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선물 가격이 9일(현지시간) 하락세를 나타냈다. 뉴욕 원당 10월물과 런던 ICE 백설탕 10월물 모두 약세를 보였으며, 특히 뉴욕 원당 가격은 1주일 반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시장에서는 이날 국제 유가 약세가 설탕 가격을 압박한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원유 가격이 8개월 3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에탄올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설탕 제당소들이 사탕수수 압착 물량을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 쪽으로 더 많이 돌릴 가능성이 커져 공급 확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6년 6월 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10월 인도분 뉴욕 세계 설탕 11호(SBV24)는 이날 0.31달러, 16.12% 하락했고, 10월 런던 ICE 백설탕 5호(SWV24)도 3.80달러, 0.71% 내렸다. 세계 설탕 11호는 뉴욕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원당 기준 계약을 뜻하며, 백설탕은 정제 이후의 설탕을 말한다. 두 시장의 동반 약세는 원유와 에탄올, 그리고 주요 생산국의 작황 전망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설탕 가격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1개월 반 만의 고점까지 반등했었다. 브라질 최대 설탕 생산지인 상파울루주에서는 가뭄과 극심한 고온으로 대형 산불이 잇따르며 사탕수수 작황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사탕수수 산업 단체 오르플라나(Orplana)는 최대 2,000건의 화재가 상파울루주 내 8만 헥타르에 달하는 재배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린 풀 커모디티 스페셜리스트스(Green Pool Commodity Specialists)는 화재로 인해 최대 500만 미터톤(MMT)의 사탕수수가 손실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브라질 설탕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차르니코우(Czarnikow)는 지난 2일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2024/25년 설탕 생산 전망치를 기존 4,000만 미터톤에서 3,920만 미터톤으로 낮췄다. 가뭄과 화재 피해가 반영된 결과다. 또 코브리그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도 지난 2일 2024/25년 세계 설탕 부족 전망치를 기존 마이너스 30만 미터톤에서 마이너스 60만 미터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설탕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도 존재한다. 국제설탕기구(ISO)는 지난 5일 2024/25년 세계 설탕 공급 부족 규모가 마이너스 358만 미터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3/24년의 예상 부족분인 마이너스 20만 미터톤보다 훨씬 큰 규모다. ISO는 2024/25년 세계 설탕 생산량이 1억7,930만 미터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2023/24년의 1억8,130만 미터톤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중장기적으로 설탕 현물 및 선물 가격의 하방을 제한할 수 있는 요소로 읽힌다.
브라질 정부의 작황 예측 기관인 코나브(Conab)도 8월 22일 2024/25년 브라질 중남부 설탕 생산 전망치를 기존 4,270만 미터톤에서 4,200만 미터톤으로 낮췄다. 코나브는 사탕수수 수확량이 가뭄과 극심한 더위로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브라질의 실제 생산이 확대될 경우 이는 다시 설탕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라질 설탕협회 유니카(Unica)는 지난 8월 중순까지의 2024/25년 마케팅연도 기준 브라질 중남부 설탕 생산량이 2,391만 미터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글로벌 공급을 늘려 가격을 누를 수 있는 재료다.
인도의 생산 전망도 설탕 시장에 중요한 변수다. 인도 기상청은 9월 3일 기준 올해 몬순 시즌 동안 인도가 777.6mm의 비를 기록해 장기 평균 721.1mm보다 8% 많은 강수량을 보였다고 밝혔다. 몬순은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는 인도의 주요 우기다. 평년보다 많은 비가 사탕수수 작황에 도움이 될 경우, 인도산 설탕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다. 이는 설탕 가격에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도는 세계 최대 설탕 소비국이자 주요 수출국 중 하나다.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ISM)는 7월 3일 기준 2023/24년 인도 설탕 재고가 910만 미터톤이며, 잉여 물량이 360만 미터톤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관은 5월 13일 2023/24년 10월부터 4월까지의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3,140만 미터톤이라고 발표했다. 또 ISM은 7월 30일 2024/25년 인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3,331만 미터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인도 식품부는 지난 5일, 11월에 시작되는 2024/25년 회계연도에 대해 설탕공장의 에탄올 생산 제한을 완화했다. 이는 인도의 설탕 수출 규제가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인도는 지난해 12월 2023/24년 공급 연도에 설탕공장들이 사탕수수를 에탄올 생산에 쓰는 것을 중단하도록 지시해 국내 설탕 비축분을 늘리려 했다. 또한 2023년 10월 이후 국내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설탕 수출도 제한해 왔다. 인도는 2022/23 시즌에는 9월 30일까지 610만 미터톤만 수출을 허용했으며, 직전 시즌에는 사상 최대인 1,110만 미터톤의 수출을 허용한 바 있다.
태국의 이상고온도 글로벌 설탕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태국 기상청은 5월 6일 77개 주 가운데 30곳이 넘는 지역에서 4월 기록적 고온이 관측됐으며, 일부 지역의 최고기온은 195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태국 설탕 제분업체들은 올해 사탕수수 압착 수율이 최소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하고 있다. 다만 태국 정부는 4월 22일 2023/24년 12월부터 4월 17일까지의 설탕 생산량이 877만 톤이라고 추산했으며, 이는 2월 태국설탕제분업협회(Thai Sugar Millers Corp)의 750만 톤 전망보다 높은 수치였다. 태국은 세계 3위의 설탕 생산국이자 2위의 설탕 수출국이다. 따라서 태국 작황 변화는 국제 설탕 시세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 5월 23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4/25년 세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사상 최대 1억8,602만4,000미터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인간 소비용 설탕 소비량은 0.8% 증가한 사상 최대 1억7,878만8,000미터톤으로 예상했다. 다만 세계 설탕 기말 재고는 전년 대비 4.7% 줄어든 3,833만9,000미터톤으로 떨어져 13년 만의 최저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생산 증가와 재고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는 향후 설탕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제 유가 흐름, 브라질·인도·태국의 기후 변수, 에탄올 수요와 수출 규제가 맞물리며 설탕 가격은 단기적으로는 약세 압력을 받되, 공급 차질이 다시 부각될 경우 반등 폭도 커질 수 있는 국면에 놓여 있다.
관련 시장 흐름으로는 달러 강세가 코코아 선물의 차익실현을 자극했다는 소식, 글로벌 커피 수출 증가로 커피 가격이 후퇴했다는 소식 등도 함께 전해졌다. 같은 날 설탕 시장은 원유 약세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 가격의 연동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설탕 가격은 단순히 농산물 수급만이 아니라 원유, 에탄올, 기후, 수출 정책이 함께 움직이는 복합 시장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국제 유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설탕 가격에는 추가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으며, 반대로 브라질 산불이나 인도·태국의 생산 차질이 심화되면 가격은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