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욕 코코아 선물 가격이 14일(현지시간) 나란히 급락했다. 7월물 ICE 뉴욕 코코아(CCN26)는 이날 -204(-4.64%) 내린 채 마감했고, 7월물 ICE 런던 코코아 #7(CAN26)도 -162(-4.95%) 하락했다.
이날 코코아 가격은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가 이번 시즌 코코아 인도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1주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아이보리코스트는 2025/26 시즌 코코아 생산량이 220만 톤(MM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180만~190만 톤보다 높아진 수치로, 당국은 양호한 날씨를 근거로 들었다. 여기에 이날 달러지수($DXY)가 2주 만의 고점까지 오르며 달러 강세가 나타난 점도 코코아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6년 5월 15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최근 코코아 수급과 기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월요일에는 서아프리카에 엘니뇨(El Niño) 기상 패턴이 형성될 경우, 지역 전반에 더 덥고 건조한 조건이 나타나 코코아 생산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로 코코아 가격이 3.5개월 만의 고점까지 뛰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5월부터 7월 사이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61%로 추산했으며,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특히 ‘슈퍼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도 4분의 1 수준으로 제시됐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난화로 인해 서아프리카 강수 패턴을 흔들 수 있어, 코코아 원산지의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코코아 가격에는 2026/27년 서아프리카 작황에 대한 초기 조사 결과도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사에서는 코코아 나무의 체렐(cherelle) 형성이 평년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체렐은 코코아 열매로 자라는 어린 꼬투리를 뜻한다. 이는 오는 10월 시작되는 본수확(main harvest)의 전망이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일반 한국 독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용어인 만큼 설명하면, 체렐 형성은 결국 향후 수확량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초콜릿 소비가 견조하다는 신호는 코코아 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쉬와 몬델리즈 인터내셔널 등 주요 초콜릿 제조업체의 최근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양호했으며, 이는 고가 환경에서도 소비자들의 초콜릿 수요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시르카나(Circana)는 4월 14일, 3월 22일로 끝나는 최근 13주 동안 북미의 초콜릿 캔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 과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코코아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스톤엑스(StoneX)는 4월 29일 2026/27 시즌 세계 코코아 잉여 공급 전망치를 14만9,000톤으로 낮췄다. 이는 1월 전망치인 26만7,000톤보다 줄어든 수치다. 스톤엑스는 예상되는 엘니뇨에 따른 서아프리카 작황 리스크를 이유로 들었으며, 2025/26 시즌 글로벌 잉여 공급 전망치도 1월의 28만7,000톤에서 24만7,000톤으로 하향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 역시 세계 코코아 공급에 혼선을 주며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해협이 막히면 비료 공급이 줄고, 글로벌 해상운임과 보험료, 연료비가 상승해 코코아 수입업체의 비용이 높아진다. 코코아는 원자재 자체의 수급뿐 아니라 물류·에너지 비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품이다.
반면 공급이 풍부하다는 신호는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ICE 코코아 재고는 지난 목요일 20.5개월 만의 최고치인 266만8,548포대로 늘었다. 재고 증가가 이어지면 단기적으로 현물 및 선물 시장의 상승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도 약세 재료다. 미국 제과협회(National Confectioners Association)는 4월 23일, 3월 22일로 끝나는 13주 동안 북미의 1분기 코코아 분쇄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10만6,087톤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코코아협회(European Cocoa Association)도 1분기 유럽 코코아 분쇄량이 전년 대비 -7.8% 줄어든 32만5,895톤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6% 감소보다 더 큰 폭이며, 17년 만의 1분기 최저치이기도 하다. 반면 아시아코코아협회(Cocoa Association of Asia)는 1분기 아시아 코코아 분쇄량이 전년 대비 5.2% 증가한 22만3,503톤이라고 밝혀 예상치였던 -6.7% 감소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아이보리코스트의 현재 공급은 안정적인 편이다. 5월 3일까지의 현재 마케팅 연도(2025년 10월 1일~2026년 5월 3일) 누적 자료에 따르면, 현지 농가들은 항구로 157만 톤의 코코아를 출하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한 수준이다.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권역인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는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 지역의 출하 흐름은 전 세계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나이지리아발 공급 감소는 가격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화요일 나이지리아의 3월 코코아 수출이 전년 대비 -35% 감소한 1만8,052톤이라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나이지리아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줄어든 30만5,000톤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4/25년 작황에 대한 전망치 34만4,000톤보다 낮다.
서아프리카의 최근 강수량은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의 가뭄 우려를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프리카 홍수·가뭄 모니터에 따르면 3월 29일 기준으로 가뭄은 아이보리코스트의 절반 이상, 가나의 약 3분의 2를 덮고 있다. 이는 본수확을 앞둔 코코아 농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가격 측면에서 또 다른 변수는 농가 지급가격이다. 지난달 가나는 2025/26 재배 시즌 공급분에 대해 정부가 코코아 농가에 지급하는 공식 가격을 약 30% 인하했고, 아이보리코스트도 이달 시작된 중간작물(mid-crop) 수확분에 대해 농가 지급액을 57% 낮추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가 세계 코코아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농가 소득 조정은 향후 생산 유인과 공급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강세 요인도 남아 있다. 아이보리코스트는 2025/26년 자국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8% 감소한 165만 톤으로, 2024/25년의 185만 톤에서 줄어들 것으로 밝혔다. 또 라보뱅크는 2월 10일 2025/26년 전 세계 코코아 잉여 공급 전망치를 11월의 32만8,000톤에서 25만 톤으로 낮춘 바 있다.
반대로 약세 요인으로는 국제코코아기구(ICCO)가 3월 2일 2024/25년 세계 코코아 잉여 공급 전망치를 11월의 4만9,000톤에서 7만5,000톤으로 상향 조정한 점이 있다. 이는 4년 만의 첫 흑자로, ICCO는 같은 기간 세계 코코아 생산이 전년 대비 8.4% 증가한 47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급락은 단기적으로는 아이보리코스트의 생산 전망 상향과 달러 강세가 주도했지만, 중기적으로는 엘니뇨 가능성, 서아프리카 가뭄, 재고 수준, 분쇄 수요, 물류비 상승이 맞물리며 변동성 확대를 예고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공급 개선 신호가 이어질 경우 코코아 가격의 하방 압력이 이어질 수 있으나, 기상 리스크와 가공 수요 회복 여부에 따라 반등 폭도 커질 수 있어 시장은 당분간 민감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기사에 언급된 어느 증권에도 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