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리서치팀이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의 포지셔닝이 소프트웨어에서 반도체 하위 산업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변화는 2026년 2분기 초에 나타났으며, 인공지능(AI)으로 인한 기존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교란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자금을 빼는 흐름과 맞물린다.
2026년 5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AI 관련 종목에 대한 강한 랠리는 올해 월가가 다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반도체주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18거래일 연속 상승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수 역사상 가장 긴 상승 행진이었다.
이른바 AI 트레이드는 워싱턴과 이란 사이의 장기화한 갈등, 그리고 유가 급등이 촉발한 전 세계적인 채권 매도세 속에서도 미국 증시가 기록 경신을 이어가도록 도왔다. 금리 인상 기대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채권금리가 오르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는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형성한 기술주에 통상 더 큰 압박을 준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상대적 선호 변화는 이런 금리 환경에서도 투자자들이 실적 가시성과 성장 지속성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올해 들어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AI가 기술 섹터 전체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했지만, 이제는 “AI가 명확한 승자와 패자를 만들 것”이라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사무용 및 기업용 제품, 인사 서비스, 음식 배달과 같은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AI로 인해 큰 변화를 겪을 영역으로 지목됐다. SOX는 연초 대비 72.3% 상승한 반면, 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Sector ETF는 11.1% 하락했다. SOX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뜻하며, 반도체 업황과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벤치마크다. 반면 소프트웨어 관련 ETF의 부진은 투자자들이 AI 시대의 구조적 위험을 선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 초 약 9조 달러 규모의 주식 포지션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기술 섹터 내에서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의 포지셔닝은 시장 전반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비중 축소, 반도체 비중 확대를 반영했다. 벤 스나이더가 이끄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금요일 리서치 노트에서 “뮤추얼펀드는 2012년 이후 최소 수준의 소프트웨어 익스포저를 안고 2분기에 진입했다”며 “메가캡을 제외하면 반도체 대 소프트웨어에 대한 뮤추얼펀드의 비중 쏠림은 2012년 이후 가장 크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헤지펀드는 소프트웨어의 롱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2019년 이후 가장 작았고, 반도체의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롱 포트폴리오는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한 자산 묶음을 뜻하며, 기관투자가들이 어떤 업종에 대해 얼마나 낙관적인지를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즉, 이번 수치는 단기 매매가 아니라 기관의 중장기 시각까지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종목별로 보면,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 모두에서 순보유 주식 수 기준으로 가장 큰 감소 종목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뮤추얼펀드는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매그니피센트 7 동종 종목들에 대한 보유도 줄였다. 헤지펀드는 매그니피센트 7 대부분의 보유를 줄였지만, 순 기준으로는 메타와 애플에 대한 포지션을 늘렸다. 매그니피센트 7은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 기술주 7개 종목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시장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 그룹이다.
반도체 업종 안에서는 헤지펀드가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ASML 비중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뮤추얼펀드는 인텔과 시타임을 추가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장비, 제조, 설계 관련 기업들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신뢰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 칩 수요 확대가 이어질 경우, 반도체 공급망 전반과 장비주에 대한 자금 유입은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향후 기술주 내 자금 이동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신호로 읽힌다. AI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은 비용 효율화와 업무 자동화의 수혜를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존 서비스가 대체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반면 반도체는 AI 연산 수요의 직접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히기 때문에, 기관자금이 상대적으로 이 쪽으로 몰리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그리고 밸류에이션 부담은 기술주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업종 내에서도 기업별 실적과 AI 노출도에 따른 차별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