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프랑크푸르트=로이터] 팬데믹 이후 약세를 보였던 유럽 상업용 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 시장이 기대와 달리 반등하지 못하며 거래 규모가 10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 심리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해 매도·매수 양측 모두 관망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 전반이 ‘거래 절벽’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유럽 지역 상업용 부동산 매각액은 전년 동기 대비 변동 없이 478억 유로(약 556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3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데이터 제공업체 MSCI의 최신 수정 통계에 따른 결과다.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부동산 중개사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가 잠정 MSCI 자료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2025년 4~6월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으로 유입된 크로스보더 투자(cross-border investment)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한 172억 유로로, 같은 분기 기준 1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 부진은 오피스(사무용 빌딩)와 데이터센터 등 대부분의 세그먼트에 영향을 미쳤다. 공급 부족으로 임대 수요가 견조한 임대주택 시장만이 예외적으로 투자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PGIM의 유럽 부동산 부문 책임자인 세바스티아노 페란테(Sebastiano Ferrante)는 “우리는 지금 ‘좀비랜드’에 있다… 회복세는 없고, 자산은 묶여 있으며, 유동성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물류창고와 호텔 분야에서는 저가 매수 기회가 보이지만, 교외 오피스와 노후 쇼핑몰은 매수자가 거의 없는 ‘고립 자산(stranded assets)’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사례도 속속 등장한다. 캐나다의 브룩필드(Brookfield)는 올해 4월 런던 시티포인트(CityPoint) 타워 담보 채권 보유자에게 채무 구조조정(restructuring)안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상보다 낮은 매각가 제안으로 매각 절차를 중단한 뒤 나온 조치다.
독일에선 프랑크푸르트 도심의 Trianon 초고층 빌딩이 관리인(administrator) 주도로 매각 시장에 나왔다. 로이터는 이를 “부진한 독일 시장을 시험할 드문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경쟁 시장도 부동산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사모 대출 시장인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 펀드는 2025년 상반기 399억 달러를 모집해, 부동산 펀드(206억 달러)의 두 배 가까운 자금을 빨아들였다. 시장조사기관 프레퀸(Preqin)에 따르면 두 부문 모두 2024년 연간 모집액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지만, 부동산 분야는 여전히 지난해 부진의 후유증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협회 INREV 조사에 따르면, 6월 기준 유럽 부동산 투자 심리는 1년여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도 나타난 투자 심리 악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피닉스(Phoenix) 보험사 운용 자회사에서 사모시장(private markets)을 총괄하는 세실 레토로(Cecile Retaureau)는 “일부 부문에서는 회복이 상당히 진행됐지만, 외면받는 자산군과 섹터에는 사실상 유동성이 없으며 더 큰 고통이 남아 있다”고 짚었다.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권임에도 타격이 가장 심각하다. CBRE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독일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전년 대비 추가로 2% 감소했다.
독일 JLL의 콘스탄틴 코트만(Konstantin Kortmann) 대표는 “거래량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점진적 회복(gradual recovery)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높은 금리에 직면해 선별적 접근이 불가피한 가운데, 미국 시장 변동성을 피하려는 글로벌 자금이 유럽으로 이동할 경우 반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PGIM의 페란테는 “독일 기관투자자 두 곳이 예정됐던 미국 부동산 투자를 취소하고, 대상 지역을 유럽과 아시아로 재조정했다”고 전했다.
※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은 전통 은행 대출 대신 사모펀드가 기업이나 자산 프로젝트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최근 고금리 환경에서 수익률이 높아져 부동산을 포함한 다른 사모 자산과 자금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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