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중동 분쟁 확산 우려에 급등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이 전일 대비 +3.37달러(+3.82%) 상승했고, 5월 RBOB 휘발유 선물+0.1158달러(+3.92%) 상승했다. 3월 24일(현지시간) 원유 및 휘발유 가격은 월요일 급락분 일부를 회복하며 큰 폭으로 올랐다. 시장은 중동에서의 분쟁이 추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에너지가격이 견조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6년 3월 24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과의 전쟁에 연루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전투 확산 우려가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에 킹파드 공군기지(King Fahd Air Base) 사용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으며, UAE는 이란 소유의 병원과 클럽을 폐쇄했다. 이들 나라가 이란에 대해 강경 입장을 취하는 배경에는 이란이 미·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인근 여러 국가의 표적을 타격한 사실이 있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은 지난주 카타르의 발표로 인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카타르는 지난 목요일에 세계 최대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단지인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에서 “광범위한 손상(extensive damage)“이 발생했다고 밝히며, 이란의 공격으로 라스라판의 LNG 수출 능력의 17%가 손상됐다고 발표했다. 카타르는 이 손상이 복구되는 데 3~5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범위한 손상”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요일 성명에서 중동 9개국에 걸쳐 4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게(severely or very severely)” 손상되어 전쟁이 종료된 이후에도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공급 차질 우려는 에너지 가격의 상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사실상 차단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페르시아만(Persian Gulf) 산유국들은 저장시설이 포화되면서 생산을 약 6%가량 감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통상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20%)을 운송하는 해상 요충지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류 흐름이 3월까지 계속 저조할 경우 원유 가격이 2008년의 기록치인 배럴당 약 150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의 매파적(하방 압력) 요인도 존재한다. OPEC+는 3월 1일 발표에서 4월에 하루 206,000배럴(bpd)을 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기대치 137,000bpd 상회). 그러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으로 생산을 줄이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증산 계획은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에 시행했던 총 2.2백만 bpd 규모의 감산을 전부 복원하려 노력 중이나, 여전히 약 1.0백만 bpd 가량 남아 복원하지 못한 상태다. OPEC의 2월 원유 생산량은 +640,000 bpd 증가해 약 29.52백만 bpd로, 3.2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공급 요인으로는 해상에 떠있는 저장(플로팅 스토리지)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Vortexa에 따르면 현재 약 2억9천만 배럴(290 million bbl)의 러시아 및 이란산 원유가 유조선에 플로팅 스토리지 상태로 보관되어 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는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에 대한 봉쇄와 제재가 주요 원인이다. 다만 Vortexa는 3월 20일 마감 주간에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5.5% 주간 감소86.55 million bbl로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보고했다(주간 종료일: 3월 20일).

수요·생산 관련 공식 전망도 소폭 상향·하향 조정이 혼재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월 10일 발표에서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전월의 13.59백만 bpd에서 13.60백만 bpd로 소폭 상향 조정했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치는 95.37 → 96.00 쿼드릴리언(Btu)으로 올려 잡았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 전망치를 전월의 3.815백만 bpd에서 3.7백만 bpd로 소폭 축소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돼 있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 중재 회의가 조기 종료됐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전쟁을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가 미해결이라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영토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는 장기적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약을 계속 유지하게 만들며, 이는 원유 가격에 대한 추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측의 공격도 글로벌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지난 7개월 동안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러시아의 정제능력을 제한했으며 이는 글로벌 정제유 공급을 축소시키는 요인이 됐다. 또한 11월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확대해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대(對)러시아 신규 제재가 더해지며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재고·생산 지표는 혼재된 신호를 보인다. 미국 EIA의 3월 13일 기준 주간 통계는 (1) 원유 재고가 5년 계절 평균 대비 -1.4% 낮은 수준, (2) 휘발유 재고는 5년 계절 평균 대비 +4.2% 높은 수준, (3) 중질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년 계절 평균 대비 -2.5% 낮은 상태임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으로 13.668백만 bpd를 기록해 최고치 13.862백만 bpd(2025년 11월 7일 주간)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시추 활동 지표인 베이커휴즈(Baker Hughes)의 주간 집계에 따르면, 3월 20일 종료 주간의 미국 가동중인 유정 수는 +2대 상승한 414대로 집계됐다. 이는 12월 19일 주간의 406대로 기록된 4.25년 최저치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2022년 12월 기록된 627대의 5.5년 최고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낮은 상태다.

원문 기사 작성자인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이 기사에 언급된 어떤 종목에도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으며, 모든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임을 명시했다.


용어 설명

RBOB 휘발유는 휘발유 계열의 선물 계약 중 하나로 정유 공정 후의 표준화된 연료 규격을 반영한다. 라스라판(Ras Laffan)은 카타르 북동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생산·수출 단지이다. 플로팅 스토리지는 석유가 유조선에 장기간 저장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항만 부족이나 제재·봉쇄에 따른 전략적 대응 수단으로 사용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운송의 중요한 관문이다.


향후 전망 및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에너지가격의 가장 중요한 상승 요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군기지 제공, UAE의 이란계 시설 폐쇄, 카타르의 라스라판 피해 보고 등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며 원유·정제유 가격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해상 운송 비용 및 보험료 상승, 우회 항로로 인한 운송 시간 증가가 발생해 실질적인 공급 축소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OPEC+의 증산 의지와 실제 생산 차질 간의 괴리 여부가 관건이다. OPEC+가 계획대로 증산을 추진하더라도 중동 산유국들의 물리적·정책적 제약으로 인해 증산 폭이 축소되면 공급 여건은 긴축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플로팅 스토리지에 대량의 원유가 머물러 있고, 미국·유럽·아시아의 수요 지표가 약화된다면 가격 상단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현재 Vortexa의 데이터와 EIA·IEA의 전망을 종합하면 단기적 불확실성은 상승 요인이 더 크나, 중기적으로는 수급·재고 지표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유가 상승은 연관 산업(정유, 석유화학, 운송)과 인플레이션 지표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유가가 장기화된 상승세를 보일 경우 에너지 수입국의 경상수지 악화와 경기 둔화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주요 산유국의 공급 복구가 신속하게 이루어진다면 물가 상승 압력은 완화되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개선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유가 급등은 주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 에너지 인프라 손상에 따른 공급 우려에서 기인하며, 향후 가격 흐름은 전쟁의 전개 양상,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황, OPEC+의 실제 증산 실행 여부, 그리고 재고·운송 지표의 변화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러한 변수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