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양자 컴퓨팅 상용화 경쟁의 유력한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실제로 선도국가로 도약하려면 연구 성과를 산업적 응용으로 확장하는 능력, 즉 ‘스케일업’(scale-up) 능력이 관건이다.
2026년 4월 5일16:22:06,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은행 리서치 기관인 버른스타인(Bernstein)의 분석을 인용해 유럽의 현 위치와 향후 과제, 기회를 진단했다. 버른스타인은 유럽이 학계의 우수성, 정부의 자금 지원,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 덕분에 초기 단계의 혁신에서는 강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 양자 컴퓨팅이란 기존의 고전적(클래식) 컴퓨터와 달리 양자 상태를 이용한 계산을 통해 특정 문제를 지수적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분자 모델링, 최적화 문제, 암호학 등 분야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거나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계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유럽의 강점은 학술적 우수성,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 그리고 스타트업 중심의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의 ‘Quantum Flagship’ 프로그램은 연구개발(R&D)에 수십억 유로 수준의 자금을 집행하며 초기 혁신을 촉진했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러한 공공 자금의 투입은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국제 경쟁 환경은 여전히 치열하다. 미국은 민간부문 투자와 상용화 측면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수의 주요 기술기업들이 양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성과 기술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빠르게 진전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단순한 연구 우위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화·상용화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버른스타인의 진단은 유럽의 핵심적 장점으로 대학, 연구소, 산업계의 협업 모델을 꼽았다. 이러한 협력 구조는 양자 알고리즘 개발과 특정 목적의 하드웨어 설계 등에서 실질적 진전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버른스타인은 연구 성과를 상업적으로 검증된 제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큰 장애물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상용화의 걸림돌(병목)으로는 다음과 같은 기술적·경제적 요소가 제시된다. 첫째, 양자 시스템은 현재로서는 비용이 매우 높고 운영이 복잡하며 유지·관리도 어렵다. 둘째, 광범위한 채택을 위해서는 오류 교정(error correction), 안정성(stability), 확장성(scalability) 분야에서 중대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셋째, 유럽 내부의 시장 분산(fragmentation)과 상대적으로 낮은 벤처캐피털(VC) 투자 수준이 상용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유럽은 지배적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연구 역량을 확장 가능한 실용적 응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주요 플레이어가 될 재료를 가지고 있다”
특이사항 및 용어 설명을 추가하면 다음과 같다. 큐비트(qubit)는 양자 컴퓨팅의 기본 단위로, 0과 1의 중첩(superposition)을 활용해 동시에 다수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디코히런스(decoherence)는 양자 상태가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정보가 소실되는 현상으로, 시스템의 신뢰도와 연산 정확도에 큰 제약을 준다. 오류 교정은 이러한 디코히런스와 다른 노이즈를 보정해 실용적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시장·정책적 함의도 중요하다. 양자 컴퓨팅의 성공적 상용화는 제약(신약개발), 에너지(기후 모델링), 금융(포트폴리오 최적화·리스크 관리), 국방 및 보안(암호해독·암호내성 기술) 등 산업 전반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관련 장비·소프트웨어·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키며, 장기적으로는 기술 주도권을 쥔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시장 점유율·자본 흐름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유럽의 정책적 선택지로는 국가·EU 차원의 후속 자금 투입, 초기 연구 성과를 산업화로 잇는 중간(중후기) 단계에 대한 집중 지원, 시장 통합을 촉진하는 규제·정책 조율 등이 거론된다. 또한 벤처캐피털과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설계도 병행돼야 한다. 유럽 시장의 분산성을 해소하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하면 상용화 속도에서 미국·중국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
향후 전망은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점은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에서 양자 컴퓨팅이 전략적 기술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기후 모델링, 신약 개발 등 고성능 계산 수요가 커지는 분야에서는 양자 기술이 경쟁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우위를 실현하려면 기술적 성숙도뿐만 아니라 산업적·금융적 생태계의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실용적 권고사항(정책·산업계 관점)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제시한다. 첫째, 중간 단계(Late-stage) 개발을 지원하는 전용 펀드 조성으로 인프라 및 시범사업(프로토타입) 비용을 보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지역 간 협력을 통한 시장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산학연 클러스터를 강화해 연구 성과의 기술 이전(tech transfer)을 촉진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병행된다면 유럽은 단순한 연구 강국을 넘어 상용화 경쟁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버른스타인의 분석은 유럽이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의미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하면서도, 진정한 승부는 ‘연구에서 산업화로의 전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요약한다. 기술적 난제와 자금·시장 구조의 제약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유럽이 세계 무대에서 선두로 부상할 것인지, 아니면 뒤처질 것인지가 가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