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 또다시 ‘관세의 시대’인가
2025년 7월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 35%·브라질 50%·구리 50%·제약 최대 200% 등 이른바 ‘빅 뷰티풀 관세 패키지’를 잇달아 선언했다. 이미 4월 일괄 10% 관세를 예고한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변동을 경험했으나, 정작 S&P500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달러 역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표면적 안정 뒤에 숨은 구조적 변화를 간과한다면, 향후 1~3년의 자산배분·기업전략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2. 관세 확대의 여섯 갈래 경로
경로 | 1차 직격 대상 | 2차 파급 | 장기적 구조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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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격 전가 | 수입업체·소비자 | 물가 상승 → 실질임금 압박 | 디스인플레이션 종료·스태그플레 우려 |
② 공급망 재배치 | 수입 기업·글로벌 OEM | 리쇼어링 비용 증가 | CAPEX 왜곡·생산성 저하 |
③ 보복 관세 | 美 농산물·항공·빅테크 | 수출 감소·무역적자 확대 | 지정학 리스크 고착 |
④ 달러 강세 | 신흥국 부채, 원자재 | 자본유출·수입물가 급등 | 글로벌 유동성 축소 |
⑤ 통화정책 제약 | 연준·ECB·BOJ | 인하 시점 후퇴 | 국채 이자비용 폭증 |
⑥ 재정 착시 | 美 재무부 | 관세 수입 일시 급증 | 장기 적자·국채공급 압박 |
3. 실증 데이터로 본 ‘관세-물가-성장’ 삼중주
미 재무부 월별 보고서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누적 관세 수입은 1,130억 달러로 전년 대비 86% 급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순이자 비용은 7,490억 달러로 관세 수입의 7배다. 즉 관세가 재정 건전성에 기여하는 효과는 착시일 뿐, 물가 상승과 성장 저하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UBS는 관세 10%p 인상 시 다음 해 CPI +0.4%p, GDP –0.35%p라는 시뮬레이션을 제시한다. 트럼프가 언급한 50~200% 관세는 재화별 편차를 감안해도 평균 15%p 내외의 실효 관세율 상승
을 뜻하며, 이는 CPI +0.6~1.0%p, 실질 GDP –0.5~0.7%p로 귀결될 수 있다.
4. 자산시장에 미치는 장기 파장
4-1) 국채·달러
- 관세→인플레 →연준 매파화 →10년물 금리 5% 상단 고착
- 달러지수(DXY) 100선 상향 돌파 시 신흥국 통화·채권 자금유출 가속
4-2) 주식
표면적으론 S&P500 순이익이 +4.6% (팩트셋)로 유지되지만, 분석을 세분화하면 내수 서비스·AI 반도체 11% vs 제조·유통 –6%로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된다.
4-3) 원자재·실물자산
관세→달러 강세가 원유·구리 가격을 단기에 눌러도, 리쇼어링으로 전력·금속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 3년 내 원유 100달러, 구리 6달러/lb 시나리오 유효.
5. 산업·섹터별 득실
수혜 : 국방·사이버보안·데이터센터 REIT·미국 내 300mm 반도체 팹·건설자재
중립 : 대형 클라우드·헬스케어 서비스·배당성향 높은 규제유틸
피해 : 제약 CMO·신흥국 OEM 의류·가전·농업기계·신흥국 통신주
6. 시나리오 플래닝 – ‘세 갈래 길’
- Base(40%) : 관세 15%p 실효↑, 美 CPI +0.7%p, S&P EPS 235→225. 연준 11월 첫 인하.
- Bull(30%) : 유예·협상 타결, 관세 인상폭 절반. 인플레 충격 제한, S&P 6000선 유지.
- Bear(30%) : 보복관세·금리 6% 재돌파, 글로벌 PMI 50→48, S&P 4800 재조정.
7. 포트폴리오 전략 – 필자의 3단계 로드맵
7-1) Shock Absorber : 달러 헷지·단기 T-Bill
관세 발표→달러 강세→신흥국 통화 급변. 최소 포트 20%를 3-M T-Bill·달러머니마켓으로 현금화.
7-2) Selective Growth : 미국 내 생산 우위 기업
- 반도체 : Texas Instruments·ON Semi
- 인프라 REIT : Equinix·Digital Realty
- 전력·AI Capex 수혜 : Eaton·Schneider
7-3) Optionality : 장기 인플레 헤지
3년물 골드콜 옵션, WTI 백워데이션 구간 원유 ETF(USL) 분할 매수.
8. 결론 – 관세는 ‘규모의 경제’에서 ‘지정학의 경제’로
과거 리카도식 비교우위가 글로벌 밸류체인을 지배했다면, 2025년 이후 무역 구조는 ‘안보 프리미엄’과 ‘정치 프리미엄’이 좌우한다. 관세는 더 이상 일회성 세수 수단이 아니다. 기업은 공급망의 지오메트리(geometry)를, 투자자는 자산의 지오폴리틱스(geopolitics)를 재설계해야 한다. 장밋빛 지수에 현혹되기보다, 구조적 인플레·금리 상단·CAPEX 왜곡이라는 세 축을 직시할 때다.
— 이중석 /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