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ing.com] 거듭 제기되는 미국발 고율 관세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미국 인플레이션은 의외로 안정세를 유지해 왔고 경제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네덜란드계 금융그룹 ING는 이러한 평온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2025년 7월 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주요 교역 상대국에 대해 10%에서 최대 70%까지 일방적으로 관세를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벼랑 끝 전술’로, 불과 몇 주 전 유럽연합(EU)에 50% 관세를 위협했던 장면과 유사하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7월 4일 자 보고서에서 ‘시장 참여자 대부분은 90일 유예 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에도 별다른 파국 없이 넘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관세 소식에 전적으로 무감각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큰 충격 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묵시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고 진단했다.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가지수는 탄탄하며,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 정부는 세수의 새로운 원천인 ‘관세 수입’을 대거 거둬들이고 있다. 아직은 모든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대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ING는 ‘모든 충격이 지연되어 나타나고 있을 뿐’이라는 시각을 고수한다. 특히 물가 측면에서 그 가능성이 크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디플레이터는 세 달 연속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ING는 ‘6월 지표가 발표되는 이달 말부터, 그리고 7~8월에는 더 뚜렷하게 관세 효과가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관세가 실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기까지는 최소 3개월가량 걸린다. 더욱이 미국 기업들은 이번 관세를 예상하고 창고를 최대한 확보해 선(先)재고를 쌓아 두었다. 이러한 재고 완충(buffer) 덕분에 가격 전가를 늦춤으로써 소비자 물가 상승을 일시적으로 억누를 수 있었다. 그러나 재고는 소모되기 마련이며, 가격 인상 압력은 올여름 정점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ING는 이러한 여름철 물가 급등 가능성을 근거로, 금융시장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치에서 제외했다. 대신 11월, 더 가능성이 큰 12월부터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재개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지표의 착시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보고서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ING는 ‘고용시장 지표는 경기 충격이 가장 나중에 반영되는 지표’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소비·설비투자·무역에서 이미 나타난 둔화 조짐이 일정 시차를 두고 고용에 번지면, 연착륙 시나리오가 순식간에 경착륙으로 바뀔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ING는 ‘관세는 미국 경제의 돛에서 바람을 빼내 버렸다’며 ‘앞으로 성장률이 더욱 둔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미국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낯선 용어 해설
1 근원 PCE 디플레이터: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개인소비지출 물가기준. 연준이 정책 판단 시 가장 중시하는 물가지표다.
2 재고 완충(buffer): 기업이 가격 상승이나 공급망 충격에 대비해 평소보다 많은 상품·원자재를 보유함으로써 단기적인 비용 상승을 흡수하는 전략을 말한다.
전문적 관점
현재 시장은 ‘관세 협상의 막판 뒤집기’에 수차례 노출되면서 내성이 상당히 커졌다. 하지만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를 미루고 장기 금리가 재차 상승 압력을 받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투자자들은 원자재, 인플레이션 연동채, 방어적 배당주 등 실질가치 보존 수단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달러 강세가 관세 효과를 상쇄해 온 측면도 크다. 향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다면 수입물가 상승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결국 관세는 ‘물가 폭탄’의 신관 역할을 할 뿐, 폭발 시점은 달러와 재고가 결정한다는 것이 ING의 결론이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다음 일정은 7월 말 발표될 6월 근원 PCE 디플레이터, 8월 초 공개될 7월 고용보고서, 그리고 8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내놓을 통화정책 가이드라인이다. 이 세 변수에 따라 여름 한복판의 시장 방향성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