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금리의 상승 구조적 굳어지나: 미국 국채 수급 불균형의 10년 전망과 시장 파급

서론: ‘정상화’되지 않는 장기금리

2023년 하반기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대를 상회하는 흐름이 굳어졌다. 일시적 변동성으로 치부되던 고금리 구간이 ‘뉴 노멀’로 고착화되는 조짐이다. 본 칼럼은 최근 뉴스·지표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통해 미국 국채 수급 불균형이라는 단일 주제를 선정하고,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구조적 금리 상승 압력을 심층 분석한다.


1. 국채 시장에 드리운 세 갈래 구조적 압력

1-1. 만성화된 재정적자

  • 의회예산국(CBO)은 2024~2034년 누적 연방재정적자를 20.3조 달러로 전망한다. 이는 팬데믹 이전 10년치 적자(약 7.6조 달러)의 2.7배 규모다.
  • GDP 대비 적자 비율은 2023년 5.8%에서 2034년 6.9%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 사회보장·메디케어 등 의무지출이 전체 예산의 63%를 차지해, 경기 호전에 따른 자연 감축 여지가 제한적이다.

1-2. 연준의 양적긴축(QT)

2022년 6월 개시된 QT는 현재 월 600억 달러의 국채와 350억 달러의 MBS를 축소한다. 속도 조절 논의는 있으나,자산총량 회수 기조 자체는 장기화가 유력하다. 이는 “연준이 국채의 최종자”에서 “순공급 가속 장치”로 변모했음을 뜻한다.

1-3. 해외수요의 구조적 약화

중국·일본 등 전통적 해외 보유국은 각자 통화안정·고령화 이슈로 달러자산 매입 여력이 축소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중국의 미 국채 잔액은 8590억 달러로, 2013년 고점 대비 38% 감소했다.


2. 숫자로 보는 공급·수요 시나리오

연도 연방 재정적자(조달러) 순국채 발행(조달러) 연준 보유 변화(조달러) 해외 공식부문 순매수(조달러) 추정 10년물 평균금리(%)
2024E 1.77 1.95 -0.72 0.10 4.3
2026E 1.60 1.85 -0.84 0.05 4.6
2029E 1.90 2.20 -0.60 -0.05 4.9
2034E 2.30 2.55 -0.30 -0.15 5.2

위 표는 CBO·연준·IMF 통계를 종합해 필자가 자체 구축한 수급 밸런스 모델 결과다. 결론적으로 10년물 평균금리는 2030년대 중반 5% 초중반대가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3. 재정·통화·국채시장의 복합 다이내믹스

3-1. ‘이자비용의 피드백 루프’

장기금리가 상승할수록 국가 이자부담이 커지고, 이는 다시 적자 확대→더 많은 국채 발행→금리 상승의 악순환을 야기한다. 2023 회계연도 이자지출은 8790억 달러로 이미 국방예산(8167억 달러)을 추월했다. 2034년에는 1.6조 달러, 전체 지출의 15%까지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3-2. 연준의 정책 딜레마

통화당국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상충 목표 사이에서 QT 속도 조절, 일시적 가이던스 완화 등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페이퍼 언와인딩(paper unwinding)보다 실질 자산축소를 우선시하는 한, 채권 수급 긴장은 완화되기 어렵다.

3-3. 민간·해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연금·보험 등 장기투자자는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을 환영하지만, 자본차익 손실과 듀레이션 리밸런싱 부담이 병존한다. 해외 투자자의 경우 환헤지 비용 상승으로 후방 곡선(back-end curve) 매력을 떨어뜨린다.


4. 주요 섹터별 파급 효과

4-1. 금융주: 순이자마진은 확대, 평가손은 지속

  • 상업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금리 상승으로 확대된다.
  • 그러나 채권 보유평가 손실로 자기자본비율 규제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4-2. 성장주·테크: 할인율 상승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줄어드는 만큼, 고PER 성장주에는 구조적 역풍이 불어온다. 다만 AI·클라우드 등 고부가 플랫폼 기업은 가격결정력으로 일부 상쇄가 가능하다.

4-3. 리츠·부동산: 차입 리파이낸싱 리스크

리츠의 평균 부채만기가 5년 내외이므로, 2025~2026년 대규모 리파이 시즌이 도래한다. 캡레이트(cap rate)와 금융비용이 동반 상승해 배당수익률 매력이 희석될 전망이다.


5. 투자 전략: 5대 시나리오 로드맵

필자는 장기금리 상단 6%, 하단 3.5% 구간을 전제로 아래 5대 시나리오에 따른 추천 전략을 제시한다.

  1. 베이스(확률 40%): 10년물 4.5~5.5% 박스권. – 듀레이션 3년 이하 IG 기업채 비중 확대, 배당 성장주 선별.
  2. 상승(25%): 물가·적자 동시 악화로 6% 돌파. – 금리민감 부동산·테크 비중 축소, 에너지·인프라 파이프라인 MLP 비중 확대.
  3. 완화(20%): 경기침체·연준 QE 재개로 3.5% 복귀. – 장기국채 ETF(TLT 등)·고성장 테크 레버리지 ETF 진입.
  4. 변동성(10%): 재정협상 지연·셔트다운 반복. – 단기 T-Bill·머니마켓 펀드로 회피.
  5. 불확실성(5%): 지정학 충격·리세션 후 스태그플레이션. – 물가연동채(TIPS), 금·비트코인 전략적 보조.

6. 리스크 요인 및 반론 점검

일각에서는 인구 고령화→저투자→저성장→저금리 회귀를 주장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 및 재정적자 경로가 과거 일본형 시나리오와 상이하다는 점을 간과한다.

  •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 통화팽창 용이성만큼 재정 기조 확장 편의가 높다.
  • 고령화가 저축률을 높인다는 통설은 퇴직자 순해지(해저드) 증가로 이미 반전 조짐을 보인다.
  • 에너지전환·안보재정(산업정책) 지출이 장기적으로 자본수요를 지속 자극한다.

7. 필자의 장기 전망과 정책 제언

7-1. 전망 요약

① 국채 수급 불균형은 연준의 QT·재정적자 장기화로 구조적 장기금리 상향을 유발한다.
② 2030년대 초반 10년물 수익률은 평균 4.7%, 고점 6%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③ 이자비용 피드백 루프가 완화되지 않는 한, 금리 하단은 과거 경기둔화 국면의 2%대 수준으로 회귀하기 어렵다.

7-2. 정책 제언

첫째, 지출 구조조정과 증세를 병행하는 ‘균형적 재정개혁’이 필수다. 둘째, QT 속도 조정과 장기채 재투자를 통한 Yield Curve Control Lite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관투자가·가계의 세제 인센티브 기반 국채 소화 메커니즘 구축이 요구된다.


결론: 고금리 시대, 투자·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서막

미국 국채 수급 불균형은 단순한 시장 기술적 문제가 아닌, 재정·통화·지정학 구조 변화의 집약체다. 장기금리 5% 시대는 산업·자산시장 할인이율, 정부의 정책 여력, 글로벌 자본흐름을 재편할 매우 장기적인 변수다. 투자자는 단순 듀레이션 매칭을 넘어, 구조적 금리 상승이 초래할 리스크 프리미엄 재가격에 대응해야 한다. 정책 당국도 단기 시장안정보다 지속가능한 재정 기반 구축에 나서야 한다. 이제 ‘고금리의 정상화’가 아닌 ‘고금리의 정착화’에 대비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