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스위스 자본규제 논쟁 격화 속 사업모델 사수 의지 밝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UBS 의장 콜름 켈러허(Colm Kelleher)는 정부가 제안한 새로운 자본요구안이 은행의 사업모델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금융안정성 제고에 실질적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켈러허는 이 제안이 UBS에 최대 $220억(미화 220억 달러 아님, $22 billion)에 달하는 추가 자본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은행 측이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6년 4월 1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켈러허는 “우리는 스위스만큼 스위스의 일부이다(We are as much an integral part of Switzerland as our Swiss heritage is part of us)”라고 말하며 본사가 스위스에 남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은행의 규모 축소는 배제하면서 아시아와 미국에서의 성장 야망을 재확인했다.


정부의 자본규제 개정 배경

스위스 연방평의회(Federal Council)는 2023년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의 붕괴 이후 제도 보완 차원에서 새로운 은행 규칙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당시 UBS는 국가 주도의 긴급 인수(state-engineered emergency takeover)를 통해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했고, 이는 스위스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글로벌·국내 은행의 역할 재정립을 촉발했다.

CEO 세르지오 에르모티(Sergio Ermotti)는 이번 달 스위스가 향후 규제 틀을 재편하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밝히며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것이다(We will fight until the last minute)”라고 말했다. 이는 UBS가 제안된 규제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주주·시장 반응과 내부 결정

켈러허는 이번 제안이 시장과 주주들로부터의 압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UBS는 자사 주식 환매(share buybacks)의 규모를 스위스의 향후 규제 체계에 연동해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며, 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에르모티에게 감사를 표했다. 로이터는 이번 주 UBS 내부에서 뚜렷한 후계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 에르모티가 2027년 하반기까지 은행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주주총회 결과 켈러허는 88.16%의 찬성으로 의장직에 재선되었고, 전 UBS 규제 준수 책임자였던 마르쿠스 로너(Markus Ronner)가 새 부의장으로 합류했다. 또한 루카 마에스트리(Luca Maestri)아우구스틴 카렌스텐스(Augustin Carstens)가 이사로 확정되었다.


대리투표 자문사와 연금기금의 입장

바젤에서 활동한 대리투표 자문사인 에토스 재단(Ethos Foundation)은 여러 연금기금과 투자자를 대변해 정부의 엄격한 자본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에토스의 최고경영자 빈센트 카우프만(Vincent Kaufmann)은

“경영진이 보상을 받는 동안 위험은 금융시스템과 납세자가 부담하는 체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고 말했다. 대리투표 자문사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권고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연금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지속가능성 비판과 사회적 반발

주주총회 당일 행사장 밖에서는 약 10여 명의 소규모 시위대가 화석연료 관련 금융 지원을 규탄했다. 참석자 및 연설자 일부는 UBS의 지속가능성 성과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켈러허는 이해관계자들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할 것을 UBS에 기대하는 것은 타당하며 은행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변했다.

에토스의 카우프만은 지속가능 투자 비중이 UBS의 총 운용자산(Assets under Management)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극히 작다고 지적하며, 은행이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대출 실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용어 설명

대리투표 자문사(proxy advisor): 연금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주주총회에서 어떻게 의결할지 결정할 때 참고하는 권고를 제공하는 전문기관이다. 이들의 권고는 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의 투표 결과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본요구(capital requirements): 은행이 보유해야 하는 자기자본의 최소 축을 의미한다. 규제가 강화되면 은행은 추가 자본을 확보해야 하며, 이는 배당·자사주 매입 축소 또는 자본조달을 통한 희석을 초래할 수 있다.

국가 주도의 긴급 인수(state-engineered emergency takeover):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나 규제당국의 개입하에 이루어지는 기업 인수·합병으로, 2023년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시장 및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전문가 관측에 따르면 정부의 제안대로 UBS가 추가로 약 $220억의 자본을 보유해야 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은행의 자기자본이 늘어나지만 수익성(자본수익률, RoE)은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로 UBS는 배당 축소나 자사주 환매 중단을 통해 자본을 보전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주주가치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이 아시아·미국 등 성장 시장에서의 확장을 통해 수익 기반을 개선하려는 전략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형 규제 충격은 글로벌 은행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평가하게 만들고, 일부 기능의 해외 이전 또는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 이는 스위스 금융허브로서의 지위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할 소지가 있다.

스위스 국내 경제 관점에서는 UBS의 본사 이전 가능성은 여전히 낮게 평가되나(켈러허의 발언과 같이 본사 잔류 의사를 표명), 제도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유능한 인재의 유출과 금융업 관련 자본 유입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 주식의 변동성 확보와 신용스프레드의 확대는 단기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망

스위스 연방평의회는 이달 말 자본제안안을 보다 명확히 할 예정이며, UBS는 규제안의 확인 여부에 따라 대응 방안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의 최종 결정과 국제 금융시장의 반응, 그리고 기관투자자들의 의결 행동이 향후 UBS의 전략적 선택과 스위스 금융환경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는 규제 확정 시점 이후에야 UBS의 배당정책, 자사주 매입 재개 여부, 그리고 비용구조 재조정에 대한 보다 구체적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