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애플, AI 경험 대폭 강화해야 하드웨어 판매 확대 가능”

[애플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와 인공지능 전략 재점검]

글로벌 투자은행 HSBC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애플(Apple Inc.)이 하드웨어 판매를 촉진하려면 보다 설득력 있는 인공지능(AI) 경험을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은 “AI 기술이 아이폰(iPhone) 교체 수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초기 기대가 짧은 시간 안에 사그라들었다”고 평가하며, 현재 전략만으로는 수요 반등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HSBC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은 여전히 애플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며 “AI를 통한 업그레이드 촉진 효과가 예상보다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이 2024년 6월 공개하고 2025년 4월까지 단계적으로 배포할 예정인 ‘Apple Intelligence’자연어 처리, 온디바이스(기기 내) 연산 등을 앞세워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HSBC는 “지금까지 체감되는 사용자 경험 개선은 미미하며, 특히 AI 기반 시리(Siri) 론칭 지연이 스마트폰 교체 시기를 늦추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AI 시리 출시 지연 → 교체 수요 둔화

보고서는 AI 강화 시리의 출시가 늦어짐에 따라 상당수 소비자가 “핵심 기능을 직접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굳이 새 아이폰으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애플은 전통적 하드웨어 스펙 개선에 다시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아이폰 17 스펙 개선 기대

HSBC는 “2025년 9월 출시가 유력한 아이폰 17이 아이폰 16과 유사한 수준의 수요를 일으킬 전망”이라면서도, 관세(타리프) 변수가 없을 때를 가정한 시나리오라고 전제했다. 은행은 별다른 관세 인상 없이 카메라·칩셋·배터리 등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일부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관세 리스크 확대

그러나 관세는 여전히 암초로 작용한다. HSBC는 “애플이 생산 거점을 재배치(리로컬라이즈)하는 속도가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인상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중국산 제품에 20% 추가 관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이미 2025년 2분기(4~6월) 실적 가이던스에서 9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마진 감소를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SBC는 애플이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추정했다.


규제·법적 불확실성

무역 변수에 더해 규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며, 미국 법무부(DoJ) 역시 시장 독점 혐의로 애플을 제소했다. HSBC는 “이들 조사·소송은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은 이 같은 불확실성을 반영해 애플 목표주가를 220달러로 유지하고, 투자의견을 ‘보유(Hold)’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규제 리스크를 5% 할인율에 반영했다”며 “관세 및 법적 변수로 단기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어 해설 (투자자 참고)

디지털 시장법(DMA)은 EU가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2024년부터 시행한 규제다. 게이트키퍼(지배적 플랫폼)로 지정된 기업은 자사 서비스 우대 행위를 제한받으며, 위반 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CAPEX) 등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을 말한다. 기업의 투자 여력, 배당·자사주 매입 가능성을 보여 주는 핵심 지표다.

관세(타리프)는 특정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비용 증가 → 소비자가격 상승 → 수요 감소라는 3단계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심층 분석)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이 AI 생태계 강화에 속도를 낼 경우, 향후 2~3년 안에 서비스·콘텐츠 수익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생산기지 다변화 실패와 규제 리스크가 맞물릴 경우, ‘아이폰 의존도’라는 구조적 문제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공존한다.

또한 애널리스트 커뮤니티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실제로 사용자 경험을 혁신할 만큼의 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2025년 상반기까지 명확한 성과를 보여 주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아이폰 17과 같은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는 지갑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생체 신호 기반 헬스케어 기능, 생성형 AI 비서 등 차별화 요소가 성공적으로 구현된다면, 애플은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마진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HSBC는 종합적으로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고하면서도, 애플이 막대한 현금흐름과 견고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장기적 성장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AI 기능이 사용자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관세·규제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하드웨어 판매 회복은 예상보다 더디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