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요 부진에 코코아 선물가 4% 이상 급락

ICE 코코아 선물시장에서 9월물 뉴욕 코코아(CCU25)는 17일(현지 시각) 전일 대비 4.32% 하락한 1톤당 7,300달러선에서, 같은 달 런던 코코아(CAU25)는 5.10% 떨어진 5,000파운드대에서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2025년 7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하락세로 뉴욕 시장 가격은 최근월물 기준 8개월 만의 최저치를, 런던 시장 가격은 17개월 만의 최저치를 각각 기록했다. NY 코코아 가격 차트

가격 급락의 직접적 원인세계 코코아 분쇄(그라인딩) 실적 급감이다. 유럽코코아협회(European Cocoa Association)는 2분기 유럽권 분쇄량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1,762톤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5%)보다 큰 폭의 감소다. 같은 날 아시아코코아협회(Cocoa Association of Asia)는 2분기 아시아 분쇄량이 176,644톤으로 전년 대비 16.3% 줄어 8년 만에 가장 낮은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점에 머물던 원두 가격이 최종 제품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초콜릿 제조업체의 구매 의지를 꺾었다”

고 분석한다. 실제로 글로벌 초콜릿 제조사 배리 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는 지난주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만에 가장 큰 분기별 감소폭이다.

수급 측면에서도 부정적 재료가 이어졌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코코아 재고는 6월 18일 236만 3,861포대로 10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에도 234만 6,466포대(17일 기준)를 유지해 가격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London 코코아 가격 차트

공급 확대 전망도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나코코아이사회(Ghana Cocoa Board)는 2025/26년도 생산량이 65만 톤으로 전년 대비 8.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2위 생산국인 가나의 생산 증가는 글로벌 공급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

한편, 코트디부아르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7월 13일 누적 수출 물량은 173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 증가율과 비교하면 둔화된 수치다.

시장 일각에선 코트디부아르 미드크롭(4~9월 수확) 품질 저하가 단기 반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라보뱅크(Rabobank)는 “늦게 내린 비로 콩 성숙이 지연돼 트럭 단위로 평균 5~6%가 불량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미드크롭 생산량은 40만 톤으로, 지난해(44만 톤) 대비 9% 감소할 것이란 추정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의 전망

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시즌 세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 4,00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여 년 만의 최대치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3/24년 생산량은 4.38백만 톤으로 전년 대비 13.1% 감소했으며, 재고/분쇄 비율은 46년 만에 최저인 27.0%까지 떨어졌다. 다만 2024/25년에는 14만 2,000톤의 잉여(흑자)로 전환되고, 생산량도 7.8% 증가한 4.84백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여전히 폭넓은 변동성을 예상한다. 선물 가격이 작황·수요 지표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초콜릿 제조업체와 투기적 자금의 포지션 조정이 단기간 가격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그라인딩(Grinding)은 코코아 원두를 으깨서 분말·버터 등 반제품으로 가공하는 단계다. 분쇄량은 실질적인 소비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월물(Nearest Futures)은 가장 빠른 만기(대개 현행 분기) 계약을 말하며, 현물가격의 즉각적 체감을 반영한다.
미드크롭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소규모 2차 수확을 뜻한다. 주수확(Main crop)보다 물량이 적지만, 품질이 좋아 프리미엄을 받기도 한다.


전문가 시각으로 볼 때, 단기적으로는 과잉 재고와 수요 위축이 가격 반등을 제한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품질 문제, 기상 변수, 그리고 2024/25 시즌으로의 수급 전환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중장기 변동성은 확대될 소지가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과 운송비 등 외부 변수까지 고려하면, 현물과 선물 가격 모두 모니터링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 기사에서 언급된 데이터와 전망은 보도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향후 변동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