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섹션 899 ‘보복 세금’ 조항이 글로벌 상장 구조를 재편한다: 장기적 시장 영향 분석

미국 의회 섹션 899 ‘보복 세금’ 조항이 글로벌 상장 구조를 재편한다

– 이중석 칼럼, 데이터 분석가


요약

  • 섹션 899는 ‘외국 과세 제도’ 보유 국가 기업에 미국 원천징수세를 부과하는 조항이다.
  • 법안 통과 시 유럽·영국 기업이 미국 상장을 추진해야 하는 인센티브가 확대된다.
  • 글로벌 자본시장 지형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 장기적 관점에서 거래소 경쟁, 기업 자금 조달 비용, 투자자 포트폴리오 설계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1. 섹션 899 개요와 입법 배경

2025년 5월 하원에서 통과된 광범위한 지출 법안 중 섹션 899는 ‘불공정 외국 세금 제도’를 가진 국가에 거주하는 외국법인에 대해 미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최대 20%의 원천징수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조항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구분 주요 내용
대상 국가 디지털 서비스세ㆍOECD 글로벌 최저세 등 과세 체계를 갖춘 국가(주로 유럽 연합,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원천징수세율 기본 5%, 매년 5%p씩 인상, 최대 20%
적용 시점 법률 제정 후 첫 회계연도부터 미국 원천 소득에 일괄 적용
회피 수단 미국 증시 재상장, 지분 구조 조정 등

이 조항이 강력한 ‘보복 세금’ 성격을 띠는 이유는,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동일한 소득을 두 번 과세당할 “복수 과세” 위험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법인 소득에 대해 미국에선 5~20%, 자국에선 기존 세율”이라는 구조는 기업의 글로벌 세후 수익률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2. 글로벌 상장지형의 변화: 미국 거래소로의 이동

최근 런던 핀테크 기업 와이즈(Wise)의 미국 상장 결정, 그리고 페이스북·에어비앤비 등 대형 테크 기업들의 미국 상장이 보여주듯, 이미 글로벌 대기업들의 주요 자본 조달 무대는 미국 증시로 기울고 있다. 섹션 899가 본격 시행될 경우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1. 유럽·영국 신생기업 IPO 우회
    유로넥스트·LSE(런던증권거래소) 등 현지 대형 거래소 대신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결정을 선호하게 된다.
  2. 상장 후 M&A 및 스핀오프 증가
    법인세 최적화 차원에서 글로벌 지주회사 설립, 미국 자회사 중심의 상장·재상장 전략이 확대된다.
  3. ETF·인덱스 구색 재편
    EU·영국 기업 비중 축소 추세에 따라 MSCI Europe 지수 내 비중 조정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4. 거래소 간 경쟁 심화
    유럽·아시아 거래소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수수료 인하, 규제 완화, 세제 인센티브 도입 등을 검토하게 된다.

3. 기업 자금 조달 비용과 투자자 수익률 영향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보면, 미국 거래소 상장 기업은 평균 1.1%p 낮은 자금 조달 비용(WACC)을 보여준다. 반면 EU·영국 거래소 상장 기업은 유동성 한계로 1.5%p가량 높은 비용구조를 안고 있다.

항목 미국 상장 유럽·영국 상장
평균 WACC 7.8% 9.3%
IPO 직후 12개월 주가 변동성 ±25% ±35%
유동성 지표 (일평균거래대금) $50M $10M

이 같은 격차는 기업가치 평가(EV/EBITDA)에서도 반영된다. 미국 대형 테크·헬스케어 기업의 평균 EV/EBITDA 배수는 14배지만, 유럽 기업은 10배 수준에 그친다. 섹션 899 시행 후 유럽 기업의 미국 재상장은 배수를 높이는 전략 수단이 될 것이다.

4. 자본시장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재편

장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거래소 간의 경쟁 구도 변화투자자 포트폴리오 재설계다.

4.1 거래소 경쟁 강화

  • 유럽·UK 거래소의 대응: 수수료 인하, 신규 상장기업 세제 감면, 상장 요건 완화 등을 통해 미국 증시 유출을 막으려 할 것이다.
  • 아시아·중동 거래소의 기회: 홍콩·싱가포르·두바이 증권거래소(DXB)에 상장하려는 유럽 기업 수요가 일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 협력·합병 논의: Euronext와 LSE의 조인트 벤처, 아시아 거래소와 연합 상장 설립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다.

4.2 투자자 포트폴리오 재조정

기관투자가는 전통적으로 ‘국가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국 상장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 다음 변화가 예상된다.

  1. 비미국 주식 비중 축소: 미국 시장 비중이 이미 S&P 500 50% 이상인 포트폴리오가 더욱 과점화된다.
  2. 글로벌 ETF·인덱스 전략 변화: MSCI World 지수를 대체할 수 있는 ‘미국·아시아 투트랙’ ETF 설계가 고려된다.
  3. 환율·세제 리스크 관리: 섹션 899로 인한 추가 원천징수세를 감안해, 미국 비상장 사모 펀드 및 해외 ETF 활용 전략이 확대될 전망이다.

5. 규제·정책적 시사점

EU·영국 정부는 퇴야세(탈원천징수세) 방지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 국내 세제 인센티브: 상장 때 법인세 환급ㆍ세액 공제 등의 인센티브 도입 검토
  • 독자적 디지털 서비스세 조정: 미국 섹션 899 요건에 부합하도록 세율 및 대상 업종 재설계
  • 거래소 경쟁력 강화 기금 마련: 유럽연합 차원의 거래소 현대화 기금(Pillar Fund) 도입 제안

반면 미국 입법부는 국경 간 투자 확대해외 기업 상장 유치를 목표로 섹션 899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주요 대응:

  • 상장·재상장 유인을 위해 상장요건 완화 및 기술기업 특화 상장구조 개발
  • 해외 발행 기업 대상 IR(투자자 관계) 지원 예산 지속 확대

6. 결론 및 장기 전망

섹션 899 도입은 단기적 논쟁을 넘어 전 세계 자본시장 지형도를 재편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중장기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

  • 글로벌 IPO 허브 경쟁: 예전 런던·홍콩 중심의 분산형 IPO 시장이 미국 중심으로 수렴
  • 기업 경영 전략 변화: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 구조 최적화, 미국 증시 상장 법인별 배당·자금 배분 정책 재설계
  • 투자자 리스크·수익률 관리: 환율 및 세제 리스크가 수익률 변동성의 핵심 요소로 부상
  • 거래소 간 협력·합병 가속: GIFT City·아부다비·싱가포르 등 신흥 거래소와 전통 강자 간 제휴·합병 모델 등장 가능

결국, 미국이 자국 증시의 매력도를 세제 정책으로 더욱 강화하면서 글로벌 자본이 미국 시장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불가역적 단계로 진입할 것이다. 유럽·아시아 거래소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다각도의 정책·제도 혁신이 시급하며, 투자자 역시 글로벌 분산세제 리스크 관리를 핵심 전략으로 재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