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DXY00)가 3주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가 결국 0.21% 하락 마감했다.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국 통화가치가 장중 급등·급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2025년 7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해임 가능성을 다시 거론했다는 소식에 긴장했다. 전날(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월 의장을 “해고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졌으나, 시장 충격이 커지자 그는 17일 “그럴 의도가 없다”고 부인했다. 정치권의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우려가 불거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달러·미국 자산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공포가 즉각 확산됐다.
달러 약세의 또 다른 배경은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예상보다 부진한 결과와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3bp 하락이다. PPI는 전월 대비 보합, 전년 대비 2.3% 상승에 그쳐 시장 예상(+0.2%·+2.5%)을 밑돌았다. 핵심 PPI(식료품·에너지 제외)도 0%·+2.6%로, 전년 동월치(3.2%) 대비 큰 폭 둔화됐다.
“관세 인상 여파가 생산 단계까지 전가되지 않았다는 점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낙관론을 키웠다.”
이는 전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엇갈린 신호를 보인 뒤 나온 결과여서 시장의 반응이 더욱 두드러졌다.
산업·제조업 지표도 투자자 심리를 일부 진정시켰다. 6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3% 증가해 예상치(+0.1%)를 웃겼고, 5월 수치는 –0.2%에서 0%로 상향 수정됐다. 같은 달 제조업 생산 역시 0.1% 증가(예상 0%)를 기록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베이지북은 “5월 말~7월 초 미국 경제활동이 ‘소폭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이전 보고서에서 절반가량의 지역 연준이 ‘활동 둔화’를 보고했던 것과 비교해 다소 호전된 평가다. 하지만 베이지북은 카테고리 전반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한다”고 덧붙였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모든 지역에서 가격이 상승했으며, 관세로 인한 원가 압력이 ‘완만~두드러진’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전망은 큰 변화가 없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선물은 7월 29~30일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3%, 9월 16~17일 회의에선 58%로 반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장 마감 무렵에는 다시 안정됐다.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달러 약세에 0.21% 상승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유로존 무역수지는 162억 유로 흑자로, 시장 예상치(140억 유로)와 4월 수정치(151억 유로)를 모두 상회했다는 소식도 유로화에 힘을 보탰다. 스왑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24일 회의에서 25bp 인하에 나설 확률을 1%로만 가격에 반영했다.
달러/엔(USD/JPY)은 –0.60% 급락했다. 파월 해임설에 일부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미·일 금리 차도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10년 만기 일본국채(JGB) 수익률은 0.4bp 상승했지만, 같은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3bp 하락했다.
엔화는 오는 7월 20일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재정 악화 우려가 여전히 상존한다. 집권 자민당은 유권자에게 현금 지급을, 야당은 더 낮은 세율을 공약해 채권시장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상품시장에서는 8월물 금 선물이 온스당 22.40달러(0.67%) 급등, 9월물 은 선물은 0.009달러(0.02%) 상승 마감했다. 달러 약세와 미 국채 금리 하락이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중앙은행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리스크를 부각시키면서 금 가격에 추가적인 지지력을 제공했다.
한편, 해당 기사 작성 시점에 리치 애스플런드 기자는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적 보유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용어 해설
PPI(Producer Price Index)는 기업이 재화·서비스를 생산하는 단계에서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며, 향후 소비자물가지수(CPI) 움직임을 선행할 수 있다. 생산 단계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비 단계로 전이되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베이지북(Beige Book)은 미국 12개 연방준비은행이 8주 간격으로 지역경제 동향을 조사·발표하는 경기 보고서다. 색상이 베이지색인 표지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쓰인다.
연방기금금리(FFR)는 미국 은행 간 초단기(하루짜리) 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로, 연준의 실질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FFR 선물 가격을 통해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금리 인하·인상 가능성을 확률 형태로 가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