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시대를 지나 새 경영진 체제로 들어선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1분기 들어 포트폴리오를 대폭 손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비자와 마스터카드 지분 전량 처분, 델타항공 신규 매수, 그리고 알파벳 지분 확대다. 겉으로는 개별 종목 조정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버크셔의 투자 성향이 보다 적극적이고 기술주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2026년 5월 2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1분기 동안 여러 개의 작은 지분을 정리하는 동시에, 기존에 버핏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업종과 종목에 대한 노출을 확대했다. 이번 조정은 새 최고경영자(CEO) 그렉 에이블(Greg Abel)이 주도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향후 버크셔의 자본 배분 방식이 과거와 다소 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첫 번째 변화는 신용카드 결제망 핵심 종목인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를 모두 정리한 것이다. 버크셔는 2011년부터 보유해 온 비자 830만 주 전량을 1분기 중 매도했으며, 마스터카드 보유분도 모두 처분했다. 다만 두 종목은 버크셔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각각 약 1% 수준에 불과했던 만큼, 절대 규모보다도 의사결정의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제망 기업은 소비와 거래량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버크셔가 이 분야의 대표 종목을 모두 정리한 것은 해당 사업 구조에 대한 재평가로 읽힌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모두 처분했지만, 버크셔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지분은 1분기에도 유지됐으며, 현재 이 회사는 버크셔의 두 번째로 큰 보유 종목으로 평가된다. 보유 가치만 470억 달러에 이른다.
두 번째 변화는 항공업에 대한 태도 변화다. 버핏은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항공 산업을 장기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해 항공주 보유분 약 40억 달러어치를 모두 매도한 바 있다. 이후 항공업은 회복과 불확실성을 반복했고, 버크셔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새 경영진은 달랐다. 버크셔는 1분기 동안 주가가 부진했던 델타항공(Delta Air Lines) 주식 3,980만 주를 매수했고, 현재 평가액은 28억 달러에 달한다.
델타항공 투자 비중은 여전히 버크셔 전체 포트폴리오 가치의 약 1%에 그쳐 대형 베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항공업 특유의 경기 민감성과 유가, 여객 수요,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변동성을 감안하면, 이번 매수는 버핏 체제에서라면 다소 이례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중동 군사 충돌 이후 3월 조정 국면에서 주가가 흔들린 뒤 매수에 나섰다는 점은, 버크셔가 단기 변동성 속 가치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버크셔가 향후 델타 비중을 더 늘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 번째 변화는 빅테크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버핏은 오랫동안 기술주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거리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에이블과 실무진은 훨씬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버크셔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알파벳(Alphabet)의 소규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2026년 1분기에는 A주 보유분을 세 배로 늘려 542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했다. 현재 이 지분의 가치는 230억 달러에 이르며, 버크셔 전체 보유 종목 가운데 일곱 번째로 큰 규모다. 이와 함께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C주 360만 주도 추가 매수했는데, 해당 지분 가치는 약 10억 달러로 추정된다.
알파벳은 검색, 유튜브, 클라우드, 광고 사업을 두루 갖춘 대형 기술기업으로, 전통적으로 버핏식 가치투자와는 거리가 있는 종목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 확산과 디지털 광고의 구조적 성장, 그리고 플랫폼 기업들의 현금창출력은 새 경영진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버크셔가 알파벳 비중을 늘린 행보를 두고 “기술주에 대한 보수적 금기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번 1분기 포트폴리오 재편의 또 다른 특징은 실질적 의미가 크지 않은 16개 종목을 완전히 정리했다는 점이다. 버크셔는 최근 편입했던 풀 코프(Pool Corp),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 아마존(Amazon) 등을 포함해 소액·분산 보유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매도라기보다 운용의 집중도 제고로 본다. 즉, 지나치게 작아 포트폴리오 전체 수익률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종목을 정리하고, 향후 실제 의미를 갖는 대형 투자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그렉 에이블 체제의 버크셔는 아직 완전히 새로운 투자 철학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버핏 시절보다 더 과감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결제망, 항공, 기술주라는 서로 다른 업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보수적 현금 보유’보다 ‘선별적 위험 감수’ 쪽으로의 이동이다. 이는 향후 버크셔의 포트폴리오가 더 유동적이고 기민하게 재편될 수 있음을 뜻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대규모 공격 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델타와 알파벳 모두 아직은 전체 자산 대비 비중이 제한적이며, 비자와 마스터카드 처분도 절대액 기준으로는 포트폴리오 전반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버크셔의 행보는 시장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버크셔는 더 이상 버핏 개인의 선호만으로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며, 새 경영진은 기술과 경기민감 업종 모두에서 기회를 선별하는 방향으로 포지셔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향후 버크셔의 주가와 시장 평가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버크셔를 단순한 방어적 가치주가 아니라, 대형 현금 보유력을 바탕으로 업종 전환과 테마 선택을 병행하는 복합적 투자회사로 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알파벳 같은 기술주 비중 확대는 장기적으로 성장 기대를 높일 수 있고, 델타 매수는 경기 회복 국면에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항공과 기술, 결제망을 넘나드는 종목 선택이 많아질수록 포트폴리오의 성격이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주목된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에 지금 투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시장 내에서도 엇갈린 시각이 존재한다. 기사에 따르면 모틀리 풀(Motley Fool) 측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투자자들이 매수할 만한 10개 종목을 제시했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 넷플릭스와 엔비디아가 해당 목록에 올라 이후 큰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를 거론하며 현재의 추천 종목이 강한 상승 여력을 가질 수 있다고 소개했지만, 이는 버크셔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버크셔가 안정성과 변화를 동시에 품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단기 성과보다 포트폴리오 재편의 방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합하면, 2026년 1분기 버크셔 해서웨이의 세 가지 가장 큰 움직임은 비자·마스터카드 전량 매도, 델타항공 대규모 매수, 알파벳 지분 확대로 요약된다. 여기에 16개 소액 종목 정리까지 더해지며, 새 경영진은 버핏 시대보다 더 정돈된, 그러나 훨씬 더 능동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어떤 종목을 샀느냐가 아니라, 버크셔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위험을 선택하고 성장 기회를 포착할 것인가에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