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과 RBOB 가솔린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5월 WTI 원유(심볼: CLK26)는 금요일 종가 기준 +5.16달러(+5.46%) 상승 마감했고, 5월 RBOB 가솔린(RBK26)은 +0.1070달러(+3.47%) 상승 마감했다.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와 함께 금요일 급등했다. 또한 러시아의 원유 수출 감소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격 상승을 추가로 견인했다. 금요일 오후로 갈수록 트레이더들은 주말(시장 휴장)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헤드라인 리스크를 우려해 숏 포지션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상승분을 연장했다.
2026년 3월 27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가격 변동은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될 것이라는 공포감과 더불어 여러 지정학적·공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동 군사 충돌의 확대가 금요일 유가 급등을 촉발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금요일 미사일을 교환했고, 전쟁이 27일째에 접어들면서 이란은 걸프 지역의 여러 국가를 표적으로 삼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리야드를 향한 탄도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고 밝혔고, 쿠웨이트는 드론이 슈와이크 항구(Shuwaikh port)를 손상시켰다고 전했다. 또한 무바레크 알 카비르(Mubarek Al Kabeer) 항구도 표적이 되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중동 파병 병력을 기존 파견된 해병 원정단 2개(약 5,000명)에 추가해 최대 10,000명을 더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국방위원회는 “이란 영토에 대한 어떠한 침범도 호르무즈 해협뿐만 아니라 페르시아만 전체의 기뢰 매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 국가들의 군사·외교적 조치와 긴장 고조도 유가를 지지하는 배경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에 킹 파드 공군기지(King Fahd Air Base) 접근을 허용하기로 합의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 소유의 병원과 클럽을 폐쇄했다. 이들 국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대응으로 인해 점차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 차질 가능성도 추가 상승 요인이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석유업체들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우스티-루가(Ust-Luga)와 프리모르스크(Primorsk) 등 발틱(발트) 항구에서의 수출 차질이 발생하자 여러 발틱 항구 물량에 대해 포스 마주어(force majeure)를 선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포스 마주어는 천재지변·전쟁·정부 규제 등 예외 상황으로 계약 불이행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를 의미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피해 평가는 에너지 공급 우려를 더욱 부각시켰다. IEA는 지난 월요일 중동 9개국에서 40곳 이상의 에너지 설비가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밝히며, 이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와 생산 차질도 중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통상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약 20%)을 취급하는 해상 요충지인데, 현재 사실상 폐쇄 상태에 가깝고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저장시설 포화로 생산을 약 6% 가량 감산할 수밖에 없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량이 3월까지 계속 저하될 경우 유가는 2008년 기록에 근접한 배럴당 거의 150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OPEC+의 증산 계획과 현실적 제약도 언급된다. OPEC+는 3월 1일 4월에 일평균 206,000배럴 증산을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 추정치인 137,000배럴을 상회하는 수치다. 그러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여파로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에 시행한 일평균 220만 배럴의 감산을 원상복구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약 100만 배럴 가량을 더 복원해야 하는 상태다. OPEC의 2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640,000배럴 증가해 일평균 29.52백만 배럴로 최근 3.2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상 플로팅 스토리지(유조선 대기 저장) 증가는 가격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블록케이드와 제재로 인해 러시아·이란 원유 약 2억9천만 배럴(약 290 million bbl)이 유조선에 저장 중이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자료: Vortexa). Vortexa는 또한 3월 20일로 끝난 주의 데이터에서 7일 이상 정체된 채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5.5% 주간 감소해 86.55 million bbl로 4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국제기구 전망도 가격 요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IA는 2월 10일 발표에서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전월의 13.59백만 배럴에서 13.60백만 배럴로 소폭 상향했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치는 95.37에서 96.00(쿼드릴리언 BTU)로 상향 조정했다. 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분 전망을 지난달의 3.815백만 배럴에서 3.7백만 배럴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과 공격 영향은 러시아 원유 수출을 계속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재 회담은 조기 종료되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영토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한 장기적 합의를 달성할 희망이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7개월간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드론·미사일로 공격해 러시아의 정유 및 수출 능력을 제한해 왔다. 또한 11월 말 이후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최근 미국과 EU의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더욱 억제하고 있다.
미국 재고·생산·드릴링 지표도 주목된다. EIA의 수요일 보고서는 3월 20일 기준으로 (1)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0.6% 높고, (2) 휘발유 재고는 +3.3% 높으며, (3) 디스틸레이트(등유·디젤)는 -0.6%로 5년 평균을 하회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13.657백만 배럴로 전주 대비 -0.1% 감소해 11월 7일 기록된 사상 최고치 13.862백만 배럴에는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3월 27일 종료 주간에 미국의 활동 중인 석유 시추 대수가 -5대 줄어 409대가 되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12월 19일 기록된 4.25년 최저 406대와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2년 반 전인 2022년 12월의 5.5년 최고치 627대에서 크게 감소한 흐름이다.
주요 경고 문구: “이란 영토에 대한 어떠한 침범도 페르시아만의 기뢰 매설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란 국방위원회의 경고는 해상 통항을 더욱 위협할 수 있다.
용어 설명(일반 독자 대상)
RBOB 가솔린: 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용 휘발유의 표준 규격을 나타내는 선물 상품이다. 포스 마주어(force majeure): 천재지변·전쟁 등 불가항력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때 적용되는 법적 면책 조항이다. 플로팅 스토리지(floating storage): 수송 중인 유조선에 원유를 장기간 대기(저장)시키는 관행으로, 공급 과잉 또는 제재·운송 차질 시 나타난다. 호르무즈 해협: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20%가 통과한다. MEU(Marine Expeditionary Unit, 해병 원정단): 미 해병대의 전개군으로 빠른 대응 병력을 의미한다.
향후 전망 및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상태가 유지되는 한 유가의 추가 상승 압력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량 차단과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생산 차질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 즉각적인 공급 부족 신호가 나타나며, 이는 정유 마진 상승과 연료 가격의 소비자 가격 전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기적으로는 OPEC+의 증산 계획과 러시아·이란의 수출 제약이 충돌하는 양상이 나타나 가격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플로팅 스토리지에 쌓인 물량은 일시적으로 공급 과잉을 시사하나, 이 물량이 시장에 효율적으로 유통되지 못하면 실질 공급 부족 압력을 상쇄하지 못할 수 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트레이더들은 주말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포지션을 신속히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옵션·선물시장에서의 변동성 확대로 헤지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실물 석유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주요 소비국(미국·EU·아시아 국가들)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여부와 추가 제재·군사적 대응이 향후 유가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지정학적 충격은 유가의 상방 리스크를 크게 확대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배럴당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장기적 흐름은 OPEC+의 증산 복원 노력, 유조선에 저장된 물량의 시장 유입, 미국과 주요 소비국의 정책 대응 등에 의해 조정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