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는 15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이에 따른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0.91% 내렸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83%, 나스닥 100 지수는 1.30% 하락했다. 6월물 E-mini S&P 선물은 1.02%, 6월물 E-mini 나스닥 선물은 1.41% 떨어졌다.
2026년 5월 1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하락은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나타난 광범위한 매도세와 국제유가 급등이 맞물리며 심화됐다. 서아시아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이 당분간 정상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1.5주 만의 최고치까지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데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핵심 해상로로, 이곳의 불안은 곧바로 에너지 가격과 글로벌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유가 급등은 세계 주요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29년 만의 고점까지 뛰었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18년 만의 고점,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는 15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4.58%로 올라 11.7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므로, 금리 상승은 곧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한다. 투자자들이 향후 물가와 중앙은행의 긴축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주식시장은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자 낙폭을 더 키웠다. 5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의 일반 경기여건 지수는 8.6포인트 급등해 4년 만의 최고치인 19.6을 기록했다. 시장은 오히려 7.2로 하락할 것으로 봤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4월 제조업 생산도 전월 대비 0.6% 늘어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나타냈으며, 예상치인 0.2% 증가를 웃돌았다. 이러한 지표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을 강화해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인 6월 16~17일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3% 수준으로만 반영하고 있다. FOMC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정책회의다.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희박해지면서 위험자산 선호는 한층 약해졌다.
반면 1분기 실적 발표는 대체로 주식에 우호적이었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 454곳 가운데 83%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주를 제외하면 1분기 이익 증가율은 약 3%에 그칠 전망으로,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체 이익 개선이 소수 대형 기술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유로스톡스 50 지수는 1.77%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며 1.02% 내렸으며,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도 1주 만의 저점으로 내려가 1.99%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심리가 동시에 냉각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국채시장과 유가 동향
6월물 10년 만기 미국 국채선물은 이날 23틱 하락했다.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 금리는 8.4bp 오른 4.566%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4.580%까지 올라 11.75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르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달아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국채선물 매도를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고유가가 중앙은행을 다시 긴축 쪽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유럽 국채시장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는 3.154%까지 올라 15년 만의 고점에 도달했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5.180%까지 뛰어 18년 만의 고점을 나타냈다. 스와프 시장은 오는 6월 11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88%로 반영하고 있다. 스와프는 시장참가자들이 향후 금리 경로를 예측하는 파생상품 가격을 뜻하며, 중앙은행 정책 전망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반도체·광산·가상자산 관련주 약세
미국 증시에서는 반도체 종목이 장 초반의 상승분을 반납하며 크게 밀렸다. ARM 홀딩스는 7% 넘게 하락해 나스닥 100 지수 내 하락률 1위를 기록했고, 인텔은 6% 이상 내렸다. 램리서치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5% 넘게 떨어졌고, AMD와 ASML 홀딩도 4% 이상 하락했다. 엔비디아, KLA, 브로드컴은 3% 넘게 내렸으며, 마벨 테크놀로지와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도 2% 이상 떨어졌다. 최근 랠리에 대한 되돌림 성격이 강하지만, 금리 상승이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점도 부담이다.
금·은·구리 가격이 급락하면서 광산주도 약세였다. 헤클라 마이닝, 쿠어 마이닝, 앵글로골드 아샨티는 8% 넘게 내렸고, 프리포트 맥모란, 서던 코퍼, 배릭 마이닝, 뉴몬트는 5% 넘게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의 동반 약세는 안전자산 선호 약화와 경기 전망 변화가 함께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비트코인이 1.5주 만의 저점으로 2% 이상 떨어지면서 가상자산 관련주도 동반 하락했다.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S&P 500 하락률 1위로 7% 넘게 내렸고, 마라 홀딩스도 7% 이상 하락했다. 스트래티지와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는 6% 넘게 빠졌고, 라이엇 플랫폼스는 5% 이상 내렸다.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관련 주식의 낙폭도 확대되는 전형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항공·크루즈는 약세, 에너지주는 강세
WTI가 3% 이상 급등해 1.5주 만의 최고치에 오르면서 항공사와 크루즈 운항 업체는 압박을 받았다.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2% 이상 하락했고, 델타항공, 카니발, 로열캐리비안 크루즈, 노르웨이안 크루즈 라인, 아메리칸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 이상 내렸다. 알래스카 에어 그룹은 0.60% 하락했다.
반대로 에너지 생산업체와 서비스업체는 유가 상승 수혜를 입었다. 데본 에너지는 3% 이상 올랐고, APA,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필립스66은 2% 이상 상승했다. 마라톤 페트롤리엄,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셰브런, 발레로 에너지 역시 1% 이상 올랐다.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에너지주는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항공·운송·소비 관련 업종에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개별 종목 동향
결제 플랫폼 업체 DLocal은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4센트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17센트를 밑돌면서 8% 넘게 하락했다. 브라질 핀테크 기업 NU 홀딩스는 1분기 매출이 49억7,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 50억4,000만 달러에 못 미치면서 6% 이상 내렸다.
반면 Figma는 연간 매출 전망을 기존 13억7,000만 달러에서 14억2,000만~14억3,000만 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15% 이상 급등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13억7,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덱스컴은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지분을 확보하고 이사회에 독립이사 2명을 선임하는 합의를 체결했다는 소식에 S&P 500 내 상승률 1위로 8% 이상 올랐다. 파파존스 인터내셔널은 이스캐피털이 회사를 비상장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로이터 보도 이후 4% 이상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퍼싱스퀘어가 새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내 상승률 1위로 3% 이상 올랐다. C.H. 로빈슨 월드는 씨티그룹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199달러로 제시한 뒤 3% 이상 상승했다.
향후 시장에 주는 시사점
이번 장세는 물가 압력, 금리 기대, 에너지 가격, 실적 모멘텀이 한꺼번에 충돌할 때 증시가 얼마나 빠르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가가 추가 상승하고 국채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성장주와 고밸류에이션 기술주의 조정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기업 실적이 지금처럼 예상치를 상회하는 흐름을 유지한다면, 조정은 일시적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중동 정세와 원유 공급 차질 여부, 그리고 연준과 ECB의 정책 대응이 투자심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실적 발표 일정(2026년 5월 15일)에는 Actuate Therapeutics, Arrive AI, ARS Pharmaceuticals, Bright Minds Biosciences, Falcon’s Beyond Global, Gossamer Bio, Lument Finance Trust, Maui Land & Pineapple, NexPoint Diversified Real Estate Trust, Picard Medical, RBC Bearings, Smith-Midland 등이 포함됐다.
이날 기사 작성 시점 기준, 리치 애스플런드는 본문에 언급된 어느 증권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인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으며, 기사 내 모든 정보는 참고용이다.
저자 표기상 의견은 나스닥(Nasdaq, Inc.)의 견해를 반드시 반영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