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으로 해상 수송로가 사실상 봉쇄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6년 4월 4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가 발간한 최신 “글로벌 에너지 위클리(Global Energy Weekly)”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및 석유제품 이동량이 하루 약 2,000만 배럴(20 mb/d) 수준에서 2 mb/d 미만으로 급락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교란이 몇 주 이상 지속될 경우 1970년대의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연상시키는 공급망 붕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정유 허브로의 물량 이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물리적 공급 부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참여자들의 주요 우려는 더 이상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실제 물리적 공급의 가용성이다.”
전략적 적자와 가격 재편성
보고서는 단기적으론 긴급 비축유 방출과 해상에 대기 중인 ‘기름(tanker) 잔존분’이 충격을 완화하고 있어 글로벌 유가가 즉시 충격을 온전히 반영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위성 관측 데이터는 빠른 시장 긴축을 가리키고 있다.
BofA는 분쟁 장기화를 반영해 기준 전망을 대폭 수정했으며, 2026년 2분기 기준으로 일일 약 400만 배럴(4 mb/d)의 공급 적자를 가정했다. 이에 따라 같은 보고서는 연간 평균 브렌트유(Brent) 전망을 $92.50/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또한 생산자 측(특히 걸프 지역 국가)과 소비자 측 간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출이 불가능한 걸프 산유국 내 재고는 빠르게 쌓이는 반면, 소비국들의 재고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제한된 공급 차선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파이프라인이 있으나, BofA는 장기적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연간 4~5% 수준으로 축소되어야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고 제시한다.
수요 배급과 깨진 공급망
석유를 대체할 즉각적인 대안이 없는 분야, 특히 운송(교통)과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수요 배급(demand rationing)의 위험이 크다. BofA 분석가들은 현재의 시장 안일함이 ‘단기간 전쟁’에 대한 기대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대가 무너지면 극심한 가격 변동성이 곧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고서는 특히 향후 2주에서 4주를 넘기는 확전(擴戰) 시나리오에서 글로벌 석유 공급망이 한계점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강제적인 에너지 소비 감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가격 신호만으로 수요가 줄지 않을 경우 물리적 배급이나 수송 통제 등 비가격적 수단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기관 투자자들의 우려와 경제적 파급
기관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이제 단순한 가격 수준이 아니라 물리적 가용성(physical availability)이다. 에너지 흐름의 재편은 고유가 상황에서 제품을 주요 정유 허브로 이동시키지 못하는 물리적 제약을 동반하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ary) 압력으로 작용해 글로벌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소비국의 재고가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국제적 긴급 개입이 해상 안전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한 단기적으로는 긴급 비축 방출, 보험·해상 경로 우회, 대체 공급국 확보 등의 조치가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이런 완충 장치가 소진되면 가격과 물리적 부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짓는다.
용어 설명
아래는 기사 내 주요 전문용어의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 페르시아만(Gulf)과 오만해를 연결하는 핵심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이 지역이 봉쇄되면 글로벌 원유 흐름이 큰 타격을 받는다.
mb/d — 하루당 백만 배럴(million barrels per day)의 약어로, 원유·제품의 유통량을 나타내는 표준 단위다. 예컨대 20 mb/d는 하루 2,000만 배럴을 의미한다.
브렌트(Brent) — 북해산 원유를 기초로 한 국제 유가 벤치마크로, 글로벌 원유 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경제성장 둔화(stagnation)와 물가상승(inflation)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생산 비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경제 성장을 저해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향후 시나리오와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가 제시한 핵심 수치(호르무즈 통과량의 급감, 2026년 2분기 4 mb/d 적자 가정, 브렌트 연평균 $92.50 전망, 소비 수요의 연간 4~5% 축소 필요성)를 기초로 현실적 시나리오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기적 충격(2~4주 이내 해상 안전 회복) 시나리오에서는 긴급 비축유 방출과 기존 해상 대기 물량, 파이프라인을 통한 우회 공급으로 충격을 부분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이 경우 유가는 일시적 급등 후 조정될 가능성이 크나, 공급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로 유지되어 금융·상품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다.
둘째, 중기적 장기화(수개월 이상) 시나리오에서는 보고서가 가정한 것처럼 4 mb/d 규모의 공급 적자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소비국 재고가 고갈되면서 물리적 배급·수송 제약이 현실화되고, 이는 교통·여행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항공·육상 연료비 상승은 단거리와 레저 수요를 먼저 억제하고, 이후 장거리 및 비즈니스 수요로 파급된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가격 신호만으로 수요가 축소될 가능성보다 규제·배급 등 비가격적 수단이 병행될 가능성을 강조한다.
셋째, 경제적 파급은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으로 귀결될 수 있다. 높은 에너지 비용은 제조업·운송비용을 상승시키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며, 동시에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금융 정책의 딜레마를 초래할 수 있으며, 중앙은행들의 정책 대응(금리 인상·유동성 조절 등)은 다른 부문에서의 성장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
정리
결론적으로, 현재의 분쟁은 단순한 유가 상승 이상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핵심 변수는 가격 자체보다 물리적 가용성이다. 기관 투자자와 정책결정권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재고 수준과 해상 통로 복구 여부이며, 만약 해상 보안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가격 신호뿐 아니라 물리적 수급 통제에 의해 수요 구조가 재편되는 국면으로 진입할 위험이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람들이 여행을 멈추게 할 원유 가격’이라는 단일한 금액을 제시하기보다, 물리적 공급 제약과 수요 배급이 병행될 때 여행·교통 수요가 강제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보다 실질적 관찰 포인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