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향후 10년 내 인공지능(AI) 패권 달성 가능성은

중국이 향후 10년에서 15년 사이에 미국을 제치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패권을 장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핵심 변수가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성능만이 아니라 전력 공급 능력과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라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6년 3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버나드(Bernstein)의 최근 분석은 AI 주도권이 궁극적으로는 연산(컴퓨트) 능력에 달려 있으며, 이 연산 능력은 전력, 데이터센터, 반도체 역량과 함께 확장된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이 약 35 zettaFLOPS의 AI 컴퓨트를 보유한 반면 중국은 약 5 zettaFLOPS로 미국의 약 15%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한 중국의 구조적 우위로 전력을 지적한다. 중국은 이미 미국보다 2배 이상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약 500기가와트(GW) 이상의 발전용량을 추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속도는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증설 속도를 합친 것보다 빠르며, 이를 통해 중국은 반도체의 효율성이 미국 대비 뒤처지더라도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확장함으로써 컴퓨트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고 평가된다.

버나드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이 반도체 성능의 열세를 단순한 규모로 만회한다면 2035년까지 미국의 컴퓨트 용량과 맞먹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거의 1조 달러(약 1,000조원에 근접하는 주문형의 투자)에 달하는 자본적지출(Capex)이 필요하며, 전력 인프라와 배터리 저장장치(에너지저장장치)도 빠르게 확충해야 한다.

보다 공격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전력만이 유일한 제약이라 가정할 경우 중국이 2035년까지 미국의 컴퓨트 능력을 3배 이상 초과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는 전력 확충이 곧바로 컴퓨트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주요 병목현상도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국산 AI 칩은 현재 미국 제품 대비 약 4분의 1 수준의 효율로 평가되며, 이러한 격차는 제조용 장비에 대한 접근 제한과 수출 통제에 의해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이 격차가 2035년까지 50% 이상으로 좁혀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참고로 ‘zettaFLOPS’는 연산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로, FLOPS는 ‘초당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Floating Point Operations Per Second)를 의미하며, ‘zetta’는 10의 21승을 뜻한다. 즉 1 zettaFLOPS는 10의 21승 개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매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이 분석은 AI 경쟁이 비대칭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고급 제조 장비·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전력 공급 능력·제조 규모·비용 효율성에서 강점을 가진다. 따라서 최종 승부는 마이크로칩의 성능만이 아니라 메가와트(MW) 단위의 전력이 얼마나 확보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전문적 분석과 향후 영향

버나드의 시나리오는 정책 입안자와 투자자에게 다음과 같은 실무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중국이 2035년까지 미국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컴퓨트를 확보하려면 연평균 수십조 원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및 전력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단순 계산으로 2035년까지 약 1조 달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제는, 2026년부터 2035년 사이 연평균 약 100억~150억 달러 수준의 직접 투자(연평균 약 1100억 달러 규모로 계산될 수도 있음)를 의미하며 이는 전력망 강화와 배터리 저장장치 투자까지 포함해야 한다.

둘째, 전력 증설이 본격화되면 중국 내부의 전력 수요 급증은 에너지 가격·전력시장 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재생에너지·배터리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설비비 상승을 유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단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는 지역 전력망 보강·송전망 투자를 촉발하며, 이는 건설 및 장비업체에 대한 수요 증가로 연결된다.

셋째, 반도체 산업 측면에서는 중국이 ‘규모의 경제’로 성능 격차를 만회하려는 전략을 추진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수요 구조가 변화할 수 있다. 미국 및 동맹국의 수출 통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은 자체 파운드리 역량과 장비 국산화,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투자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세계 공급망의 재편과 기술 분화(technology bifurcation)를 가속화할 수 있다.

넷째, 투자 관점에서 보면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망 장비, 그리고 반도체 재료·후공정 장비 등 관련 섹터에 대한 자본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고성능반도체 설계·공정용 EUV(극자외선) 장비 등 일부 고급 장비는 수출 통제와 기술장벽으로 인해 여전히 공급 제약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투자자에게 리스크 분산과 시나리오 기반의 포트폴리오 재설계를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지리적·정치적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전력과 데이터센터 확충이 국가 전략과 결합될 경우,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에너지 안보·공급망 안보·기술 패권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향후 무역정책, 투자 규제, 기술협력 및 규제 조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결론

버나드의 분석은 AI 패권 경쟁이 반도체나 알고리즘의 문제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메가와트 단위의 전력 확보데이터센터의 대규모 확대가 중국의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이며, 이 변수는 투자, 에너지시장, 반도체 공급망, 그리고 국제정치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말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향후 10년에서 15년 동안의 투자 흐름과 정책 결정이 AI 경쟁의 판세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