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을 자국으로 유치하고 사업 확장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앤트로픽이 미국 국방부(US Department of Defense)와의 갈등으로 인해 미국 측의 제재 대상에 오르자 이를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026년 4월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앤트로픽의 영국 내 물리적·법적 존재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토 방안에는 런던 사무소 확장과 함께 이중 주식 상장(dual stock listing) 가능성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앤트로픽(Anthropic)은 AI 챗봇 Claude를 개발한 기업으로, 미 국방부가 자국 군사목적으로 Claude를 사용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해당 회사를 국가안보 공급망 위험(national-security supply-chain risk)으로 지정해 블랙리스트(제재)에 올렸다. 이후 미국 법원은 일시적으로 이 블랙리스트 지정에 제동을 걸었고, 앤트로픽은 이 지정에 대해 두 번째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Keir Starmer)의 관저와 총리실은 과학·혁신·기술부(Department for Science, Innovation and Technology)의 이 같은 유치 노력을 지지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또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가 5월 말 영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정부 측 제안 내용을 직접 전달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는 도착 즉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앤트로픽 측 역시 로이터의 확인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용어 설명
블랙리스트(blacklisting)는 정부나 규제 기관이 특정 기업이나 개인을 거래 제한 또는 정부 조달에서 배제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지정하는 조치이다. 이번 사례에서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 지정은 해당 기업이 미국 정부의 군사·안보 관련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공급망·안보 위험으로 간주될 때 이루어진다.
공급망 위험(supply-chain risk) 지정은 기업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에 있어 취약점 또는 통제 불능 요소로 판단될 때 적용된다. 이 지정은 정부 조달 제한, 수출입 규제, 금융 거래 제한 등 광범위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중 상장(dual stock listing)은 한 기업이 둘 이상의 국가 증권거래소에 동시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으로, 자본 조달 효율을 높이고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려는 목적이 있다. 다만 규제·회계·지배구조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상장 대상국의 정책적·법률적 환경이 매우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된다.
정책적·경제적 함의와 전망
영국이 앤트로픽 유치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글로벌 AI 산업 주도권 확보라는 전략적 목표가 깔려 있다. 런던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술 허브의 경쟁력을 활용해 AI 기업을 유치하면 연구개발(R&D) 투자와 고급 인력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특히 앤트로픽과 같은 생성형 AI(Generative AI) 기업의 본격적 유입은 영국의 AI 생태계에 단기적으로는 고용 창출과 기술 파급효과, 중장기적으로는 관련 산업의 밸류체인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앤트로픽이 이중 상장을 선택할 경우 런던 증시에 대한 관심이 단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런던 금융시장의 국제성 강화와 더불어 기술주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지만, 동시에 미·영 규제 차이와 국가안보 이슈로 인한 투자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규제 리스크(블랙리스트 지정 재발 가능성)와 영국의 우호적 유치 정책을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영국 정부의 개입은 단기적으로 앤트로픽의 사업 지속성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수 있으나, 향후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법적·정책적 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 내 소송 결과와 블랙리스트 지정의 최종 판단, 그리고 각국의 안보 검토 절차가 향후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군사적 활용 여부와 관련한 국제적 규범 형성 동향이 이 문제의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실무적 고려사항
기업 관점에서 앤트로픽이 영국 내 확장 또는 이중 상장을 본격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실무적 과제가 뒤따른다. 법률·규제 준수 체계의 구축, 국제 조세 및 회계 기준의 정비, 데이터 주권 및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 대응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과제들을 완화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규제 완화, R&D 지원책을 검토할 수 있으며, 이는 영국 내 AI 스타트업 전반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유치 시도를 넘어 국가 간 기술·안보 규제의 충돌이 기업의 활동무대와 자본시장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 앤트로픽의 법적 절차 진행 상황과 영국 정부의 구체적 제안 내용, 그리고 관련 국제 규범의 변화가 투자자·시장·정책 입안자들에게 중요한 관찰 포인트가 될 것이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