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쿠바가 러시아산 원유를 인수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한 가운데, 러시아산 석유·가스 운반선 2척이 쿠바로 향하고 있다는 해상 정보가 포착돼 지역적·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6년 3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OFAC)은 목요일에 발표한 일반(일시)허가(general license)에서 러시아에서 기원한 원유 또는 석유제품의 판매·인도·양하(offloading)에 관한 거래에서 쿠바를 차단하는 조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러-우크라이나 전면전 이후 모스크바에 처음 부과된 제재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단기적·전술적 조정의 일환이다.
OFAC의 조치는 문서 형식으로 발표됐으며, 해당 일반허가는 특정 상황에 한해 해상에 고립된(stranded) 러시아산 석유의 일시적 매입을 허용했던 최근의 예외적 조치와 대비된다. 미 정부는 지난주 이같은 일시 승인을 통해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려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업데이트는 쿠바를 러시아산 석유 거래 참여 불가 대상국으로 추가한 점에서 향후 쿠바로 향하는 러시아산 연료의 인수·양하를 명백히 차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상 모니터링 기관들은 현재 러시아 기원 연료를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두 척의 유조선이 쿠바를 향해 항해 중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해양정보업체인 Windward는 홍콩 선적의 Sea Horse가 약 190,000배럴의 러시아산 가소일(gasoil)을 운반 중이며 수일 내에 인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같은 분석에서 Sea Horse는 위치 식별장치(AIS)를 꺼두거나 조작하는 행위(일부에서는 ‘스푸핑’으로 표현)를 포함해 기만적 선박 운송 관행에 관여했고, 서방계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제재 회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해양 분석업체 Kpler은 러시아 국적의 제재 대상 선박인 Anatoly Kolodkin이 약 730,000배럴의 원유를 실은 채 쿠바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수요일에 밝혔다고 AFP가 전했다. CNBC는 Kpler에 연락을 취했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선적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 도전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은 쿠바에 연료를 공급하는 국가들에 관세 부과를 경고해 왔으며, 크렘린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크렘린 외교부는 이미 쿠바에 대해 “필요한 지원, 재정적 지원을 포함한”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쿠바 내부 상황
쿠바는 최근 정전(blackouts)과 심화되는 경제 위기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석유 봉쇄 아래에서 악화되고 있다. 과거 쿠바는 주로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유를 크게 의존했으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 작전이 1월 초에 감행된 이후 사실상 공급이 중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에 자신이 언젠가 “하바나를 어떤 형태로든 점령(taking)하는 영광(honor)을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긴장을 더했다.
쿠바의 대통령 미겔 디아스카넬(Miguel Díaz-Canel)은 수요일 미국의 “거의 매일 같은” 위협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며, 연료 공급을 차단하려는 조치에 대해
"굴복하지 않을, 확고한 저항(unyielding resistance)을 보일 것"
이라고 밝혔다.
해당 용어와 메커니즘 설명
OFAC(해외자산통제국)은 미국 재무부 산하 기관으로, 특정 국가·개인·회사에 대한 제재 명단을 관리하고 제재 위반 시 민형사적 제재를 집행한다. 일반허가(general license)는 특정 사안에 대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예외적 허가로,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제재 적용을 유예하거나 구체적 거래를 허용할 수 있다.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는 선박의 위치·속도 등 항해 정보를 자동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끄거나 조작하면 선박의 실시간 추적이 곤란해져 제재 회피나 은밀한 양하가 가능해진다. 가소일(gasoil)은 정제된 석유제품으로, 경유(diesel)와 유사한 성분을 가지며 발전·수송·산업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시장·정책적 파급효과 분석
이 사안이 국제 원유시장에 미칠 영향은 규모와 맥락에 따라 제한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부문적 파급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물량 측면에서 보면 Sea Horse의 약 190,000배럴과 Anatoly Kolodkin의 약 730,000배럴은 글로벌 일일 소비량(수천만 배럴 수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이나, 지역적 공급 긴장과 보험·운송비 프리미엄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선박이 서방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AIS 조작이 확인되면, 보험·재보험 시장은 위험 프리미엄을 부과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해상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번 사례는 제재 회피 시도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추가 제재·관세·금융 제약 등)에 따라 관련 국가 및 선사들이 거래를 재검토하거나 중단할 여지가 있다. 그러한 조치가 현실화되면 러시아산 연료의 대체 유통망 형성, 중개국의 역할 확대, 암시장에서의 거래 활성화 등 구조적 변화가 촉발될 수 있다.
가격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추가되어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으나, 현재까지 관찰된 선적 규모와 시장의 여타 변수(이란 전쟁 관련 공급 불확실성, 글로벌 재고 수준 등)를 고려할 때 지속적·대규모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기보다는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이다.
정책적·실무적 시사점
미국의 OFAC 조치는 법적·외교적 근거를 통해 쿠바의 러시아산 석유 인수를 차단하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향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사 선적의 추가 적발 시 미국은 직접적 제재나 2차 제재(third-party sanctions)를 통해 선사·중개인·보험사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러시아와 쿠바 간의 협력 심화로 단기적 해상·금융 우회로가 형성될 소지 있으며, 이는 보험·송금·중개 비용의 상승을 통해 관련 국가들의 거래비용을 높일 것이다. 셋째, 국제 금융시장은 이러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특히 원유·정제유 가격의 일시적 스파이크와 해상운임의 상승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상의 분석은 공개된 정보와 해양정보업체의 추정·보고에 기반한 것이며, 향후 추가 확인되는 선적 내역, 미국의 후속 조치, 러시아와 쿠바 양측의 구체적 조치에 따라 판세는 급변할 수 있다. 정책 담당자와 시장 참여자들은 선박 AIS 신호의 변동, 보험 가입 내역, 항로 변경 여부 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마무리
현재의 상황은 제한된 물량의 선적이지만 제재·정책·해운·보험 시장의 교차점에서 복합적 리스크를 드러낸다. 향후 미국의 제재 집행과 러시아·쿠바의 대응, 그리고 해운 및 보험시장의 반응이 이 지역의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국제 원유시장의 단기적 안정성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 CNBC의 Lim Hui Jie가 이번 보도에 기여했다.
