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TON발(로이터) — 셰브론(Chevron)이 53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헤스(Hess) 인수를 마침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시선을 끌었던 장기 중재전에서 엑슨 모빌(Exxon Mobil)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를 상대로 승리하며, 최근 수십 년 사이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가이아나 스테이브로크 해역(Stabroek Block) 유전에 대한 지분 확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 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셰브론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2.5% 상승했고, 인수 대상인 헤스 주가는 6% 가까이 급등했다. 중재판정부의 판정문은 비공개였으나, 업계는 사실상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이 회사 전체 매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해석이 확定됐다고 보고 있다.
가이아나 유전의 전략적 가치
엑슨이 45% 지분을, CNOOC가 25% 지분을 보유한 스테이브로크 블록은 110억 배럴 이상의 가채 매장량을 가진 초대형 해상 유전이다. 가이아나 정부가 2015년 첫 유전 발견을 공식화한 이후, 이 해역은 빠르게 세계 최상위 생산 기지로 부상해 국가 경제성장률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렸다. 헤스가 갖고 있는 나머지 30% 지분이 셰브론으로 넘어가면, 회사는 부진한 생산 성장세를 만회할 핵심 엔진을 확보하게 된다.
“우리는 전 세계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셰브론과 협력해 왔으며, 이번 판정 결과에 따라 가이아나에서도 협력을 이어갈 것” — 엑슨 모빌 고위임원(2024년 5월 콘퍼런스 발언)
분쟁의 쟁점: 단 몇 단어에 얽힌 수십억 달러
엑슨과 CNOOC는 2024년 10월, 뉴욕 국제상업중재센터에 중재를 제기하며 헤스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주장했다. 그러나 셰브론과 헤스는 “‘지분’(interest)이라는 표현이 자산 매각만을 의미하며, 주식 전량 매각(M&A)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업계 변호사들은 기밀 운영협정(JOA)에 들어 있는 ‘interests under this agreement’라는 문구 해석이 판정의 핵심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재무적 수치로 본 파급력
헤스는 2023년 가이아나 사업에서 19억 달러의 이익을 올렸고, 2024년에는 31억 달러로 급증했다. 반면 셰브론의 조정순이익은 2023년 247억 달러에서 2024년 183억 달러로 감소해,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했다. 스테이브로크 생산량은 2027년 하루 120만 배럴까지 확대될 예정이라는 정부·업계 컨센서스가 존재한다.
‘48시간 클로징’ 작전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셰브론은 판정 결과가 나오는 즉시 48시간 이내 거래 종결을 목표로 회계·법무·운영팀을 대기시켰다. 실제로는 해상 플랫폼 승인 등 행정 절차를 포함해 45일 내 모든 통합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계획해 왔다.
용어·배경 설명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은 공동사업 파트너가 보유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기 전에 다른 파트너에게 동일 조건으로 매수 기회를 먼저 부여하도록 한 계약 조항이다. 중재(arbitration)는 법원 소송을 대신해 분쟁을 해결하는 민간 절차로, 국제 에너지 계약에서 빈번히 활용된다. 스테이브로크 블록은 가이아나 해안에서 190km 떨어진 심해에 위치하며, 평균 수심 1,500m, 저류층 깊이 3,660m에 이른다.
전문가 시각
이번 판정은 글로벌 합작투자 계약서(JOA) 작성 관행에 중대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특히 ‘회사 전체 매각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을 경우, 추후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가 업계 전반에 울린 셈이다. 또한 헤스 인수로 셰브론은 미국 셰일·아시아 LNG에 편중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2030년대 이후에도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 수요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략 가설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엑슨과 CNOOC는 30% 지분을 놓쳤지만 기존 70%로도 여전히 운영권을 보유한다. 향후 생산 확대와 세금·배당 수익 분배에서 셰브론과 삼자(三者)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결론적으로, 셰브론은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며 가이아나 핵심 자산을 손에 넣었고, 엑슨·CNOOC는 계약 체계 재정비의 교훈을 얻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저비용·저탄소 배럴 확보 경쟁은 향후 아프리카·남미 신규 해역에서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