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수익성 전쟁, 어린이 콘텐츠가 결정적 무기가 되다

영국 런던 엑셀(ExCel) 전시장에서 열린 브랜드 라이선싱 유럽 2023 현장에 전시된 호주 애니메이션 ‘블루이(Bluey)’ 캐릭터 조형물. © John Keeble | Getty Images News

스트리밍 업계가 가입자 ‘획득’에서 ‘유지’로 전략을 전환하는 가운데, 어린이용 프로그램이 핵심 무기가 되고 있다. ‘코코멜론(CoComelon)’, ‘블루이(Bluey)’와 같은 반복 시청형 시리즈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파라마운트+ 등 주요 플랫폼의 장기 구독 유지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18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2022년 가입자 감소를 공표한 이후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됐고, 각 사는 광고 도입·요금 인상 등 수익 다변화 모델을 적극 모색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제작비가 비교적 낮고 ‘반복 시청’에 강점을 지닌 키즈 콘텐츠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콘텐츠군으로 부상했다.

“아이들은 같은 에피소드를 무한 반복해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구독자 이탈(churn)을 줄이는 데 어린이 콘텐츠만큼 탁월한 장르는 없다.” — 케빈 메이어, 캔들미디어 공동 CEO


1. 구독자 이탈률(Churn)↓ = 마케팅 비용↓

미디어 전략 분석가들은 이탈률 감소가 신규 가입자 유치보다 스트리밍 수익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케빈 메이어 CEO는 “구독자가 빠져나가면 다시 끌어오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비를 써야 하고, 그 사이 매출 상단이 깎인다”고 설명했다.

챈들미디어(Candle Media) 산하 문버그(Moonbug)가 배급하는 ‘코코멜론’은 넷플릭스 초기 편성 당시 단 한 시즌(시즌 1)만으로도 ‘10대 이하 평균 시청 회차 5회’*Nielsen 추정치라는 기록을 세웠다.


2. 데이터로 본 키즈 콘텐츠의 ‘체류 시간’ 효과

니엘슨(Nielsen) 자료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에 편성된 ‘블루이’ 154편은 2025년 상반기 누적 250억 분 재생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실사·스포츠·프리미엄 드라마가 단기 흥행을 견인한 반면, 어린이용 시리즈는 ‘롱테일 소비’로 서비스 체류 시간을 압도했다.

영화 부문도 마찬가지다. 애니메이션 ‘모아나(Moana)’는 역대 최다 스트리밍 영화로 꼽히며, 속편 ‘모아나2’는 2025년 3월 공개 이후 72억 분 시청(니엘슨)이라는 흥행세를 보였다.


3. ‘자녀 보유 가구’ = 평균 13.6개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티보(TiVo) 2024년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캐나다 4,500여 명 중 자녀가 있는 가구는 평균 13.6개, 자녀가 없는 가구는 8.2개의 서비스를 사용했다. 전체 평균(9.9개)은 전년(11.1개) 대비 감소했으나, 가족용 콘텐츠가 많은 플랫폼은 여전히 해지율이 낮았다.

여름방학에는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니엘슨에 따르면 6~17세 TV·스트리밍 시청은 6월 한 달 동안 전월 대비 27% 급증했으며, 이 연령층의 TV 시청 시간 중 스트리밍 비중이 66%에 달했다.


4. 플랫폼별 전략 차별화

디즈니·파라마운트·넷플릭스는 풍부한 키즈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반면,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는 ‘세서미 스트리트’ 스트리밍 권리를 포기하며 장르 비중을 낮추는 역행 전략을 택했다.

‘세서미 스트리트’ 새 시즌은 2025년 하반기부터 넷플릭스에서 최초 공개되며, PBS KIDS·유튜브에도 동시 제공된다. 넷플릭스는 자사 전체 시청 시간 중 15%어린이·가족 카테고리라고 밝혔다.


5. 유튜브의 부상과 ‘크로스 플랫폼’ 전략

알파벳(Alphabet) 산하 YouTube는 TV 기반 스트리밍 시청 점유율 12.8%(2025년 6월, 니엘슨)로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를 앞섰다.

“키즈 시장에서 유튜브 없이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 알렉시아 레이븐, 매버릭스 인사이트 공동 창립자

카툰 스튜디오즈 CEO 앤디 헤이워드는 “콘텐츠 과잉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IP만이 유튜브에서 살아남는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디즈니, 파라마운트 등 전통 미디어는 유튜브 전용 채널·클립·시리즈를 자체 제작하며 ‘발견의 엔진(Engine of Discoverability)’로 활용 중이다.

파라마운트는 대표 IP ‘파우파트롤’, ‘스폰지밥’, ‘도라 더 익스플로러’를 앞세워 파라마운트+ 성장세를 견인했지만, 2025년 초 ‘Kid Cowboy’라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유튜브 단독으로 선보이며 실험에 나섰다.


6. ‘코코멜론’의 플랫폼 이동

‘코코멜론’은 유튜브 출신 콘텐츠로, 2020년 넷플릭스와 부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스트리밍 파급력을 입증했다. 니엘슨 집계에서 연속 155주 Top10에 올랐으나, 2024년 9월 이후 순위에서 이탈했다.

2027년부터 스트리밍 권리는 디즈니+로 넘어간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디즈니가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고, 넷플릭스는 2023~2024년 시청 시간 60% 감소를 근거로 재입찰을 포기했다.

디즈니 대변인은 “프리스쿨 타깃 콘텐츠 강화가 플랫폼 건강성의 핵심”이라며 ‘코코멜론’이 생태계를 보완한다고 밝혔다.


7. 넷플릭스, ‘Ms. Rachel’로 돌파구 모색

넷플릭스는 2025년 상반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Ms. Rachel’ 콘텐츠를 도입했다. 해당 시리즈는 글로벌 Top10 TV 부문 17주 연속 랭크됐고, 총 5,300만 회 시청을 기록했다.

테드 사란도스 공동 CEO는 “창작자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적합한 IP라면 넷플릭스와 협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 ‘Churn’ 용어 해설

Churn(철수·이탈률)은 일정 기간 내 서비스 해지 고객 비율을 뜻한다. 스트리밍 업체는 Churn 감소 → 마케팅 비용 절감 → 순이익 증가라는 공식에 따라, 반복 시청률이 높은 키즈 콘텐츠를 핵심 도구로 삼고 있다.


9. 전문가 시각

산업 분석가들은 “키즈 콘텐츠는 제작비·유지비 대비 ROI(투자수익률)가 가장 높다”며, 향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유튜브 퍼스트’ 전략은 전통 미디어의 IP 선순환 구조와 충돌하기보다는, 초기 인지도 확보 → 스트리밍 독점 편성이라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스트리밍 전쟁의 승패는 거대 예산 블록버스터가 아닌,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 틀어달라고 조르는 바로 그 프로그램을 누가 보유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