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완화 기대감 사라진 마쓰다 본고장 히로시마의 냉랭한 민심

히로시마, 일본(로이터통신) ― 일본 서부 산업 도시 히로시마에서는 “마쓰다가 재채기만 해도 지역 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회자된다. 완성차 제조업체 마쓰다(Mazda Motor)가 생산량을 줄이면 관련 협력사와 지역 상권이 연쇄 타격을 받는다는 의미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110년 역사의 자동차 내장재 전문업체 난조 오토 인테리어(Nanjo Auto Interior)를 이끄는 야마구치 유지 사장은 “마쓰다 생산이 감소하면 주문량이 곧바로 줄어든다“며 깊은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이 회사는 도어 패널 등 부품을 생산하며 매출의 90% 이상을 마쓰다에 의존하고, 직원만 1,000여 명에 달한다.

야마구치 사장은 “핵심은 적은 물량으로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라며 “정부에 더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실망과 체념이 교차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히로시마는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약 800km(500마일) 떨어진 제조업 허브다. 그러나 지역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 온 마쓰다는 미국발 25% 관세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는 이미 인플레이션경기 침체 이중고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에게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한다.

일본은 오는 21일(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치른다. 관측통들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집권 여당이 완화되지 않은 관세 문제로 인해 의석을 일부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시바 총리는 동맹국이자 최대 교역 상대인 미국으로부터 관세 유예를 얻어내지 못했다.

“더는 일본 정부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분노를 넘어 체념 단계다.” ― 야마구치 유지 난조 오토 인테리어 사장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투자 지연·고용 축소·지역 소비 위축이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히로시마처럼 완성차 및 부품업체가 밀집한 도시가 받을 충격은 막대하다.


관세 직격탄 우려 속 하락세가 뚜렷한 미국 판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방침을 거듭 강조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실제로 5월 마쓰다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8.6% 감소했고, 6월에도 6.5% 줄었다. 업계 애널리스트 줄리 부트 (Pelham Smithers Associates)는 “관세로 인해 마쓰다와 같은 중견 완성차 업체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대형 경쟁사에게 빼앗길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마쓰다 차량의 대부분은 일본 등 해외 공장에서 수입된다. 이는 곧 달러 강세·엔저 및 고율 관세가 이익률에 직격탄이 된다는 뜻이다.

한편, 일본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이 축소되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수출 의존형 경제의 핵심 축이다. 반도체·전자산업 주도권을 한국·대만·중국에 넘긴 이후, 일본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기준 미국 수출 총액(약 1,450억 달러)의 28%를 차지했다.

데이터 기업 테이코쿠 데이터뱅크가 7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는 6만8,000여 개 자동차 공급망 기업이 존재한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는 이들 기업이 560만 명(전체 노동력의 8%)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혀, 업계가 흔들릴 경우 고용시장 전반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공급망은 한 번 끊기면 복원이 어렵다. 자동차는 국가 기간산업이기에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 쓰치카와 히데키, 테이코쿠 데이터뱅크 히로시마 지사장


현장 체감도: “초과근무·출장 축소가 지역 상권까지 얼어붙였다”

장기적 관세 리스크가 유권자 분노를 어느 정도 심화시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원가 절감이라는 익숙한 처방전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체념이 확산된다.

히로시마 본사 인근 후추(府中) 마을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사사키 코지(54)는 “마쓰다 직원들이 야근도 줄고 지출도 아껴 술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 단골은 방문 횟수를 줄인 점을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주점에서 만난 시미즈 도시유키(45)는 “회사에서 잔업·출장을 이미 축소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 이치기 아키라(32)는 “예전엔 후배 사원들을 출장에 데려가며 실무 경험을 쌓게 했지만, 지금은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인재 육성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음을 토로했다.


마쓰다의 비상경영 체제

회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마쓰다는 주 1회 히로시마 본사에서 관세 대응 태스크포스를 가동한다. 그러나 미국 내 노동력 부족으로 현지 생산설비를 쉽게 늘릴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남아 있다. 현재 마쓰다는 도요타와 함께 운영하는 미국 단독 생산공장 외에는 물량 확대 여력이 제한적이다.

공식 성명에서 마쓰다는 “협력사·딜러·직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단기적으로 관세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본 정부에 대응책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1,000억 엔(약 9억 달러) 규모 비용 절감 목표를 설정, 초과근무 축소·출장 재검토 등을 시행 중이다. 다만 필수 출장은 유지하되, 동행 인원 필요성은 지속 검토하고 있다.

또한 “미국 시장 공급 확대의 관건은 인력난 해소·공급망 강화“라며, 협력사·딜러와 공동 대응책을 모색 중이라고 언급했다.


부품업체의 장기전 대비와 위기 대응 철학

야마구치 사장은 아직 구체적 타개책은 없지만 장기적 비전을 강조한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인 2020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비용 절감보다 생산 효율을 높여 이듬해 곧바로 흑자로 전환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2025년에 투자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용어 풀어보기*산업·경제 용어 해설*

참의원(상원) 선거는 일본 국회의 상원을 구성하는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다. 중·참의원은 각각 6년 임기로 절반씩 3년마다 교체된다.

스탑·스타트 성장(Stop-Start Growth)은 호황과 불황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며 경제가 장기간 본격 성장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JAMA(일본자동차공업협회)는 일본 완성차·부품 업체들이 가입한 대표적 산업 단체로, 생산·수출·고용 통계를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태스크포스(Task Force)는 특정 과제 해결을 위해 구성된 임시 조직을 의미한다.

위 용어 설명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원문 사실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