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반도체 역량 겨냥해 국제 ‘봉쇄’ 회피 시도 — 타이페이 정부

중국이 대만의 고급 반도체 제조기술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국제적 봉쇄를 우회하려 한다대만 국가안보국이 보고서에서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이 대만의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유인하거나 자국 내에 설비를 유치·유지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으며, 간접 경로를 동원해 대만 인재를 빼앗고 기술을 탈취하며 통제품목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대만의 고급 공정 칩 등 핵심 기술과 제품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6년 4월 7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국회에 제출된 문건으로, 국회 질의를 앞두고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또한 중국이 딥페이크(deepfake)와 가짜 여론조사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수단을 사용해 연말 예정된 대만 지방선거에 개입하려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보고서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대만 정부 서비스 네트워크은 올해 1분기에 1억 7천만 건이 넘는 침입 시도(170,000,000건 이상)를 받았으며, 중국군의 군사적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에 대만 주변에서 탐지된 중국 군용기는 420대 초과였고, 중국 해군 함정은 이와 연계해 10차례의 ‘연합 전투 대비 순찰’을 수행했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의 연말 선거에 개입하려는 토대를 마련하고, 정보 수집·감시·자료 탈취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고서는 또한 대만 문제를 관할하는 중국 측 기관인 대만사무판공실이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의 일개 성(省)으로 간주하며 궁극적으로는 베이징의 통제 하에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도 강조되었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대만반도체제조공사)의 본거지이며, 엔비디아(Nvidia)와 애플(Apple) 등 글로벌 첨단기업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반도체 인력·기술 확보 경쟁이 미국과의 기술 경쟁 심화 속에서 자국의 첨단 반도체 자급(自給)·자립을 추진하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보고서에 등장하는 주요 용어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고급 공정 칩(advanced-process chips)은 미세한 회로 공정(예: 5나노, 3나노 등)을 이용해 제조되는 반도체로, 고성능 연산과 전력 효율이 중요한 서버·AI·스마트폰용 칩을 지칭한다. 하이브리드 수단(hybrid methods)은 군사행동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 정보전, 허위정보 유포 등 여러 형태의 비대칭·비전통적 수단을 결합한 간섭 방법을 말한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실제와 유사한 가짜 음성이나 영상을 만드는 기술로, 선거 여론을 왜곡하거나 특정 인사의 신뢰를 훼손하는 데 쓰일 수 있다.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Bureau)은 대만의 최고 보안기관으로서 정보수집·분석을 통해 국가 안보 위협을 평가하고 국회·정부에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보고서에서 언급된 유인·인력 빼오기는 기업 설립, 보조금·혜택 제공, 인력 스카우트 등을 통해 핵심 인재를 자국으로 이동시키려는 전략을 의미한다.


시장 및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이번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한 안보 위협을 넘어 반도체 공급망과 글로벌 기술 경쟁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첫째, 중국이 대만의 고급 공정 기술과 인력을 확보할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TSMC와 같은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예: 엔비디아, 애플)은 공급선 다변화와 계약 재검토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 변동성과 투자자 리스크 프리미엄을 확대할 수 있다. 분석가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고급 공정 제품의 공급제한 우려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수급 불균형에 따른 생산지연이 나타날 경우 관련 산업의 제조원가와 최종 제품 가격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셋째, 중국의 자급 추진은 중국 내 반도체 투자와 설비투자(CAPEX)를 촉진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장비·재료(예: EUV 노광장비, 고순도 가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최첨단 공정 기술 전환에는 높은 기술장벽과 인력·핵심 장비 확보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단기간 내 완전한 기술 자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넷째, 정책적 대응으로는 대만 정부의 기술유출 방지 강화, 주요 국가들의 수출통제 유지·강화, 기업들의 공급망 다각화 움직임이 예상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지역 분산화(reshoring 또는 friend-shoring)를 가속화할 소지가 있다.


정치·안보적 함의

보고서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함께 정보·사이버 작전의 결합으로 대만에 대한 압력이 다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선거 개입 시도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대만 정부는 중국의 주권 주장에 반대하며, 대만의 미래는 오직 대만 국민이 결정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연말 선거와 관련한 사이버·심리전 위협이 현실적인 위험임을 강조하며, 관련 기관의 경계 강화와 국제사회와의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제 투자자들이 대만 리스크를 재평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