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재개항에 원유·휘발유 가격 급락

원유와 정제유 가격이 급락했다. 5월물 WTI 원유(심볼 CLK26)는 금요일 종가 기준 -10.84달러(-11.45%) 하락했고, 5월물 RBOB 휘발유(RBK26)는 -0.1589달러(-5.02%) 하락했다. 이로써 원유는 5주 만의 저가로 밀렸고, 휘발유 역시 1주 만의 저가로 떨어졌다.

2026년 4월 18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은 금요일에 급락했는데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이 상업적 선박에 대해 “완전히 개방되었다(“completely open”)고 발표하면서 향후 전쟁 종식과 평화 합의에 따라 페르시아만(Persian Gulf)에 고립된 수백만 배럴의 원유 및 연료가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목요일에 1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고, 금요일에도 휴전이 유지되면서 시장의 긴장이 완화되었다.

금요일 원유 하락 압력은 또한 Axios의 보도로 촉발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안을 논의 중이며, 협상안의 한 요소로 미국이 동결된 이란 자산 200억 달러를 풀어주는 대가로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stockpile of enriched uranium)을 포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협상 가능성은 중동 공급 리스크의 완화 기대를 키워 즉각적인 가격 하락을 유도했다.

공급 차질과 봉쇄 조치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약 6% 수준의 생산 감축을 강요받았고, 현지 저장시설의 수용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월요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면서 이란 항구를 기항했거나 기항할 예정인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 조치를 실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에 미 해군의 해협 봉쇄가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전면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한편 전쟁 중에도 이란은 3월에 약 일일 170만 배럴(bpd)을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요일에 발표한 자료에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해 전 세계 약 1300만 배럴/일(bpd)의 공급이 사실상 차단되었다고 밝혔다. IEA는 또한 이번 분쟁으로 인해 80곳이 넘는 에너지 시설이 손상되었고,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시장의 공급 측 불확실성과 별개로 OPEC+는 4월 5일 5월에 원유 생산을 206,000 bpd 증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으로 인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이 계획의 실행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 시행한 총 220만 bpd의 감산분을 복원하려 시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827,000 bpd가 여전히 복원되지 않은 상태다. OPEC의 3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756만 배럴/일 감소해 22.05백만 bpd로, 35년 만의 최저치로 집계됐다.

해상 저장 동향을 보면, Vortexa는 4월 10일 마감 주간에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35% 감소8913만 배럴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5개월 만의 저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일부 초과 재고가 해소되었음을 시사하나, 여전히 지역적 봉쇄와 전쟁 리스크는 공급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국제 정세 측면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외교 노력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 중재로 열린 최근 제네바 회의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러시아가 전쟁을 끌고 있다고 비난하며 조기 종료되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장기적인 종전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제약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원유 시장의 추가적인 상방 리스크로 작용한다.

실제 공급 차질은 물리적 인프라 공격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9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시설이 타깃이 되었고, 이는 러시아의 정제·수출 역량을 제한해 전 세계 공급을 축소시키는 요인이 됐다. 또한 11월 말 이후 우크라이나는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원유·유조선에 대해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미국·EU의 새로운 제재 역시 러시아의 수출을 제한해왔다.

수요·재고 측면의 공식 통계도 공개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수요일 보고서는 4월 10일 기준으로 (1) 미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1.9% 많고, (2) 휘발유 재고는 +1.1% 많은 반면, (3) 디스틸레이트(난방유·디젤) 재고는 -5.2%로 평균보다 적다고 밝혔다. 미국의 원유 생산은 4월 10일로 끝난 주에 전주와 동일한 1,359.6만 bpd였고, 이는 11월 7일 기록한 13,862,000 bpd의 최고치보다 다소 낮은 수치다.

현장 활동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Baker Hughes의 조사 결과가 있다. Baker Hughes는 4월 17일로 끝난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유전 굴착기 수가 -1개 줄어 410대로 집계되어, 12월 19일의 406대 기록에 이어 약 4.25년 만의 낮은 수준 근처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내 가동 굴착기 수는 2022년 12월의 정점 627대에서 급격히 감소했다.


용어 설명

WTI(서부 텍사스 중질유): 미국 원유 가격의 대표적 벤치마크. RBOB: 휘발유 선물의 한 종류로 정제된 휘발유의 표준 가격 지표다. bpd는 ‘배럴 퍼 데이(barrels per day)’의 약자로 일별 생산·수송량 단위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국제 해상 운송의 전략적 요충지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한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를 의미하며, IEA는 국제에너지기구, VortexaBaker Hughes는 각각 에너지 물류·탐사 관련 데이터 및 굴착기 집계를 제공하는 민간 기관이다.


시장 전망 및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 이번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미국 간 협상 가능성 보도는 시장에 공급 완화 기대를 주어 즉각적인 가격 하락을 초래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향후 유가의 추가 변동성을 예고한다.

1) 공급 불확실성의 잔존: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항되었으나 봉쇄·군사적 긴장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유조선·항만·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이나 제재 복원 등은 여전히 공급을 제약할 수 있다.

2) 재고·생산 지표: 미국 재고가 5년 평균 수준을 소폭 상회하고 있으나 디스틸레이트의 부족은 정제제품 시장의 공격적 가격 형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산유량이 고점 대비 소폭 낮은 상태이고, 굴착기 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공급 증가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3) 지정학적 리스크와 제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러시아산 원유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 미국·EU 제재 등은 여전히 상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다. 반면 이란 사태의 외교적 해결은 단기적으로 큰 폭의 공급 회복을 가져올 수 있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나리오별 영향: 만약 미국-이란 협상이 성사되어 동결 자산 200억 달러 해제와 함께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포기 등 실질적 조치가 이행되면, 단기적으로 수백만 배럴 규모의 공급 회복 기대가 유가를 추가로 하락시킬 수 있다. 반대로 협상 결렬 또는 해협 봉쇄 재개 시에는 유가가 재급등하면서 정제유와 난방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파급: 원유·휘발유 가격 변동은 항만 물류비, 정제 마진, 소비자 연료비 및 인플레이션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디젤·난방유가 부족하면 산업용 연료비가 상승해 제조업과 물류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한편, 본 기사에 인용된 자료의 출처로는 Barchart, Axios, IEA, Vortexa, EIA, Baker Hughes 등이 있으며, 원문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기사에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간접적인 보유가 없었다는 공시를 했다. 또한 본문 일부 인용문은 원문 영어 표현을 번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