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Ⅰ. 서론 — ‘구리 50% 관세’와 ‘희토류 국유화’는 단순 무역이슈가 아니다
2025년 7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구리(銅) 수입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같은 날 미 국방부는 미국 최대 희토류 기업 MP 머테리얼즈의 우선주 4억 달러 매입을 확정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루 만에 발표된 두 정책은 <전략 광물은 곧 국가안보>라는 ‘바이아메리카(Buy America)’의 진화를 상징한다.
본 칼럼은 (1) 수급·가격·투자 사이클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구리·희토류 시장 구조, (2) 탈탄소 전환 비용 및 인플레이션·금리 경로, (3) 신흥국·동맹국의 대응 시나리오를 1년 이상 장기 관점에서 분석한다.
Ⅱ. 구리·희토류 공급망의 현주소
1. 구리 : 탄소중립 시대의 ‘신(新) 석유’
-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2050년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구리 수요는 2023년 대비 2.7배 증가.
- 전기차 1대엔 평균 53㎏, 해상풍력 1MW 설치 시 8t의 구리가 필요.
- 2024년 미국 구리 소비 248만 t 중 수입 의존 52%, 그중 38%가 칠레·페루산.
2. 희토류 : NdFeB 자석이 지배하는 초격자 공급망
중국 점유율(2024년 기준) : 채굴 63%, 정련 87%, 영구자석 94%
- 美·中 갈등 이후 중국은 2023~24년 희토류 수출쿼터를 두 차례 축소.
-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 마운틴패스(캘리포니아)는 원광의 90%를 여전히 중국으로 보내 정련.
Ⅲ. 미-중 기술 패권의 ‘가격적 전면전’
1. 50% 관세가 촉발할 가격 시나리오
구분 | 단기(3~6M) | 중기(6~18M) | 장기(18M~) |
---|---|---|---|
LME 구리가격 | $9,500→$10,800/t | $10,000±500/t(조정) | $11,500/t 상향 추세 |
미국 PPI(구리·와이어) | +6%p 가산 | +3%p 유지 | 점진적 둔화 |
* 시점 : 발표일 기준, 필자의 베이스라인 추정
2. 희토류 : 국방부 ‘지분 확보’가 의미하는 것
우선주 4억 달러 인수는 단순한 재무 투자보다 정책 옵션 매입에 가깝다. 국방부는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통해
- 자국 내 가격상한(price-cap) 설정
- 생산량 할당(quota) 지휘
- 해외 매각 제한(right of first refusal)
등의 수단을 확보했다. 이는 향후 국가비축제도(NDS)와 결합돼 시장가격보다 낮은 내수 공급가를 형성, 중국 공급충격에 대한 보험료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Ⅳ. 거시경제 파급 — 인플레이션·금리·에너지 전환 비용
1. 소비자·생산자물가 경로
- 구리·알루미늄·철강의 PPI 가중치는 미국 전체 PPI의 2.1%이나, 2차 파급효과(전력·가전·車 등)를 포함하면 CPI 기여도는 0.35%p.
- 50% 관세로 인한 LME 가격 +15% 상승 시, CPI 상방은 +0.2%p로 추정(필자 모형).
- 연준은 ‘관세발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봤으나, 2023·2024년 이미 2차 충격 경험. 금리인하 시계열 1~2분기 지연 리스크.
2. 탈탄소 전환 ‘그린 인플레’ 재가열
전기차·풍력·태양광 원가에서 구리 비중은 각각 7.3%, 4.6%, 3.2%(BloombergNEF). 구리가격 15% 상승 시, EV 원가 +2%p, 풍력 LCOE +1.1%p. 이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액공제를 잠식, 그린 프로젝트 IRR을 0.4~0.6%p 하락시킨다.
Ⅴ. 글로벌 밸류체인·국가별 득실
1. 승자
- 미국 내 광산·재활용 기업 : MP Materials, Freeport-McMoRan, 리사이클링 스타트업 Nth Cycle 등.
- 캐나다·호주 산 광물 업체 : USMCA·IPEF 우대 조항으로 美 공급망에 편입.
2. 패자
- 칠레·페루 : 총수출의 11%가 미국행 구리·준가공품. GDP 성장률 -0.3%p 압박.
- EU 전력·자동차 OEM : 美·EU 간 동맹이더라도 원자재 가격상승은 동일하게 부담.
3. 중국의 대응 시나리오
전략 | 내용 | 시장 영향 |
---|---|---|
관세 상쇄 | 준가공 → 완성품 수출로 우회 | 미국 제조업 공급망 혼선 |
희토류 추가 쿼터 축소 | 2025H2 10% 감산 가능성 | NdFeB 가격 +25% |
극지방 구리개발 가속 | 中-러 합작 프로젝트 | LME 供給 다변화 |
Ⅵ. 12~24개월 투자전략 : ‘Split Barbell’ 포트폴리오
① 슈퍼사이클 숏턴(Super-cycle Short-term) — 6~9개월
- 구리·희토류·알루미늄 선물 ETF(예 : CPER, REMX) 롱
- 고정금리형 리츠·유틸리티 숏 (실질금리 압박)
② 리쇼어·리사이클(Re-shore & Recycle) — 9~24개월
- 미국 내 정련·재활용 기업 중 모듈형 설비 CAPEX 비중>70% 종목 선별(Long)
- 구리 가격 상승이 원가로 직격탄인 신흥국 발전·철강 섹터 숏
* 헤지펀드 운용 지표 : 12M Long Beta 0.5 / Short Beta −0.3, VaR 6%
Ⅶ. 정책·기업의 체크리스트
- 미국 정부 : 관세 수입(연 24억 달러 예상) → ‘광물 안보 기금’ 설치 여부
- 한국·EU 산업부 : 공급망법(Supply-Chain Act) 개정, 광물 공동구매 컨소시엄 추진
- EV·배터리 OEM : 구리 대체 신소재(Al-Cu 합금, CNT-Cu 복합) R&D 예산 확대
- 자산운용사 : 이머징 메탈 ETF 편입 비중 재조정, 달러 기반 커버드콜 전략 병행
Ⅷ. 결론 — ‘광물 안보 패러다임’이 거시 변수의 상수(常數)가 된다
50% 관세와 희토류 국유화는 공급망 패권 경쟁이 무역·환율·통화정책을 관통하는 새로운 거시 상수가 됐음을 의미한다. 금리·물가·탈탄소 비용은 이제 ‘광물 안보 프리미엄’을 상시적으로 반영한다. 투자자·정책당국·기업 모두 ‘저관세·글로벌 분업’ 시대를 전제로 한 의사결정 모델을 폐기하고, 스큐어드 글로벌라이제이션(secur-ed globalization) 지형에 맞는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
요컨대, 2025년 7월 10일은 구리·희토류가 금융·산업·지정학의 교차점에서 ‘전략 자산’으로 완전히 재정의된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