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연준 이사, “7월 말 25bp 금리 인하해야”

[워싱턴 D.C.]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17일(현지시간) “경제 전반의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어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뉴욕대학교 머니마키어스(Money Marketeers of New York University) 모임에 제출한 연설문에서 “현재의 정책 스탠스는 지나치게 제약적(restrictive)이며, 이를 중립 영역(neutral territory)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5bp 인하란 금리를 25bp, 즉 0.25%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금융시장에서는 1bp를 0.01%포인트로 계산한다. 이같은 단위는 미세한 금리 변화를 정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 노동시장과 경기 둔화 신호

월러 이사는 “하드·소프트 데이터 모두가 경제 성장세 둔화를 시사하고 있으며, 고용 지표에서도 스트레스(긴장 징후)가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 목표 달성에 대한 위험이 커졌기 때문에, 금리를 조정해 완화적인 기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FOMC의 정책금리를 향후 2주 내 25bp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현저히 둔화됐다”고 덧붙였다.


■ 무역 관세가 불러올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

월러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행한 대(對)중국 관세가 가격 상승을 초래하더라도 이는 일회성 가격 충격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관세 인상은 물가를 일시적으로 올리지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중앙은행은 이런 가격 충격을 ‘관망’함으로써 불필요한 긴축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 인상은 물가 수준에 일시적 충격을 줄 뿐 지속 가능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 크리스토퍼 월러 연설문 중


■ 2주간의 정책 침묵기 돌입

이번 발언은 연준 인사들이 정례회의 전 2주간 미디어 블랙아웃(media blackout)에 들어가기 직전에 나왔다. 블랙아웃 기간에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함으로써 정보 불균형을 막는 것이慣例다.

월러 이사는 연준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완화(비둘기파) 입장을 견지하는 인사로 꼽힌다. 반면 대다수의 위원은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7월 말 FOMC 회의의 결정 방향이 주목된다.


■ 파월 의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트럼프 관세의 물가 영향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기존 견해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달아 파월 의장을 비판하며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했고, 심지어 파월 의장 해임설까지 불거졌다. 트럼프는 7월 중순 해당 의도를 부인했지만, 시장의 경계심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 FOMC·중립금리·베이시스포인트 용어 해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1년에 8차례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과열도, 둔화도 시키지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가리키며, 정책이 중립 수준에 있을 때 통화정책은 경기 방향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bp(basis point)는 채권·금리 시장에서 미세한 변동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다.


■ 시장 전망과 정책 시사점

월러 이사의 발언은 뉴욕채권·스왑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트레이더들은 7월 말 25bp 인하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재평가하며,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3bp 하락했다.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혼조세를 보였지만,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완화는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발표된 미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이 2.3%로 연준 목표 2%를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고착될 위험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 향후 일정

연준은 7월 3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정책금리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블랙아웃 기간 중에는 물가·소비·주택지표 등이 순차적으로 공개돼, 시장의 인하 베팅이 더욱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월러 이사의 견해가 최종 결정으로 이어질지는 FOMC 내부 표결구도와 경기지표 흐름에 달려 있다. 시장은 “만약 7월 인하가 성사돼도, 추가 완화는 하반기 물가 흐름을 확인한 뒤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