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공급망 지배에 대한 글로벌 재편: 장기적 전망과 시사점
이중석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글로벌 제조업과 첨단 산업의 근간이 되는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REEs)는 스마트폰, 전기차(EV),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첨단 군수 장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희토류 가공 능력의 약 9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현실은 공급망 리스크를 극대화한다. 최근 포드 모터 컴퍼니의 CEO 짐 팔리가 희토류 자석 공급 문제를 공개하며 경고한 데 이어, 인도가 희토류 자원 개발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 희토류 시장 현황과 중국의 지배력
로이터·CNBC·인베스팅닷컴 등 다수 매체가 최근 보도한 바와 같이, 희토류는 매장량보다 가공 능력 및 공급망 통제가 더 큰 경제·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2025년 6월 기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생산량과 가공의 불균형: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석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며, 가공 능력은 90% 이상이다.
- 중국의 수출 제한 강화: 2025년 4월부터 중국은 희토류 제품 수출 허가 규정을 강화해 세계 시장에 군수·산업용 소재의 원활한 공급을 제약하고 있다.
- 주요 수요 산업의 집중: 전기차·풍력 터빈·모바일 기기·방위산업 등 전략산업이 희토류 자석·배터리·촉매 등에 의존도가 높아 대체원 확보가 시급하다.
1.1. 주요 희토류 핵심종목과 용도
REEs 종류 | 주요 용도 | 수요 산업 |
---|---|---|
네오디뮴(Neodymium) | 영구자석 |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 | 영구자석, 합금 | 자동차, 항공기 엔진 |
디스프로슘(Dysprosium) | 고온용 자석 | 전기차, 방산 |
터븀(Terbium) | 형광체 | 형광 램프, 디스플레이 |
세륨(Cerium) | 촉매, 폴리싱 |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
2.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노력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주요 국가 및 지역의 전략은 크게 자원 개발·가공 인프라 확충과 정책·투자 지원으로 구분된다.
2.1. 인도의 희토류 전략
2025년 6월 13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자국 내 매장량 690만 톤(세계 3위 수준)을 기반으로 희토류 채굴·가공을 확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 중이다.
- 국가 필수 광물 사명(National Essential Mineral Mission) 출범: 중앙·주 정부, 공기업·민간 협업으로 채굴, 정제 기술 개발
-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인센티브 제공: 자본 보조·세제 혜택을 통해 인도 희토류(India Rare Earths)와 글로벌 기업 연계
- 외국인 투자 유치: 호주·캐나다·미국 투자자 대상 프로젝트 공동 진행
2.2. 미국·유럽·친환경 에너지 대국의 대응
- 미국: 2025년 IRA(Inflation Reduction Act) 자금 활용, 분산형 정제 공장 건설 지원
- 호주·캐나다: 광산 개발 레귤레이션 완화 및 합작투자 확대
- 유럽연합: Critical Raw Materials Act 채택, 전략적 비축 정책 추진
3. 주요 수요 산업의 장기적 영향
희토류 공급 불안정은 3대 산업에 특히 강력한 장기 리스크와 변동성을 초래한다.
3.1. 전기차(EV) 산업
전기차 모터 자석의 30~40%는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기반이다. 포드 CEO 짐 팔리가 밝힌 바처럼 희토류 자석 공급 제약은 생산 차질로 이어져 경쟁사 대비 시장 점유율 하락, R&D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3.2. 풍력·청정에너지 부문
풍력 터빈의 영구자석형 발전기 대다수가 희토류 기반이다. 공급망 병목이 장기화되면 프로젝트 지연, 설비 투자비용 상승, LCOE(Levelized Cost of Energy) 상승이 불가피하다.
3.3. 방위산업 및 첨단전자
고온·고출력 영구자석과 형광체 수급 불안은 레이더·유도무기·항공기 엔진 성능 저하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국가 안보 차원의 전략 비축 및 국내 생산 확대가 필수적이다.
4. 장기적 리스크와 기회
4.1. 리스크 요인
- 지정학적 갈등: 중국-미국 무역 갈등, 중동 에너지 안보 위기와 결합 시 공급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
- 기술 독립성 취약: 가공 기술·원료 분리 기술의 해외 의존도가 큰 국가일수록 장기 경쟁력 약화.
- 시장 변동성 심화: 주요 수요 산업들의 성장 기대치와 공급 제약이 충돌하며 희토류 가격 변동 폭이 확대된다.
4.2. 기회 요인
- 대체 소재 개발: 영구자석 대체 기술(전기강판 기반 모터, 전자기 유체 자석) 연구 가속
- 재활용 산업 성장: 폐배터리·전자제품 재활용을 통한 2차 희토류 확보로 자원 선순환
- 글로벌 협력체계: 공급망 다변화 consortium 설립, 정보 공유·비축 연대 강화
5. 정책 제언 및 투자 시사점
장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5.1. 정부 차원의 전략
- 전략 비축 확대: 핵심 희토류 품목에 대한 국가 비축 수준을 최소 수요의 6개월치 이상으로 설정
- 기술 R&D 투자: 분리·정제·재활용 기술 개발 예산 확대
- 산학 연계 플랫폼: 희토류·모터·배터리 소재 업체 간 공동 연구 지원
5.2. 기업·투자자 관점
- 공급망 다변화: 단일 국가 의존도 최소화, 다수 공급처 확보
- 전략적 지분 투자: 인도·호주 프로젝트·재활용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
- 리스크 관리: 장기 수급 계약(Long-Term Offtake Agreements)을 통한 가격·물량 변동성 헤지
6. 결론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지배는 단순한 원자재 경쟁을 넘어 글로벌 제조업·에너지 전환·국가 안보를 결정짓는 변수로 부상했다. 본 칼럼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급 제약은 전기차·청정에너지·방위산업 등 핵심 성장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기업·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도의 자원 개발, 미국·유럽의 투자 확대, 기술 대체·재활용 혁신은 장기적으로 희토류 안보를 강화하고 산업 경쟁력 확보의 기틀이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간의 공급망 재편 성패가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구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