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저평가 매력에 런던 증시로 회귀하다

런던 증시가 오랜 부진을 뒤로하고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다시 영국 주식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영·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완화된 규제 환경,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이 맞물려 ‘매력적인 복합 요인’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FTSE 100 지수는 연초 대비 10% 가까이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STOXX 600 지수(7.5% 상승)를 넘어섰다. 특히 파운드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달러 기준으로는 18%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거둬 2009년 이후 최대 달러화 기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런던 증시가 오랜만에 유럽 증시를 앞서 나가고 있다”라는 평가가 확산되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은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인트제임스플레이스(SJP)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저스틴 오누에쿠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비중을 대폭 축소했던 해외 대학 기금, 연기금, 자산주 등 대형 투자기관이 최근 들어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표시로 봤을 때 FTSE 100은 18% 상승했지만, 미국 S&P 500 지수는 6% 상승에 그쳤다. 이는 영국 증시가 오히려 안정성과 방어력을 겸비한 종목 구색으로 글로벌 자금의 ‘피난처 매력’을 부각시키는 대목이다.

① FTSE 100·STOXX 600, 무엇이 다른가?

FTSE 100 지수는 런던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의 평균 주가를 산출한 대표 지수다. 반면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600개 기업을 포괄해 유럽 전체의 경기 흐름을 보여준다. FTSE 100 구성 종목의 80%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글로벌 수출주’인 점이 특징이다.

AJ벨의 투자 애널리스트 댄 코츠워스는 “영국 주식시장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차 한 잔과 비스킷’처럼 마음을 진정시키는 존재”라며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실적을 내는 종목군이 줄지어 있다”고 비유했다.

② 밸류에이션 격차, 빠르게 좁혀지는 중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 집계에 따르면, FTSE 1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5배로 최근 5년래 최고 수준이다. 반면 STOXX 600은 14.11배로, 양 지수 간 PER 격차는 약 18개월 만에 최소치로 좁혀졌다. 미국 S&P 500의 PER(23배)과 비교하면 여전히 10포인트 이상 할인돼 있지만, 디스카운트 폭은 과거 대비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MG인베스트먼츠의 영국 주식 부문 책임자 마이클 스티애즈니는 “지난 2년간 미국 시장 대비 영국 시장의 상대적 부진이제는 되돌려지는 과정에 있다”며 “우리는 아직 초입(foothills)에 와 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③ 명·암(明暗) 교차: 통화 효과·수출주, 그리고 영국 경기 둔화

올해 들어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7% 상승하며 4년 만의 고점 부근에 머물고 있다. 통상 수출 기업에는 역풍이지만, 유로화 대비로는 약세를 보이고 있어 EU향 수출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영국의 최대 수출 시장은 EU(41%), 그 다음은 미국(22%)이다. 영·미 FTA가 체결된 반면, EU는 8월 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 30%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직면해 있어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 실물경제는 여전히 비틀거리는 숙제를 안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영란은행(BOE) 목표치 2%를 훌쩍 넘었고, 기업 활동과 고용 지표도 둔화세다. 바클레이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들어 영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200억 달러 순유출이 발생했지만, 지난 한 달간 유출 흐름이 거의 멈췄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는 130억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으나 증가 속도가 둔화됐다.

④ 전문가 시각: ‘화려한 랠리’보다 ‘통화 효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의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 세바스찬 뢰들러는 “FTSE 상승은 통화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결과이며, 유럽 전반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처럼 빅 스토리가 난무하는 환경에서 FTSE의 2%p 초과수익은 레이더에서 아래쪽에 위치한다”고 덧붙였다.

⑤ 용어 해설: ‘Tea and biscuit’ 비유

영국에서 ‘차(tea)와 비스킷’은 안정을 상징하는 관용 표현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배당·필수소비재 주식을 두고 ‘tea and biscuit’에 비유해 ‘고급 요리는 아니지만 믿을 만한 선택’이라는 의미를 강조한다.


종합하자면, 영국 증시는 브렉시트 충격,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성장 둔화라는 삼중고에서 벗어나 ‘저평가 회복 랠리’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 성장률, 미·EU 통상 환경 등 복합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통화 움직임과 무역정책 리스크를 촘촘히 점검하며 영국 비중을 늘릴지 판단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