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가상자산 규제 3대 법안 이틀 연속 표결 난항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의원(루이지애나)

워싱턴 D.C. 의회에서 가상자산 규제를 둘러싼 공화당 내 갈등이 이틀째 계속되며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다.

2025년 7월 1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하원 보수 성향 공화당 의원들이 전날에 이어 다시 한 번 반대표를 던지면서 세 건의 가상자산 규제 법안절차 투표(rule vote) 단계부터 멈춰 섰다. 이날 오후 4시 30분(현지시간) 기준, 공화당 의원 6~7명이 민주당 전원과 함께 반대표를 행사해 두 개 법안의 현행 형태 추진이 좌절됐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은 표결에서 최대 세 표만 잃어도 법안을 당론 표결로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하원 공화당 의석이 218석, 민주당이 213석인 가운데 공화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하면 법안은 곧바로 좌초된다.


트럼프 개입에도 무산된 ‘Crypto Week’

이번 사태는 전날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 12명의 보수 성향 의원을 백악관 오벌오피스로 불러 만난 뒤 “

모두 규칙(rule)에 찬성하기로 합의했다

”는 글을 트루스소셜에 올린 직후 벌어졌다. 그러나 1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다른 공화당 의원들이 ‘막판 수정안’을 문제 삼으며 새로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 지도부는 존중 파벌(coalition)강경 파벌(freedom caucus)을 모두 달래기 위해 두 법안을 병합하거나 조항을 삭제하는 등 수정안을 내놓았으나, 이번에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의원들까지 일부 조항에 이견을 제기했다.


쟁점이 된 세 가지 법안은?

① GENIUS 법안 – 지난달 상원을 통과한 ‘Generating Enhanced National Innovation for Ubiquitous Security Act’로, 거래소 등록·준수 의무, 고객 자산 보호 규정을 담고 있다.

② CLARITY 법안 – 암호화폐를 증권상품으로 명확히 분류해 규제 중복을 줄이자는 내용이다.

③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금지 법안달러 기반 공공 블록체인 발행 자체를 막겠다는 조항으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과 맞물려 보수 진영에서 강력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CBDC 금지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정보 보호’ 공약과 직결돼 원내 지도부가 절대 사수하려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부 온건·친기업 성향 의원들은 “금리·유동성 관리 수단을 사전에 차단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절차 투표(rule vote)란?

미 하원에서는 본회의 토론을 열기 위해 ‘규칙(rule)’ 이라는 절차적 투표를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 다수당 내부 이탈표가 3표를 넘을 경우 규칙이 부결되고, 해당 법안은 사실상 상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번 사안이 ‘규제 실패’보다 ‘다수당 기강 붕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도부, 우회 전략도 검토

펀치볼(Punchbowl)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CBDC 금지 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하는’ 예산안 등에 편승(rider)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부 온건파 저항까지 감수해야 하는 고난도 전략이다.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며, 존슨 의장은 “늦어도 이번 주 안에 가닥을 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파·온건파·금융서비스위원회 등 3개 축이 얽힌 탓에 ‘Crypto Week’로 명명된 이번 주 안에 결론이 날지는 불투명하다.


배경 설명: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논란

CBDC는 연방준비제도가 직접 발행·관리하는 디지털 형태의 달러를 의미한다. 현행 달러와 1:1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블록체인 같은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거래 기록이 중앙 서버에 저장될 경우 개인정보 침해, 정부 감시 우려가 제기돼 미국 보수 진영은 ‘사회주의적 통화’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반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CBDC는 금융포용과 해외송금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디지털 위안화를 이미 시범 운영 중인 중국, 디지털 유로를 준비 중인 유럽중앙은행 사례도 미국 정치권에서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전문가 시각

조슈아 버리 제미니 수석정책연구원은 “공화당이 내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연방 차원의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올 대선 이전에 마련되기 어렵다”면서 “SEC(증권거래위원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각자도생식 규제를 이어가는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의 한 운용사 관계자는 “제도권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정책 불확실성”이라며 “미국이 정책 공백 상태를 방치하면, 홍콩·두바이·EU 등으로 자본이 이동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존슨 의장은 7월 18~19일 중 다시 절차 투표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이 선거구 획정·예산 문제로 강경 투쟁을 예고한 만큼, 추가 보류 가능성도 높다.

만일 하원이 세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더라도, 상원에서는 물가·국방 예산 등을 우선 처리하고 있어 9월 회기가 돼야 본격 심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이 입법 골든타임”이라며 총력 로비 중이지만, 시장에서는 “2025년 대선 이후로 논의가 넘어갈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