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쿠르드 유전 드론 피습으로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25년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 대비 0.80달러(1.21%) 오른 66.85달러에 거래됐다.
2025년 7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석유부는 최근 쿠르디스탄 자치구 내 여러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아 하루 20만 배럴가량의 생산 감소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은 원유와 휘발유 선물에 매수세를 집중시켰다. 같은 시각 8월 RBOB 휘발유 선물은 0.0156달러(0.73%) 상승했다.
공급 불확실성에 더해 미국 경제 지표 호조도 유가에 힘을 보탰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1000건으로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6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해 시장 예상치(0.1%)를 크게 웃돌았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7월 제조업 전망지수 또한 15.9로 치솟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달러화 강세는 유가 상승폭을 일부 제한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3주 반 만의 최고치로 올랐다. 통상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 표시 상품인 원유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 재가동 기대감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디스탄 지역정부(KRG)는 지난해 3월부터 중단된 이라크-터키 송유관을 통한 북부 수출을 재개하기 위한 합의안을 승인했다. KRG는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OPEC 2위 생산국이다.
시장에서는 OPEC+의 증산 기조 역시 예의 주시하고 있다.
“7월 5일 회의에서 OPEC+는 8월 1일부터 회원국 할당량을 54만8000배럴 늘리기로 결정했다”
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급 과잉 가능성이 부각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할당량을 초과 생산한 회원국에 경고를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감산 완화가 지속될 경우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의 생산이 단계적으로 복원될 예정이다.
다만 Bloomberg 통신은 지난주 OPEC+가 10월부터 예정된 추가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다며 2025년 4분기에는 소비 대비 1.5% 규모의 공급 과잉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고·시추·운송 지표
미 에너지정보청(EIA)가 7월 11일 종료 주간에 발표한 미국 원유 재고는 385만9000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339만9000배럴,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17만3000배럴 늘었다. 현재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 낮다. 같은 기간 미국 산유량은 주당 0.1% 감소한 1337만5000배럴로, 2024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에 소폭 못 미쳤다.
원유를 싣고 7일 이상 정박해 있는 선박에 저장된 해상 재고는 영국조사업체 Vortexa 집계 기준 7월 11일 주간에 전주 대비 4.6% 감소한 7803만 배럴로 나타났다. 이는 가격 지지 요인으로 해석된다.
베이커휴즈가 집계한 미국 가동 유정(리그) 수는 같은 주간에 1기 줄어 424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627기와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200기 이상 줄어든 수치다.
시장 해석 및 전망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이라크발 공급 차질이 가격에 우세한 상승 압력을 가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OPEC+의 증산 폭과 미국·브라질 등 비(非)OPEC 생산국의 공급 증가가 상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달러 인덱스가 고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유가 반등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
투자은행들은 3분기 WTI 가격 범위를 65~75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중 경기 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4분기에는 잉여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부 헤지펀드는 드론 공격 같은 지정학적 변수와 허리케인 시즌 리스크를 들어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다음 주 발표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중국 국가통계국의 7월 제조업 PMI, 그리고 OPEC+ 공동감시위원회(JMMC) 회의를 중요한 이벤트로 꼽는다.
한편 용어 해설(Glossary): RBOB는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어로, 휘발유 혼합 원료를 뜻한다. 드론 공격은 무인 항공기를 이용해 원유 인프라를 타격하는 것으로, 최근 중동 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해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