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제조 제한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
2025년 6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장관이 워싱턴에서 미국 관리들과 만나 중국 내 반도체 제조사 운영 제한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되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제조 제한 정책이 향후 1년을 넘어 5~10년 차원에서 경제·금융시장·산업구조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1. 정책 배경과 주요 내용
- CHIPS and Science Act 확대: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팹(공장) 유치와 R&D 지원을 위해 52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투입 중이다.
- 수출통제 리스트 적용: 고성능 칩 설계·제조용 EUV(극자외선) 장비와 고급 노광장비, 설계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 동맹국 연합: 일본·네덜란드 등 주요 수출통제 동참국과 협력을 통해 공급망 셧다운을 목표로 한다.
2.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분할 가속
2.1 미국·중국의 기술 블록화
미국의 제한 조치는 중국 내 대만 TSMC, 중국 반도체 업체 SMIC를 겨냥한 것으로, 양국간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이 현실화되고 있다. 향후 5년 내에 주요 고급 반도체 생산은 미국·유럽·일본 거점과 중국·대만·한국 거점으로 명확히 이원화될 전망이다.
2.2 아시아·유럽의 대응
한국·일본·유럽 주요 업체는 양축 사이에서 균형 전략을 모색 중이다. 한국 삼성·SK하이닉스는 국내·미국 팹 투자를 확대하고, 수출통제 품목을 우회할 수 있는 소재·장비 독자 개발에 나섰다. 유럽 장비기업 ASML은 미국 규제에도 유럽 내 설비 지원을 강화하고, 네덜란드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3. 산업·기업 차원의 중장기 전략 변화
3.1 파운드리(Foundry) 경쟁 구도
2025~2030년 전 세계 파운드리 산업은 TSMC·삼성·글로벌파운드리(미국·EU 지원) 3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EU 보조금을 바탕으로 글로벌파운드리가 중단기적으로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가 예상된다.
3.2 장비·소재 기업의 기회와 과제
- 장비업체: 네덜란드 ASML·미국 KLA·일본 Nikon 등은 대체 시장을 발굴해 매출 감소를 방어해야 한다.
- 소재업체: 국내 SK머티리얼즈·솔브레인·엘앤에프 등은 중국 수요 감소를 한국·미국·EU 수요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수다.
4. 금융시장·투자자 관점의 장기적 시사점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동맹국 협력 강화로 반도체 분야는 향후 5년간 대규모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든다. 투자자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
- 국내장비·소재 중소형주 :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 대비 미국·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 선별
- 파운드리 3강주의 경쟁력 : TSMC·삼성·글로벌파운드리의 CAPEX 추이와 기술로드맵 모니터링
- 대체·후공정 서비스 :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 Test) 업체의 인수합병·투자 기회 탐색
5. 국가 차원의 공급망 회복력 강화 과제
한국은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미국·유럽 수요와 연계해 ‘이중 소스(dual sourcing)’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다음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 국내 팹 건설 인센티브 확대: 지방과학벨트·세액 감면 등으로 지역 간 산업 균형 발전
- 인재 양성: 반도체 설계·공정·소재 분야 인력 풀 확보를 위한 산·학·연 연계
- 기술 자립도 제고: EUV 마스크·첨단 포토레지스트 등 소재·장비 국산화 프로젝트 가속
6. 결론 및 전망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은 단기 충격을 넘어 글로벌 산업판도와 공급망 지형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향후 1년 내 단기 변동성은 제한적이더라도, 3~5년 차원에서는 “기술 블록화”로 인한 비용 상승, R&D 재편, 투자처 이동이 본격화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반도체 강국은 전략적 제휴와 자국 생태계 강화로 새로운 산업 질서에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투자자 또한 파운드리·장비·소재·OSAT 등 세부 섹터별로 차별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향후 십여 년간 IT·전기차·AI·국방·우주산업 등 모든 첨단 산업의 근간이 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이 기사는 공개된 정책 발표 및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된 경제 전문 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