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浙江) 타이저우의 넓은 범람원 가장자리에 자리한 돼지농장 한 켠에는 네 제곱미터짜리 두 개의 탱크가 있다. 탱크 안에는 매캐한 황토빛 액체가 담겨 있는데, 이 액체가 바로 값비싼 대두(콩) 사용량을 절반가량 줄이는 관건이라고 농장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2026년 4월 7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이 탱크들은 지엽적이고 값싼 지역 재료(겨, 호박덩굴, 와인 찌꺼기)로 만든 사료를 발효해 저장하는 용도다. 발효는 요거트와 유사하게 단백질을 분해해 소화가 쉽도록 해 대두와 같은 고품질 단백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 기사 원문은 대니 페 장(Daphne Zhang)과 루이스 잭슨(Lewis Jackson)의 취재로 작성됐다.
이 농장의 주인인 가오 친산(高勤山·47세)은 동기가 전적으로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료비가 돼지 사육 비용의 70%를 차지한다. 대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돼지 사육은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대두값 상승의 배경에는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대립과 중동 전쟁으로 인한 추가적 압박이 있다고 기사에서는 전한다.
국가 전략과 농가 현실의 교차
농가의 비용 절감 노력은 표면적 동기지만, 베이징의 목표는 장기적 식량 안보와 자급력 제고라는 보다 전략적인 동기에 있다. 기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단백질 공급원 다변화를 확대하는 정책을 지난해 3월부터 가속화했다. 이 시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초반에 무역 긴장이 고조되던 때와 맞물린다.
사료 및 축산업체, 국가 연구기관과 업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결과를 종합하면 베이징은 예상보다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보급하고 발효 사료를 장려하고 있다. 이는 첨단기술(반도체·인공지능) 분야의 내수화 전략과 유사하게, 외부 의존을 줄이려는 농업 부문의 전략적 전환으로 묘사된다.
피드 분석가 푸 젠젠(符珍珍)은 “현재 국가 정책의 최대 목표는 사료 내 대두박(soymeal) 사용량 감소”이라며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며, 발효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농장단계에서 공급망 전체로: 유인책과 기술도입
중국은 세계 최대의 대두 수입국이다.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대두 수입액 527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중 120억 달러가 미국산이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기사 표기: ‘Last year’) 수입량은 전년 대비 6.5% 증가해 사상 최대인 1억1,180만 톤(111.8 million metric tons)을 기록했다.
산업용 사료 중 발효 사료의 비중은 현재 8%로, 2022년의 3%에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비중이 2030년까지 1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로이터의 계산에 따르면 이는 작년 수준 대비 대두 수입을 최대 6.3%까지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돼지고기는 중국 식단에서 전통적 주식이며, 중국은 세계 돼지의 절반을 보유한 국가이므로 돼지 사육 부문의 변화는 식량안보에서 매우 중요하다. 가오의 농장 같이 소규모·중간 규모 농가는 중국 전체 가축의 약 3분의 1을 사육한다.
그러나 발효 사료로 전환하려면 사육 시스템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 가오는 초기에는 사료가 곰팡이로 변해 폐기되는 문제를 겪었고, 많은 농가가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은 업계의 모든 부문과 공급망의 각 고리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리스크를 낮추려 하고 있다.
기업의 대응
세계 최대 돼지 사육업체인 무위안푸드(Muyuan Foods)는 지난 6년간 사료의 대두박 비중을 10%에서 현재 7.3%로 줄였다고 회사 사료부 책임자 장멍(张萌)이 로이터에 밝혔다. 이 회사는 발효 옥수수 전분을 통해 생산한 합성 아미노산을 이용해 대두의 필수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농업기업 뉴호프 류허(New Hope Liuhe)는 수초(duckweed) 등 저렴한 단백질원을 발효해 대두박을 쓰지 않는 닭·오리용 사료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호프는 로이터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와 협력해 중국 최대 유제품 기업인 이리(Yili)와 멍뉴(Mengniu)는 소 사료 내 대두박 비중을 20% 줄였다고 국영 연구기관인 국가 유제품 기술혁신센터(National Center of Technology Innovation for Dairy) 소식통은 전했다. 이리 측은 논평을 거부했고 멍뉴는 답변이 없었다.
그 밖에도 네덜란드 소재 무역회사 루이스 드레퓌스(Louis Dreyfus)는 톈진(天津)에 첫 번째 발효 사료 생산 라인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Fact.MR의 수석 컨설턴트 샴부 나트 자(Sambhu Nath Jha)는 “중국은 발효 기술 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 Fact.MR은 중국의 발효 사료 시장 가치가 지난해 60억 달러로 급증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보다 성숙한 유럽 시장(70억 달러)에 근접한 규모이며,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대두·옥수수의 가용성 때문에 25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금류의 경우 중국의 발효 사료 채택률은 25%로 유럽의 20%를 이미 추월했다.
비용·복잡성·맛의 문제
실제로 베이징에는 유리한 여건이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16년 만의 저점에 머물러 있어 비용 절감 정책을 설득하기 쉽다. 다만 분석가들은 발효 방식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어떤 농가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임의의 재료를 발효해 쓰면 돼지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질병에 더 취약해진다고 주장한다.
베이징의 농업 컨설턴트 이안 라히페(Ian Lahiffe)는 “소비자들은 더 나은 품질의 고기를 원하지만 업계는 비용 절감과 정부의 요구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대두를 먹일 때의 많은 이점(성장, 건강, 육질)을 포기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발효 사료와 와인 찌꺼기 등
여기서 사용된 주요 용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발효 사료(fermented feed)는 미생물(주로 유산균 등)을 활용해 곡물·부산물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부분 분해한 사료를 말한다. 이 과정은 소화성을 높이고 일부 항영양소(예: 피틴산)를 감소시켜 가축의 영양 흡수를 개선할 수 있다. 와인 찌꺼기(wine lees)는 와인 생산 과정에서 남는 포도 껍질·씨·효모 찌꺼기로, 발효를 통해 단백질과 미세영양소를 확보할 수 있어 사료 원료로 활용된다. 또한 합성 아미노산은 자연 단백질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화학적·미생물학적 공정으로 제조한 필수 아미노산을 의미한다.
정책·시장적 시사점과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발효 사료 보급 확대로 중국 내 대두 수요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 보도에 인용된 수치대로 발효 비중이 2030년까지 15%에 도달하면, 대두 수입을 작년 대비 최대 6.3%까지 줄일 수 있다. 2024년 대두 수입액이 527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금액 기준으로 약 33억~34억 달러가량의 수입 축소 효과와 맞물릴 수 있다(단순계산).
중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중국의 대두 의존도 축소는 글로벌 대두 수급과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둘째, 미국 등 대두 수출국의 대중 수출 시장 점유율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 셋째, 발효 사료 산업의 성장으로 관련 장비·미생물제제·물류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기술 표준화, 품질 관리, 사육 동물의 건강과 소비자 기호(육질·맛) 등 여러 변수에 좌우된다. 정부 인센티브가 계속 유지되더라도 농가들의 초기 전환 비용과 실패 위험, 소비자 신뢰의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특히 돼지고기 맛과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정책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결론
중국의 발효 사료 확대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식량안보와 공급망 자립을 겨냥한 정책적 전환이다. 무역 갈등과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같은 전략은 농업 분야에서의 기술 내재화와 수입 대체를 촉진하고 있다. 향후 관건은 발효 기술의 표준화, 동물 건강과 육질 유지, 그리고 시장 수용성 확보다. 정책과 산업, 농가와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때 수입 축소와 국내 사료 산업의 성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