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스테 그룹 “ECB, 다음 주 금리 동결 전망”

유럽중앙은행 7월 회의 관전 포인트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7월 2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주요 정책금리를 현 수준에 유지할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ECB는 지난 6월 회의에서 유로존 20개 회원국의 둔화되는 인플레이션부진한 경제 활동을 근거로 예금금리를 25bp(0.25%포인트) 내린 2%로 조정했다.

이는 1년 동안 총 8차례 단행된 금리 인하 중 마지막 조치였으며, 당시 ECB는 “7월에는 상황을 주시하며 금리 인하 사이클을 잠시 멈출 것”이라는 pause 신호를 던졌다. 그 배경에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 확대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참고: ‘bp(베이시스 포인트, basis point)’는 0.01%포인트를 의미하는 금융 용어다. 25bp는 0.25%포인트에 해당한다.


무역 전선에서 불거진 새 변수

에르스테 그룹(Erste Group) 수석 애널리스트 게랄트 발렉(Gerald Walek)이 이끄는 팀은 투자자 노트에서

“ECB의 향후 행보는 미·EU 관세 분쟁 전개 및 그에 따른 성장 전망 변화에 크게 좌우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말 동안 EU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ECB가 지난달 시나리오 분석에서 제시한 ‘가장 비관적인 경우’조차 뛰어넘는 충격 규모다.

이러한 발언은 정책 결정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나, 로이터가 인용한 ECB 정책위원 5인은 “다음 주 회의에서 예정된 인하 중단 계획을 뒤엎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혀 동결 가능성을 강화했다.


정책위원회 내부 평가

앞서 언급한 5명의 통화정책위원회(Governing Council) 구성원은 “예상보다 부정적인 충격 모델을 새로 작성할 수밖에 없지만, 7월 금리 동결 방침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르스테 애널리스트들은 관세가 실제로 8월 1일 시행되고 EU가 맞대응에 나설 경우 ECB의 ‘경고 레벨(Alert Level)’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버번위스키, 보잉(BA) 항공기 등 720억 유로 상당의 미국 제품을 겨냥한 보복관세 목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US Trade

“이 시나리오에서 ECB는 실물경제 지표와 금융시장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다. 경기 둔화가 지속적·가시적으로 확인되면 즉각적인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 에르스테 그룹 보고서 중


외교전 막판 스퍼트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 마로시 셰프초비치(Maros Sefcovic)는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막바지 협상을 벌였다. 8월 1일 데드라인이 불과 몇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 의회와 기업계에서는 “양대 경제권 모두에 심각한 타격”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에르스테 측은 “궁극적으로는 관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들은 ECB의 기존 금리 인하 효과와 유로존 각국이 검토 중인 확장적 재정정책이 맞물리면 향후 몇 분기 동안 “완만한 경기 반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

현재 유럽 국채금리는 ECB의 ‘여름 동결’ 전망을 선반영하며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역 전면전이 현실화되면 급격한 변동성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ECB가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크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예금금리가 2%까지 내려온 만큼, 추가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전통적 수단(예: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자산매입 확대)이 다시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 유의사항: 금리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무역협상 헤드라인에 따라 유로화·쿠폰채·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현금 비중 조정, 헤지 전략 점검 등이 필요하다.


기자 해설·전망

ECB는 작년부터 공격적 완화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너지 가격 변동이 상존하는 이상 ‘물가 안정’과 ‘성장 부양’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쉽지 않다.

현 단계에서는 정책 여력의 효율적 배분이 핵심이다. 무역 갈등이 순조롭게 봉합될 경우 ECB는 비교적 긴 호흡으로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추가 인하 카드가 재개될 공산이 크다. 이때 파급 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영역은 외환시장단기 금리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7월 회의는 ‘동결 후 관망’이라는 전술적 휴지기를 공식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정책 이벤트 이후 곧바로 미국·EU 간 무역 담판 결과와 8월 물가 지표, 각국 재정 패키지 추진 속도를 종합 감안해 포지션을 재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