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5월 선물 WTI 원유(심볼: CLK26)는 월요일 장에서 종가 기준 +3.24달러(+3.25%) 상승했고, 5월 RBOB 휘발유 선물(심볼: RBK26)은 종가 기준 +0.0688달러(+2.16%) 상승했다. 이날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큰 폭으로 랠리를 보이며 원유는 3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년 3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전쟁의 추가 격화 가능성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방부가 이란 내 지상작전을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이며 약 3,500명의 미 해군 및 해병대 병력이 중동 지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석유를 가져오고 싶다“
고 말하며 이란의 수출 중심지인 카르그(Kharg)섬을 무력으로 점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러한 발언은 미 지상군 투입을 수반하는 중대한 전쟁 확전 신호로 해석된다.
지정학적 긴장의 확대는 즉각적으로 에너지시장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의 사실상 봉쇄로 인해 페르시아만(Persian Gulf) 산유국들이 생산을 약 6%가량 감산하도록 강제당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은 통상적으로 세계 원유 수송의 약 5분의 1(20%)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공급 차질 우려가 크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출이 오는 3월까지 저조한 상태로 유지되면 유가는 2008년 기록치인 배럴당 거의 150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외교적 동향도 유가 상승 요인을 뒷받침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에 킹파드 공군기지(King Fahd Air Base) 사용을 허용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 소유의 병원과 클럽을 폐쇄하는 등 이란과의 갈등이 지역 차원으로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미국 및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인근 여러 국가의 표적을 타격한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주 월요일에 발표한 자료에서 중동 9개국에 걸쳐 40곳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게(severely or very severely)” 손상되어 전쟁이 종료된 이후에도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물리적 손상은 설비 복구 기간과 비용을 증가시켜 중기적 공급 제약을 야기할 수 있다.
시장 구조적 요인도 유가에 섞여 있는 변동성을 키운다. OPEC+는 3월 1일 4월에 원유 생산을 일일 206,000배럴(bpd) 늘리기로 발표했으나, 중동 전쟁으로 인해 실제 증산은 어려워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2.2백만 bpd의 감산분을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약 1.0백만 bpd 가량의 복원 여지가 남아 있다. 한편 OPEC의 2월 원유 생산량은 +640,000 bpd 증가해 일일 29.52백만 bpd로, 3.2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박에 저장되는 원유(플로팅 스토리지)의 증가도 가격 하방 요인으로 상존한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Vortexa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와 이란産 원유 약 2억9천만 배럴(290 million bbl)이 유조선에 저장되어 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한 최근 일주일(3월 27일 마감주간) 기준으로 7일 이상 정박 상태인 유조선 저장 원유는 주간 기준 +47% 증가해 136.13 million bbl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제재·봉쇄로 인한 수출 지연과 재고 대기 상황을 반영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국제기구의 수급 전망 변화도 주목된다. EIA는 2월 10일 발표에서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추정치를 전월의 13.59백만 bpd에서 13.60백만 bpd로 소폭 상향했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추정치는 96.00 쿼드릴리언 Btu로 전월의 95.37에서 상향 조정했다. IEA는 지난달 2026년 전세계 원유 과잉분을 기존의 3.815백만 bpd에서 3.7백만 bpd로 수정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을 지속시켜 글로벌 공급압박을 유지한다.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재 회담은 조기 종료됐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전쟁을 길게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혀 장기적 평화 합의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7개월 동안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화해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제한했다. 또한 11월 말 이후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 및 EU의 새로운 대러시아 제재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더욱 억제하고 있다.
미국의 재고와 시추 활동 지표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IA의 최근 주간보고(3월 20일 기준)는 (1)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0.6% 높고, (2) 휘발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3% 높으며, (3) 증류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0.6% 낮다고 밝혔다. 같은 주간 미국 원유 생산은 13.657백만 bpd로 전주 대비 -0.1% 하락해 기록적 수치인 13.862백만 bpd(2025년 11월 7일 주간)보다 다소 낮았다.
시추활동 지표도 소폭 위축 신호를 보였다.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3월 27일 종료 주간 기준 미국의 활동 중인 유정 수가 -5개 감소해 409개가 되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지난 4.25년 최저치인 406개(2025년 12월 19일 주간)와 근접한 수준이다. 2022년 12월의 627개와 비교하면 지난 2년 반 동안 현저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전문가적 분석)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지속, 중동 지역의 군사적 확대, 그리고 러시아 원유 수출 제약이 유가를 추가로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특히 물리적 설비 손상(IEA의 40개소 이상 손상 보고)과 생산 차질(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약 6% 감산)은 복구 기간 동안 공급 차질을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중기적 상방 리스크로 작용한다.
반대로 플로팅 스토리지의 증가와 OPEC+의 이론적 증산 의지(3월 1일 결정된 +206,000 bpd)는 하방압력으로 남아 있다. 다만 현재 전쟁 상황에서는 계획된 증산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 하방요인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금융기관의 경고(골드만삭스의 2008년 수준, 배럴당 약 150달러 가능성)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한 것이므로, 실제 가격은 공급 차질의 지속 기간, 국제사회의 제재·봉쇄 해제 여부, 그리고 주요 산유국의 증산능력 회복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 및 정책 당국에 대한 시사점으로는 첫째, 단기적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헤지 수단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전략적 비축유(SPR)와 같은 정책적 비축 활용 여부가 시장 안정을 위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에너지 설비 손상과 같은 물리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복구 협력과 보험·보안 체계 강화가 요구된다.
용어 설명:
RBOB(농업연료 기준 휘발유):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휘발유 선물상품을 지칭한다. bpd: barrels per day의 약자로 일일 배럴 단위를 의미한다. 플로팅 스토리지: 수출 지연 등으로 유조선 위에 원유를 임시 저장하는 것을 뜻하며, 시장에서는 재고의 일종으로 간주된다. 호르무즈 해협: 페르시아만과 오만 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해상 수송로로,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한다.
기사와 관련된 주요 수치와 사실은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Vortexa, 베이커휴즈, 골드만삭스 등의 공개 보고·보도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해당 보도들은 현재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중기적으로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근거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