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위 화물철도 운영사인 유니온 퍼시픽(UNP)이 중견 경쟁사 노퍽 서던(NSC) 인수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로 알려졌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두 회사를 합친 시가총액은 약 2,000억 달러(약 276조 원)에 달해 북미 철도 업계 지형이 다시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합병 논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구체적인 계약 체결 여부와 규제 승인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노퍽 서던 주가는 해당 보도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4.5% 상승했다.
“합병이 이루어지면 유니온 퍼시픽은 노퍽 서던이 보유한 1만9,500마일(약 3만1,000㎞) 규모의 동부 노선망을 확보해 미 동·서 해안을 아우르는 전국 일주 철도 시스템을 완성하게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미국 철도 산업은 20세기 중반 수십 개 대형 사업자에서 불과 소수의 ‘메이저 7’ 체제로 재편됐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업계 집중도가 한층 강화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의 정밀 심사는 불가피하다.
STB란 무엇인가?
철도 규제 기구인 미국 연방 표면교통위원회(Surface Transportation Board·STB)는 1996년 설립돼 철도·트럭·선박 등 육상 운송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과 공익을 감독한다. 거대 철도사 간 합병은 STB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하며, 독과점 여부·화주(貨主) 피해·노동자 고용 안전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실제 STB는 2023년 캐나다 퍼시픽(CP)의 310억 달러 규모 캔자스시티서던(KCS) 인수 당시 7년 간 전례 없는 사후 감독 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CP–KCS 거래보다 몸집이 훨씬 큰 ‘UNP–NSC’ 빅딜은 더 엄격한 조건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노동조합·화주 반발 변수
미국 철도노조연맹(보통 Brotherhood of Locomotive Engineers & Trainmen 등으로 불림)은 구조조정과 서비스 차질 우려를 이유로 대형 합병에 비판적이다. 화물주(貨主) 단체도 운임 인상 가능성을 경계하며 STB에 의견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조지워싱턴대 경쟁법센터 윌리엄 코바칙 소장은 “‘빅 딜’은 늘 치열한 경쟁 심사를 불러온다”면서 “STB는 화주와 노조의 목소리를 면밀히 청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퍽 서던, 어려웠던 2년
노퍽 서던은 최근 2년간 ▲윤리 위반으로 해임된 전임 CEO ▲행동주의 펀드 앙코라(Ancora)의 이사회 갈등 ▲오하이오주 이스트팰러스타인 열차 탈선 사고(손실 약 14억 달러) 등 ‘삼중고’를 겪었다. 이번 M&A 논의는 경영 리스크를 해소할 탈출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실사 과정에서 숨어 있던 리스크가 추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전문가 시각
월가 운송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UNP는 서부·중부 화물 네트워크 강자인 반면, NSC는 동부 지역과 항만 터미널 운송에 특화돼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면서도 “과거 BNSF·CSX 등 다른 대형 플레이어가 즉각 견제에 나설 경우, 규제 논리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유니온 퍼시픽은 최근 모건스탠리와 함께 인수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는 세마포어(Semafor) 보도가 하루 전 나온 만큼, 다른 후보 업체와의 ‘물밑 경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시장 영향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UNP–NSC의 철도망은 미국 전역을 아우르며, 캐나다·멕시코 노선과의 연계 상품 개발도 가능해진다. 이 경우 물류업계는 철도 운송 신뢰성 향상을 기대하면서도, 독과점 구조에 대한 장기적 위험을 우려한다.
용어 풀이
• 시가총액(Market Value): 주식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쓰는 지표로, 발행주식 수×주가로 계산한다.
• 행동주의 펀드(Activist Fund): 지분을 확보한 뒤 경영 개선을 요구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
• 시간 외 거래(After-hours Trading): 정규장 마감 후 전자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주식 거래.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① 예비 합병 계약 발표 여부 ② STB·사법당국의 경쟁 심사 개시 시점 ③ 노조 및 화주 공청회 결과 ④ 양사 주주총회 승인 절차 등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주가 및 시가총액 환산은 1달러=1,380원 환율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