은 자율 규범의 ‘도미노 이탈’을 부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EU 내부 통일성과 글로벌 기술기업 투자 방향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한 EU 규범의 엄격성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개발사들은 모델 학습 데이터 공개와 저작권 필터링 등 추가 비용을 떠안게 된다. 한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미국과 달리 GDPR 등 데이터 보호·프라이버시 규제가 이미 강력한 EU에서 AI Act까지 본격 시행되면,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도 ‘규제 적합성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망과 과제
현재 유럽 의회와 각국 정부는 ‘혁신 촉진’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 중이다. 다만 캐플런이 지적한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메타뿐 아니라 다른 대형 기술기업도 규범 참여를 미루거나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EC는 이해관계자 협의체 확대ㆍ보완 입법 등을 통해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편집자 관전 포인트
1)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EU 규제기관 간 힘겨루기가 향후 기술 표준과 시장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주목된다.
2) 2027년 8월까지 유예된 완전 준수 시한이 투자·연구개발(R&D) 계획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3) 범용 AI 모델을 둘러싼 저작권·데이터 거버넌스 이슈가 글로벌 공통 의제로 부상하면서, 각국 규제 프레임워크 간 조화(convergence)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