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신뢰 훼손…아·태 정부들 시장 안정화 긴급 대응

중동 전쟁 장기화로 금융시장 불안 확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정부들이 금융시장 안정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통화 약세, 국채 금리 급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결합되며 지역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2026년 3월 2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각국은 상황 악화에 대응해 재정·통화·유통 관련 조치를 동원하고 있다. 주요 대응 방식은 채권 매입·세제 완화·예비비 동원·연료 보조·중앙은행의 비정기적 정책 점검 등으로 요약된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정부는 국내 채권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수익률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5조원 규모의 긴급 채권 환매(소위 ‘매입’)를 시행할 계획이다. 5조원은 약 $3.32억으로 표기된다. 이번 조치는 3년물 국채 수익률이 2024년 중반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데 따른 대응이다. 정부는 연료세 인하 조치 범위를 확대했고, 소비자 대상의 현금성 바우처 및 기업 지원이 포함될 수 있는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해당 추경안을 3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일본 정부는 연료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8,000억엔(약 $5억) 규모의 예비비를 투입해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평균 약 170엔 수준으로 유지하는 보조금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정책 비용은 최대 월 3,000억엔까지 소요될 수 있다. 또한 중동 사태로 원유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원유 선물시장에 대한 개입 검토도 진행 중이다. 원유 선물 개입은 정부가 선물시장에서 매도·매수로 가격 신호를 조정해 실물 유가에 미치는 급격한 영향을 완화하는 조치다.

필리핀

필리핀 중앙은행은 3월 26일 예정에 없던 비정례(서프라이즈) 정책점검 회의를 소집했다. 중앙은행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4.25%로 유지했으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악화될 경우 추가 조치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신호를 보냈다. 해당 회의 소집은 시장에 중앙은행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호주

호주 정부는 아직 전면적 정책 전환을 단행하지 않았으나, 휘발유·디젤 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우선 추진하고 있다. 당국은 유통망의 공황 구매로 인한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 중이며, 앨버니지 총리는 주(州) 수반들과 다음 주 회동을 열어 연료 위기 관리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사태가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연료 배급제 도입을 검토하지는 않지만, 재택근무 장려 등 수요 억제의 자발적 조치를 권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호주는 2026/27 회계연도 예산을 5월에 발표할 예정으로, 재정지출 삭감 압력 속에서도 연료세 인하, 가계·기업 직접 지원 등 다양한 에너지 완화 정책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천연가스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 논의도 벌어지고 있다. 중앙은행(호주준비은행)은 물가에 더 큰 우려를 표하며 올해 이미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연 4.10%까지 인상했고, 5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임시 조치로 호주와 연료 규격을 일시적으로 일치시켜 수입 옵션을 확대했다. 또한 저소득층의 증가한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4월부터 주당 NZ$50(약 $29.30)의 임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가 연료대응계획(National Fuel Plan)을 갱신·공개했으며, 이는 휘발유·디젤·항공유에 대해 모니터링→자발적 절약 권장→공급 우선순위 지정→긴급 우선공급의 네 단계로 구성된 대응 매뉴얼을 제시한다. 보다 심각한 상황에서는 응급 서비스·화물·식품 공급망·주요 산업에 연료 우선 배분을 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용어 설명

유동성은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정부가 채권을 사들이면 시장에 현금을 공급해 금리를 안정시키고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채권 환매(또는 채권 매입)는 정부·중앙은행이 시장에서 채권을 매수해 채권 가격을 높이고 금리를 낮추는 조치이다. 선물시장 개입이란 정부가 파생상품시장에서 매수·매도로 가격 신호를 주어 현물가격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향후 시장 및 경제에 대한 체계적 분석

첫째, 에너지 가격의 추가 상승이 지속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태 국가들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추가 긴축 신호를 촉발할 수 있다. 이미 호주 중앙은행은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물가와 금리의 상승은 단기적으로 채권 수익률을 더욱 끌어올려 정부의 채무비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둘째, 통화 변동성과 자본유출 위험이 증대된다.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시 외국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며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 통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더 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실질 구매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의 경우 3년물 국채 금리 급등은 단기 자본시장 불안을 반영한다.

셋째, 재정 여건의 악화 가능성이다. 연료 보조, 현금성 지원, 추경 편성 등은 단기적 경기·물가 대응에는 효과가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재정적 부담을 증가시킨다. 일부 국가는 이를 충당하기 위해 세원 확대(예: 초과이익 과세)나 지출조정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재정적 여력이 약한 국가에서는 금융시장의 신뢰가 추가로 훼손될 위험도 있다.

넷째, 단기적 시장 안정 조치(채권 매입, 예비비 투입 등)는 심리적 안도감을 제공해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으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근본적 리스크(에너지 공급 차질, 장기 물가상승) 해소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단기 유동성 공급과 함께 중장기적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

정책적 시사점

금융시장 참가자와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리스크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한 대응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금 흐름 관리, 수입원 다변화, 연료·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헤지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단기적 유동성·물가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인 구조대응(에너지 전환·비축·공급망 다변화)을 명확히 제시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태 지역 각국의 긴급 조치는 당장의 시장 불안 완화에는 기여하겠으나, 중동 사태의 지속 여부와 국제 에너지시장의 추가 충격에 따라 향후 물가, 금리, 환율 및 재정 건전성에는 상당한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