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전문 기자 — 미국 뉴욕증시는 17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소폭 상승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0.29% 오른 5,685.86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47% 상승한 39,476.12에, 나스닥100지수는 0.12% 상승한 20,789.32에 각각 장을 마쳤다.
2025년 7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적인 해임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사유가 있다면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발언은 오후 장중에 나온 ‘해임 의사 표명’ 보도와 상충되며 변동성을 키웠으나, 결국 부인 발언이 주가를 지지했다.
■ 연준·물가 지표가 주가 뒷받침
이날 공개된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변동이 없고 전년 대비 2.3% 상승에 그쳤다. 시장 예상치(전월비 0.2%·전년비 2.5%)를 동시에 하회해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를 키웠다. 핵심 PPI도 전월 보합·전년 2.6% 상승으로 예상을 밑돌았다.
동시에 발표된 6월 산업생산은 0.3% 증가해 전망치(0.1%)를 상회했고, 6월 제조업 생산도 0.1% 늘어 견조함을 나타냈다. 다만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PPI 영향으로 3bp 하락한 4.449%에 마감하며 주식시장에 순풍을 제공했다.
■ 베이지북 “경기 약간 개선…불확실성은 지속”
연준이 오후에 내놓은 베이지북은 “5월 말~7월 초 사이 미국 경제활동이 ‘소폭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전 회차 보고서에서 절반의 연은이 ‘활동 둔화’를 지목했던 것과 비교하면 완만한 개선이다. 보고서는 “모든 지역이 가격 상승을 보고했다”면서도 “비용의 일부만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가격 인상을 유보한 기업들이 있어 마진이 압축됐다”고 덧붙였다.
베이지북( Beige Book )은 8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 연준 12개 지역연은이 제출하는 경기 동향 보고서로, 시장 참가자들이 경기·물가 판단의 단서를 찾는 핵심 자료다.
■ ‘마그니피센트 7’ 엇갈려…ASML 쇼크로 반도체 약세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술주(Magnificent Seven)는 테슬라(+3.5%)가 강세를 보인 반면 아마존(-1.4%)이 약세를 기록하는 등 혼조세였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2026년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며 8% 급락했고, 이 여파로 마이크론(-3% 이상), 마벨·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각 -2%대) 등이 낙폭을 확대했다.
ASML 장비는 파운드리 업체의 최신 노광 공정에 필수적이어서, 업황 선행지표로 통한다. 따라서 이날 가이던스 하향은 글로벌 반도체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법안 기대감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전일 급락(-3.3%)을 일부 만회하며 2.3%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해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RIOT, MARA,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등 채굴·보유 관련주는 3% 넘게 올랐다.
■ 무역·관세 이슈는 혼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50여 개국에 동일 관세를 부과하는 통지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소규모 국가들’에 대한 조치라며 구체적 대상은 명시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은 EU·멕시코 제품에 30% 관세(8월 1일 발효),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35% 관세(현행 25%→8월 1일) 부과를 선언한 바 있다. 구리 반제품은 50%, 의약품은 최대 200% 관세 인상도 예고돼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반면 재닛 베센트 재무장관은 “미·중 무역협상이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밝히며 8월 12일 기한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켰고, 인도네시아와의 소규모 무역합의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 연준 정책 기대치 변화 미미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7월 29~30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을 3%로, 9월 16~17일 회의에서 58%로 반영했다. 파월 해임설이 돌며 단기물 금리를 잠시 끌어내렸지만, 장기물은 정치적 압력에 따른 저금리 정책이 결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는 우려로 약세를 보였다.
■ 섹터별·종목별 동향
골드만삭스 — 주당순이익(EPS) 8.62달러, 주식·파생 부문 수수료 43억 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주가 +0.9%)
뱅크오브아메리카 — 순이자수익 호조에도 주가 -0.3%
모건스탠리 — 자산관리 신규 자금 유입 확대에도 주가 -1.3%
존슨앤드존슨(J&J)은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고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며 6% 급등했다.
■ 향후 일정
18일(목) 예정된 6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증가, 자동차 제외 0.3% 증가가 예상된다. 같은 날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는 7,000건 증가한 23만4,000건이 예상되며, 7월 필라델피아 연은 경기전망지수,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시장지수도 발표된다. 19일(금)에는 6월 주택착공·건축허가,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예정돼 있어 경기 방향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 실적 시즌 본격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S&P500 편입 기업의 2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2.8%(전년 동기 대비)로 2년 만의 최저 성장률이 예상된다. 예르데니리서치는 11개 섹터 가운데 단 6개만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18~19일에는 펩시코(PEP), 트래블러스(TRV), 넷플릭스(NFLX) 등 대형주의 실적이 대기 중이다.
■ 해외 증시·채권
유럽 Euro Stoxx 50은 1.05%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와 일본 닛케이225는 각각 0.03%, 0.04% 내렸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687%로 2.4bp 하락한 반면, 영국 길트 10년물은 4.639%로 1.4bp 상승했다.
유로존 금리 스와프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24일 회의에서 25bp 기준금리 인하를 단 2% 확률로 반영하고 있어 ‘동결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 용어·개념 설명
PPI(Producer Price Index)는 국내 생산자가 출하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로, 소비자물가(CPI)보다 선행성을 가진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달러·엔화 등 법정통화나 국채 등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암호화폐를 가리킨다. 이번 법안은 발행 준비금·운영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로, 시장에서는 “제도권 편입의 첫걸음”으로 평가한다.
마그니피센트 7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 플랫폼스 등 뉴욕증시 시총 상위 7개 빅테크를 일컫는 신조어다.
전문가 견해 — 본지 취재진은 “인플레이션 지표 둔화가 금리 동결→인하 전환 기대를 자극했지만, 관세 공세·파월 해임설 등 정치 변수는 여전히 상존한다”면서 “7월 FOMC 전까지 나오는 경기·물가·무역 지표에 따라 장세는 방향성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