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박스 공동창업자 드류 휴스턴(Drew Houston) 최고경영자(CEO)가 19년 만에 물러난다. 휴스턴은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의 선구자로 드롭박스를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술기업으로 키워냈지만, 향후에는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 역할로 이동할 예정이다.
2026년 5월 2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은 화요일 직원들에게 애시라프 알카르미(Ashraf Alkarmi)와 잠시 공동 CEO 체제를 운영한 뒤, 이후 알카르미가 단독으로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알카르미는 현재 제품 책임자에서 승진하는 인물이다. 드롭박스는 휴스턴의 경영 이양과 함께 제품 및 인공지능(AI) 전략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은 24세 때인 2007년께 드롭박스를 창업해 약 20년에 걸쳐 회사를 이끌어 왔다. 그는 Y콤비네이터(Y Combinator)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출신 기업을 공모시장까지 이끈 첫 기술 창업가로 꼽혀 왔다. Y콤비네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에 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미국 기술업계에서 수많은 성공 사례를 배출해 왔다.
현재 43세인 휴스턴은 CNBC 인터뷰에서 드롭박스를 떠나 전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8세의 자신이라면 지금의 자신에게 손뼉을 쳐줬을 것이라며, 드롭박스가 여전히 “지구상의 일정 비율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라고 평가했다. 휴스턴은 “저는 더 이상 돛단배 경주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2020년부터 메타(Meta)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휴스턴이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재학 시절 USB 메모리를 자주 잃어버리는 불편함이었다. 개인적 불편이 계기가 돼 탄생한 드롭박스는 파일과 사진을 여러 기기에서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로 성장했다. 드롭박스는 최근 분기 실적에서 유료 이용자 1,800만 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는 언론인, 그래픽 디자이너, 건축가 등 일상적으로 대용량 파일과 사진을 공유하는 직군에서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다.
휴스턴과 공동창업자 아라시 페르도시(Arash Ferdowsi)는 2018년 3월 23일 뉴욕 나스닥 시장 개장 행사에서 드롭박스 상장을 기념했다. 드롭박스는 2017년 연간 매출 10억 달러를 넘겼고, 4년 뒤 2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매출은 사실상 정체 상태이며 2025년에는 소폭 감소했다.
시가총액 측면에서도 드롭박스는 기대에 못 미쳤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60억 달러로, 2018년 상장 첫날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2014년 비상장 시장 투자자들이 부여했던 100억 달러 가치에도 못 미친다. 반면 또 다른 Y콤비네이터 출신 기업인 에어비앤비(Airbnb)는 시가총액이 800억 달러에 가까우며,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 CEO는 숙박 산업을 뒤흔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드롭박스는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경쟁사와 맞서며 차별화를 시도해 왔다. 장기 경쟁자인 박스(Box) 역시 창업자 애런 레비(Aaron Levie)가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35억 달러를 조금 넘는다. 드롭박스의 지속적인 과제는 대형 플랫폼과의 경쟁 속에서도 유료 구독 기반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데 있다.
최근 드롭박스와 구독형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이 맞닥뜨린 가장 큰 변수는 인공지능(AI)이다. 지난 3년여 동안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기업의 파운데이션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더 단순한 도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AI 모델을 뜻한다. 이러한 흐름은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의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그럼에도 드롭박스 주가는 최근 1년간 5% 미만 하락에 그쳐, 먼데이닷컴(Monday.com), 허브스팟(HubSpot), 아사나(Asana) 등 경쟁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휴스턴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사람들은 결과를 너무 빨리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기존 서비스에 미칠 영향이 방향성은 맞을 수 있지만, 실제 현실화까지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는 드롭박스 고객 가운데 ‘챗GPT를 너무 많이 써서 드롭박스 구독을 해지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가트너(Gartner)의 애널리스트 존 러블록(John Lovelock)은 현재의 AI 시대가 클라우드 컴퓨팅 초기와 유사하다고 봤다. 과거 세일즈포스(Salesforce) 같은 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오라클(Oracle)과 SAP 같은 기존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는 붕괴하지는 않았지만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것이다. 러블록은 AI가 더 큰 가치를 창출하면 더 많은 돈이 이 분야에 쓰이게 될 것이라며, 결국 핵심은 누가 그 돈을 가져가느냐인데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모네스, 크레스피, 하르트 & Co.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초 실적 발표 이후 보고서에서 드롭박스가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드롭박스의 AI 기반 기능인 대시(Dash)를 언급하며, 고객이 서드파티 앱 전반에 흩어진 문서와 메시지를 더 쉽게 검색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시는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과 음성까지 빠르게 조회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다. 애널리스트들은 주식에 대한 사실상 보유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AI 기회와 기업가치가 가치투자자들에게 드롭박스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휴스턴도 대시와 같은 AI 제품에 대해 “이제야 비로소 10년 전에 내가 만들고 싶었던 버전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드롭박스가 아니라 AI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저는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며 “AI는 우리가 사는 방식의 모든 측면을 바꾸고 있고, 일할 아이디어가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롭박스는 휴스턴의 경영 이양과 함께 구글에서 마이크 토레스(Mike Torres)를 7월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토레스는 현재 구글 크롬의 제품 부문 부사장이다. 회사는 또 알카르미가 2024년 말 비메오(Vimeo)에서 합류한 이후 “고객 대응이 훨씬 민첩해졌고 혁신에 더 큰 도전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휴스턴은 “나는 적절한 리더를 신뢰한다”며 “회사는 올바른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경영 승계는 단기적으로 경영 연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드롭박스가 AI 중심의 제품 재편 속도에 더 무게를 싣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구독형 소프트웨어 업종이 AI 확산으로 재평가받는 상황에서, 드롭박스의 주가 흐름은 향후 대시와 같은 기능의 상용화 성과, 유료 가입자 유지율, 매출 성장 재가속 여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휴스턴의 퇴진은 창업자 리더십 시대의 종료를 뜻하는 만큼, 시장은 새로운 최고경영진이 기존 고객 기반을 지키면서 AI 전환의 속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